▲ 벌초와 성묘 시 모기, 진드기 등이 감염병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출처=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추석 당일 성묘를 위해 미리 벌초를 떠나는 사람이 많지만 이 시기에는 벌에 쏘이거나 뱀, 진드기 등에 물리는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므로 야산을 찾는 사람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일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이 껴있던 9월 한 달에만 벌 쏘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전국에서 총 3681명에 이른다. 같은 해 1월 환자가 33명인 것과 비교하면 약 100배 많은 수치다. 비슷한 시기에 뱀에 물리는 사고도 잦았다. 지난해 9월 뱀 물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582명으로, 같은 해 겨울 1월에서 2월까지 한 자리 대의 환자 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았다.

추수기는 진드기로 인한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다. 지난 5년간 평균 9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에 걸렸다. 사망자는 연간 10명 이상 발생했다.

살인진드기라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에 물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된 환자는 지난해 기준 259명이었고 이중에서 약 16%가 사망했다. 이러한 감염병은 응고장애나 신부전증 등 큰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어 이번 주말부터 추석 연휴까지 야산으로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벌’ 무시하다간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벌에 쏘이면 뱀에 물린 것보다 사망률이 5배 정도 높다. 뱀에 물렸을 때에는 위험한 증상이 수 시간부터 수일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반면 벌에 쏘였을 땐 일부 환자에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지원 서울아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벌에 쏘이면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에 의해 15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면서 “알러지성 결막염, 알레르기성 비염, 음식 알레르기, 약물 알레르기 등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정상인보다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할 확률이 3~5배 높다”고 설명했다.

설명에 따르면 말벌은 꿀벌에 비해 치사율이 높다. 초기에 신속한 응급처치를 시행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알레르기 반응의 초기 증상으로는 구토, 두통, 전신 쇠약감, 빈맥, 호흡곤란, 두드러기, 가슴조임, 등이 있다. 알레르기 병력이 없는 정상인이라도 이러한 증상이 관찰되면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벌 쏘임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벌초나 성묘를 갈 때는 단조로운 색상의 옷으로 온 몸을 최대한 감싸는 것이다. 긴 바지와 긴 소매를 착용하고 향수나 스킨로션은 자제한다. 화려한 색상과 무늬의 의복, 몸에 밀착되지 않고 바람에 팔랑거리는 의복을 피한다. 금색 계열의 목걸이 등 장신구가 햇빛에 반사되면 벌이 모여들기 쉬우므로 착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정지원 감염내과 교수는 “벌에 쏘였을 때는 벌침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쏘인 부위를 손으로 짜는 것보다는 신용카드 등으로 해당 부위를 긁어서 제거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침을 제거한 후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한다. 약물, 꽃가루, 음식물 등에 알레르기가 있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증상과 관계없이 즉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모기’ 예방이 최선

모기에 물리면 그 부위가 부어오르고 간지러움을 느끼며 곧 가라앉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모기는 치명적인 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일본뇌염 바이러스는 ‘작은빨간집모기’에 의해서 옮는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와 같은 동물들을 작은빨간집모기가 흡혈한 후 사람을 물었을 때 전염된다. 작은빨간집모기는 논, 축사, 웅덩이 등에 서식하는 암갈색 소형 모기이며 주로 모기의 활동이 왕성한 8월부터 11월까지 발생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 따르면 해당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에게 물리더라도 99%는 증상이 없거나 미열의 가벼운 증상을 보이지만 드문 경우 치명적인 급성 뇌염이나 무균성 수막염, 비특이적인 열성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잠복기는 모기에 물린 후 5일부터 15일 정도이며 병의 경과는 증상에 따라서 전구기(2∼3일), 급성기(3∼4일), 아급성기(7∼10일), 회복기(4∼7주)로 구분할 수 있다. 증상은 39~40도까지의 고열과 두통, 현기증, 구토, 복통, 지각 이상, 의식장애, 경련, 혼수 등의 증세를 나타내며 사망률은 20~30%에 이른다.

급성 뇌염으로 진행되면 회복돼도 1/3은 신경계 합병증이 남을 수 있다. 감염 시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으므로 예방이 최선의 해결책이다.

김종훈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기는 후각과 시각, 열 감지 능력으로 피를 빨아먹을 대상을 찾는다. 이산화탄소와 열, 젖산을 감지해 효율적으로 흡혈 대상의 사람을 찾아서 공격한다”면서 “모기에 물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모기에 물리고 39도 이상의 고열이 발생하거나 경련과 혼수 등의 신경학적 증세가 나타난다면 최대한 빠르게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예방법 중에서는 모기가 실내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모기를 막기 위해서는 창틀 가장자리는 물론이고 모기가 들어오기 쉬운 베란다 배수관, 화장실 하수관 등을 잘 점검해야 한다.

모기는 2mm의 작은 구멍으로도 들어올 수 있으므로 촘촘한 거름망을 설치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뚜껑을 구비하여 막아두는 것도 예방법 중 하나다. 모기는 물이 고인 곳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으므로 배수관과 하수관 구멍으로 끓는 물을 주기적으로 부어서 알과 유충을 박멸하는 것도 좋다.

야외활동을 할 때에는 밝은 색 긴 상하의를 착용하며 가급적 맨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곤충 기피제를 구비하여 수시로 뿌리며 잠을 잘 때는 모기장으로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 ‘작은 진드기’도 무시할 수 없다

쯔쯔가무시병은 산림, 밭, 농지, 하천 등에 서식하는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이다. 지난 5년간 환자 수는 2014년 8130명, 2015년 9513명, 2016년 1만 1105명, 2017명 1만 528명, 2018년 6668명으로 해마다 1만명 내외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망자 수는 2014년 13명, 2015년 11명, 2016년 13명, 2017년 18명, 2018년 5명으로 보고됐다.

쯔쯔가무시병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알→유충→번데기→성충의 네 단계를 거쳐 성장한다. 이 중 알에서 부화된 유충이 번데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척추동물의 조직액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람이 팔, 다리, 머리, 목 등의 노출 부위 또는 습기가 많은 사타구니, 목덜미, 겨드랑이, 엉덩이 부위를 물리면 즉 유충이 체액을 흡인하면 진드기 유충에 있던 미생물인 ‘리켓치아(학명 Orientia tsutsugamushi)’가 인체 내로 들어가 병을 일으킨다.

대개 집쥐, 들쥐, 들새, 야생 설치류 등에 기생하는 털진드기의 유충에 물리면서 혈액과 림프액을 통한 전신적 혈관염이 발생된다.

▲ 쯔쯔가무시병 증상 중 하나인 가피. 출처=서울아산병원

진드기에게 물린 후 1~2주의 잠복기가 지나면 열이 나고 몸에 발진이 생긴다. 발진은 몸통에서 시작해 사지로 퍼져 나간다. 초기에 진드기 물린 부위에는 1cm 정도의 가피가 나타난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붉고 경화된 병변이 수포를 형성하다가 터지면 흑색으로 착색된다.

감염 후 3~5일 후에는 몸통의 발진이 팔 다리로 퍼진다. 가피는 쯔쯔가무시병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 있는 경우도 많으므로 몸 전체를 살펴보아야 한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쯔쯔가무시병은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수일 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증상이 매우 심할 때에는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열이 나는 첫 주에는 기침이 많으며 2주째는 폐렴으로 진행할 수 있다. 드물게는 쇼크가 발생하거나 중추신경계를 침범하여 장애를 초래하기도 한다. 수막염, 간질성 폐렴, 심근염 등이 생길 수 있고 치료가 늦어지면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쯔쯔가무시병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야외활동이 잦은 농부와 군인이다. 추석을 맞아 조상 묘를 찾는 성묘객들에서도 쯔쯔가무시병 환자가 자주 발생한다. 논과 밭이 많이 분포되어 있는 지역에서 성묘, 벌초, 도토리, 밤 줍기, 주말농장, 텃밭 가꾸기, 등산 등과 같은 야외 활동 중에 걸리기 쉽다. 야산에서 활동할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장화나 운동화를 신고 긴 바지, 긴 소매 옷을 입는다. 바닥에는 가급적 앉지 않는다.

▲ SFTS를 매개하는 작은소피참진드기. 출처=질병관리본부

진드기가 옮기는 감염병 중 하나인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Severe Fever with Thrombocytopenia Syndrome)은 신종 전염병이다. 환자 수는 꾸준히 늘어 2016년 165명, 2017년 272명, 2018년 259명을 기록했다. SFTS에 따른 사망자 수는 2016년 19명, 2017년 54명, 2018년 46명이다.

SFTS는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는 작은소참진드기가 매개체다. 작은소참진드기는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SFTS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진드기도 검출됐었다.

SFTS 증상으로는 감염 초기 40도가 넘는 원인불명의 발열, 피로, 식욕저하, 구토, 설사, 복통 등이 있다. 두통과 근육통, 림프절이 붓는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아직까지는 효과적인 항바이러스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증상이 발생하면 치료를 시작한다. 혈소판과 백혈구 감소가 심하면 출혈이 멈추지 않으며, 신장 기능과 다발성 장기기능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유행 시기는 매개체인 진드기가 주로 활동하는 봄부터 가을까지다. 벌초나 성묘 때는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풀밭에 앉지 않고 용변을 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정지원 감염내과 교수는 “집에 오면 그날 입은 옷은 털어서 바로 세탁하고 샤워나 목욕을 하며 몸에 혹시 붙어있을지 모르는 진드기를 꼼꼼히 씻어낸다. 머리에 진드기가 있을 수 있으니 머리도 구석구석 감는다”면서 “진드기에 물렸을 때는 진드기를 무리하게 제거하면 안 된다. 진드기 일부가 피부에 남아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인근 병원에서 즉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자의 혈액 접촉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 가을철 ‘쥐’가 만든 오염된 환경 주의해야

신증후성 출혈열은 9~11월에 유행하는 가을철 감염병이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있던 바이러스가 오줌을 통해 배출된 다음, 사람의 호흡기로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킨다.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오면 평균 2~3주의 잠복기를 거쳐 다양한 중증도의 질병을 발생시킨다. 일반적으로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안구통 그리고 결막충혈이 관찰된다.

겨드랑이나 입천장에서 점상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발열기, 저혈압기를 거치면 소변량이 현저히 감소하는 핍뇨기, 소변량이 증가하는 이뇨기의 경과를 겪는다. 현재까지 신증후성 출혈열의 원인 바이러스를 차단하는 항바이러스제는 없어 증상이 나타날 때 치료를 한다. 신증후성 출혈열을 예방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손발을 자주 씻는 것이다. 야생 설치류는 가급적 만지지 않는 것이 좋다. 만약 설취류와 접촉했을 때는 손을 씻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라는 미생물이 일으키는 감염병이다. 쥐와 같은 설치류에 있는 렙토스리파라가 오줌을 통해 배출되면 흙이나 물을 오염시키게 된다. 오염된 흙과 물을 사람이 만지면 렙토스피라가 사람의 피부나 점막의 상처를 뚫고 들어와 감염병을 일으킨다.

증상으로는 고열, 심한 두통, 오한, 결막 충혈, 심한 근육통, 구토가 있다. 보통 2~26일의 잠복기를 거쳐 나타난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렙토스피라증은 호흡기 증상과 폐출혈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 항생제를 투여하면 치료가 되지만 일부에서 신장기능 악화, 황달, 간기능 악화 등이 진행해 사망하기도 한다. 조기에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렙토스피라증에 잘 걸리는 사람들은 쥐들이 많은 습한 토양이나 물과 가까이 있는 사람들이다. 습한 탄광이나 논에서 일하는 사람, 낚시꾼, 군인 등에서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많이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가을철 추수 시기와 맞물려 렙토스피라증이 유행하므로, 추석 연휴 벌초나 성묘를 가서 오염된 것으로 보이는 토양과 고여 있는 물을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한다. 부득이하게 논에서 일손을 거들어야 할 때는 균이 피부를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 ‘뱀’에 물리면 응급조치가 우선

벌초나 성묘를 가서 뱀 물림을 피하려면, 잡초나 풀이 많은 곳을 긴 막대기로 미리 헤집으면서 뱀이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한 후 길을 가야 한다. 방심한 틈에 뱀에 물릴 수 있으므로 벌초 시에는 헬멧, 장갑 등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

뱀에 물렸을 때는 물린 부위가 움직이지 않도록 나뭇가지 등으로 고정한다. 물린 부위가 심장보다 아래쪽으로 향하도록 위치시킨 후 119로 도움을 요청한다.

119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에는 물린 부위로부터 심장 쪽으로 5~7cm되는 부위를 3~5cm 폭의 천으로 묶는다. 손목이나 발목의 맥박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 천을 꽉 조인 다음 조금씩 풀어주면서 맥박이 강하게 만져지는 순간에 천을 고정해야 한다.

정지원 감염내과 교수는 “간혹 뱀에 물린 부위를 째고 나서 입으로 흡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다”면서 “절개를 잘못해 동맥이 손상되면 다량 출혈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구강 내에 상처가 있거나 발치한 사람이 상처부위를 흡입하면 독이 구조자의 체내로 유입될 수 있다”면서 “당황하지 말고 기본 가이드라인을 지켜 응급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