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8월 한 달 동안 총 9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총 4개의 신약을 승인했던 지난달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그동안 임상시험 결과로만 소식을 전해왔던 야누스 인산화효소(janus kinase, JAK) 억제제의 승인이 활발하게 이뤄져 눈길을 끈다. 

JAK 억제제는 면역과 염증 조절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에 명령을 내리는 효소인 JAK를 억제해 염증성 사이토카인 증가를 막는 기전을 가진다. 이달 세엘진의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 애브비의 류마티스 관절염 '린보크' 등 JAK 억제제 계열의 신약이 FDA 허가 관문을 넘어섰다. 패스트트랙 및 우선심사, 가속승인, 혁신의약품 등 FDA의 신속심사 프로그램이 신약 승인 속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허가된 JAK 억제제의 77%가 우선심사로 승인됐으며, 평균 심사 기간은 약 6개월로 나타났다.

▲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8월 한 달 동안 총 9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건활막거대세포종 치료제 '터랄리오'(펙시다티닙)
일본 다이이찌산쿄의 '터랄리오'는 건활막거대세포종(TGCT)을 적응증으로 FDA의 승인을 취득한 최초의 약물로 기록됐다.

TGCT는 관절 공간의 표면을 덮는 얇은 조직층인 활막과 근육을 뼈에 연결하는 섬유 조직인 힘줄을 덮고 있는 힘줄 덮개에 영향을 미치는 희귀 종양이다. 종양 발생은 드물지만 활막과 힘줄이 커지면서 주변 조직에 손상을 입히는 게 특징이다.

터랄리오가 개발되기 전까지 TGCT의 유일한 치료법은 수술뿐이었다. 게다가 수술을 통해 완벽한 종양절제가 불가능해 만족할 만한 치료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의료 업계는 터랄리오의 이번 FDA 승인을 계기로 TGCT 환자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이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활막거대세포종 치료제 '터랄리오' 출처=다이이찌산쿄

약물내성 결핵 치료제 '프레토마니드'
프레토마니드는 전 세계 결핵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비영리단체인 TB얼라이언스가 개발한 항생제다. 약물에 내성이 생겨 치료가 어려운 결핵을 효과적으로 퇴치할 수 있는 병용요법으로 개발됐다.

프레토마니드는 베다퀼린, 리네졸리드 등과 함께 복용하는 형태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약물내성 결핵 및 다제내성 결핵 환자에게 뛰어난 치료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FDA에 따르면 3종 약물 병용요법의 안정성과 효능을 확인하는 임상 결과, 107명의 환자 중 95명(88.79%)에게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치료 성공률 34%를 크게 웃도는 결과다.

TB얼라이언스는 중저소득 국가에 한해 프레토마니드의 비독점적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등 고소득 국가에서는 글로벌 제약사 마일란과 프레토마니드의 제조 및 판매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마일란은 올 연말 프레토마니드의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기면증 치료제 '와킥스'(피톨리산트)
하모니 바이오사이언스의 '와킥스'는 선택적 히스타민3 수용체 길항 작용을 가진 기면증 치료제다. 뇌에서 히스타민의 방출과 합성을 증가시키는 작용으로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세인 기면증을 치료한다.

특히 와킥스는 미국 마약단속국(DEA)으로부터 관리대상 의약품으로 지정되지 않은 기면증 치료제가 처음으로 FDA의 허가를 취득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미국에서 출시되면 재즈 파마슈티컬의 '수노시'와 '자이렘', 테바의 '프로비질' 등 기존 기면증 치료제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와킥스'는 아침 기상 후 1일 1회 복용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단 중증 간 질환 환자나 말기 신장 질환 환자에게는 권장되지 않는다.

▲ 기면증 치료제 '와킥스' 출처=하모니 바이오사이언스

표적 항암제 '로즐리트렉'(엔트렉티닙)
로슈의 로즐리트렉는 특정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개인 맞춤형 항암제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에 신경영양 티로신 수용체 인산화효소(NTRK)라는 유전자 변이를 보이는 일부 고형암종에 대한 치료제로 승인됐다.

로즐리트렉의 종양 억제 효과는 NTRK 돌연변이가 확인된 54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4개의 임상 시험을 통해 입증했다. FDA에 따르면 4개 임상 시험에서 확인된 전체 반응률은 57%로 나타났으며, 이중 7.4%는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 또 61%의 환자에서는 종양억제효과가 9개월 이상 지속됐다. 암종의 발견 위치는 폐, 타액선, 유방, 갑성선, 직결장 순이었다. 12세 이상 소아청소년 임상을 근거로 처방도 가능하다. 아울러 FDA는 로즐리트렉을 ROS-1 돌연변이가 확인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추가 허가했다.

▲ 표적 항암제 '로즐리트렉' 출처=로슈

골수섬유증 치료제 '인레빅'(페드라티닙)
인레빅은 JAK2를 차단하는 기전을 가진 골수섬유증 치료제다. 세엘진이 지난해 1월 인수한 항암제 전문 제약기업 임팩트 바이오메디슨에 의해 허가신청이 이뤄졌다. 인레빅은 신속심사와 희귀의약품 지정을 거쳐 최종 승인됐다.

임상시험에서 ‘인레빅’ 400mg을 매일 복용한 96명의 환자 가운데 35명이 눈에 띄는 치료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인레빅은 부작용으로 베르니케 뇌병증을 포함해 중중 및 치명적인 뇌병증이 수반될 수 있다. 따라서 FDA는 제품 처방정보란에 이 같은 위험을 알리는 박스형 경고 문구 삽입을 명령했다.

골수섬유증은 희귀하게 발생하는 골수 장애의 일종이다. 지금까지 골수섬유증 치료제로 허가를 취득한 약물은 '자카피'(룩솔리티닙)가 유일했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린보크'(우파다시티닙)
애브비의 린보크는 이달 시판허가를 받은 의약품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신약이다. 현재 FDA로부터 혁신 치료제로 인정을 받았다.

애브비는 현재 우파다시티닙의 치료 효능을 확인하기 위해 4400여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비롯해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등 다수의 적응증 확보를 꾀하고 있다.

FDA는 해당 임상 결과에서 도출된 자료를 근거로 '린보크'를 중등도~중증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로 승인했다. 린보크는 1일 1회 경구복용용 JAK 억제제로 임상 3상에서 1 ‧2차적 시험목표를 모두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린보크 역시 기존 JAK 억제제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감염이나 혈전증 유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혈전증 발생 위험을 알리는 박스형 경고문을 붙여 출시될 예정이다.

▲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린보크' 출처=애브비

폐렴 치료제 '젠레타'(레파물린)
나브리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젠레타는 지역사회 획득 세균성 폐렴(CABP)을 치료하는 항생제다. 지역사회획득 폐렴은 병원획득 폐렴과 대립되는 용어로 지역사회에서 얻은 폐렴을 일컫는다. 지역사회획득 폐렴은 감염성 질환에서 가장 흔한 사망 원인 중 하나다. 항생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매년 약 100만명이 입원하고 5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젠레타는 FDA의 감염질환 품목인증(QIDP) 지정을 받았다. QIDP는 심각하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항균·항진균제 제품에 적용된다.

나브리나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젠레타는 1289명의 CABP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2가지 임상 시험에서 안정성과 효능을 입증했다. 또 자이복스와 아벨록스 병용군이나 아벨록스 단독 투약군과 비교 평가에서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다.

▲ 폐렴 치료제 '젠레타' 출처=나브리바 테라퓨틱스

방사성 의약품 'Ga-68 도타톡'
Ga-68 도타톡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는 소마토스타틴 수용체에 결합하는 소마토스타틴 유사체다. 신경 내분비 종양(NET)의 영상화를 위해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한 영상기술인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과 함께 사용된다. 즉 Ga-68 도타톡은 신경 내분비 종양을 진단하기 위한 방사성 의약품이다.

신경 내분비 종양은 신경계와 내분비계 조직이 뭉쳐 발병하며, 주로 소화기계통인 췌장·위·소장·대장 등에서 발견된다. 암과 유사한 성질을 가져 '유암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크기가 작은 신경 내분비 종양은 전이 우려가 적어 수술로 제거할 수 있지만 클 경우 다른 장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약물치료나 방사선치료 등이 이뤄진다.

▲위 신경 내분비 종양 치료를 위해 Ga-68 도타테를 투여한 56세 남성 환자의 PET 및 CT. 출처=Symbiosis Online Publishing

파킨슨병 치료제 '누리안즈'(이스트라드파이린)
누리안즈는 일본 교와기린이 개발한 아데노신 A2A 수용체 길항제다. 대뇌 기저핵에 분포해 운동 기능 조절에 관여하는 아데노신 A2A 수용체의 작용을 억제한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이 아데노신 A2A 수용체를 차단해 노화 및 알츠하이머병에서 기억손상을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누리안즈는 기존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져 레보도파/카비도파 병용요법으로 치료 중인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FDA 사용 허가를 받았다. 레보도바는 항파킨슨계의 성질을 가진 도파민의 아미노산 전구체이다. 도파민을 분비하고 도파민 수용체를 자극해 파킨슨병에서 보이는 내생적 도파민의 고갈을 막는다. 또 카비도파는 말초 신경에서 L-도파를 도파민으로 바꾸는 효소를 억제한다. 의료 업계는 레보도바와 카비도파를 함께 투여하면 뇌에 더 많은 도파민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