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예미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프로젝트 그룹 Toy의 프로듀서 가수 유희열은 이렇게 말했다. “결국, 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소수의 ‘덕후(한 가지 분야에 매우 깊숙하게 몰입하는 이들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オタク)의 한국식 표현)’들”이라고. 그런 의미에서 책 <부의 시선>에서 다루는 슈퍼리치(부자)들의 소비는 덕후들이 자신의 ‘덕질’에 가치를 부여와 유사한 점이 있다.

책 속의 슈퍼리치들은 일반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도통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아니 상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소비의 힘(?)을 보여준다. 몇 백 만원에서 최대 몇 천 만원을 호가하는 만년필 한 자루, 서울 지역 주택 가격과 맞먹는 시계와 보석 장신구, 수 억 원대의 이불 혹은 수백 억 원대에 이르는 그럼 한 점 등을 마치 대형마트에서 우유를 고르는 것처럼 선택하고 그것들을 손에 넣기 위해 망설임 없이 소비한다.  

<부의 시선>은 슈퍼리치들이 왜 특정 재화에 수억 원에서 수백억 원의 돈을 소비하게 되는가를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책 속에서 이야기하는 슈퍼리치들의 소비는 그저 돈이 너무 많아 주체가 되지 않기 때문에 뭘 사더라도 가장 비싼 것을 살 수 밖에 없는 것과는 궤가 다르다. 결론은 이것이다. 그들은 특정한 재화에 매겨진 아주 특수한 가치들을 ‘납득하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오직 ‘나만을 위한 것’에 대한 가치 그리고 특정 재화에 담겨있는 수 백년에 이르는 스토리텔링이 부여하는 특수함의 가치에 공감하고 그를 소유하기 위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물론, 책에 소개된 고가의 재화들을 소비하는 슈퍼리치들 중에는 분명 자신이 가진 부의 규모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를 원하는 ‘과시 소비’를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설사 그런 이들이라고 할지라도, 결국 그들이 가진 많은 재화도 ‘유한’한 것이기에 많게는 수백억에 이르는 돈을 아무 이유 없이 쓰지는 않는다. 책에 소개된 브랜드들은 그 ‘이유’를 찾아내서 강조하고 가치를 설명하고 슈퍼리치들을 납득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책 <부의 시선>은 슈퍼리치들의 관점이라기보다는 슈퍼리치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은 브랜드들의 관점에서 슈퍼리치들을 ‘납득시킨’ 특별한 마케팅 전략에 대해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슈퍼리치들은 특정 브랜드가 자신들에게 주는 만족감에 대해 납득하고 ‘덕질’을 하는 것이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 메시지는 부와 소비에 대한 새로운 관점으로 브랜드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그를 통해 얼마나 큰 경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슈퍼리치들이 선호하는 재화들을 거의 대부분 체험(전부는 아닌 것처럼 보인다)하고, 직접 눈으로 보고 장기간의 기획기사와 책으로 엮어낸 저자이자 기자의 깊숙한 취재 그리고 구성은 깔끔하다. 아울러 기사체의 성격이 엿보이는 책 속 문장들은 매우 쉽게 읽힌다. <부의 시선>은 일반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소비’에 대한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그에 대한 설명을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