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보험사들이 초저금리 환경에 대비해 리스크관리 및 사업모형 전환을 추진해야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 성장성, 수익성 악화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구적 리스크관리를 유인하는 제도 및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연형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1일 ‘금리 하락이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과제’ 보고서에서 “최근 경기 둔화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시장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출・투자 부진 등에 의한 성장세 둔화와 물가 하방 압력 확대로 인해 7월 18일 기준금리가 기존 1.75%에서 1.5%로 인하됐다. 지난달 22일 기준으로 국고채 1년, 10년, 30년 금리는 각각 1.108%, 1.229%, 1.242%로 모두 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태다.

▲ 출처=보험연구원, 한국은행

현행 회계제도의 자산과 부채 간 평가 불일치로 인해 금리가 하락하면 통상 보험산업의 지급여력(RBC)비율이 상승한다. 자산의 상당부분은 시가평가 되지만, 보험부채는 원가평가 돼 금리하락에 의해 가용자본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단, 금리 하락으로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 Liability Adequacy Test)에 의한 추가 적립이 발생할 경우 가용자본이 감소한다. 지난해 말 기준 RBC 비율은 생명보험 271%, 손해보험 243%로 양호한 상태다.

그러나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할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산업의 자본이 감소된다. 보험산업의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에 비해 짧아 금리 하락에 의해 자산보다 부채의 가치가 더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금리가 하락하면 보험산업의 자본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듀레이션 갭 자체도 더욱 확대된다. 금리와 보험회사 부채 가치 간의 높은 볼록성(Convexity)으로 인해 시장금리 하락 시 자산 듀레이션의 확대보다 부채 듀레이션 확대가 더 크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의 부채는 최저보증이율로 인해 금리 하락 시 듀레이션이 크게 늘어난다.

보험사는 금리 하락에 의한 듀레이션 갭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하는데, 이는 장기금리를 더욱 하락시킬 수 있다.

보험사의 전략에 의한 초장기채 금리 하락이 예상될 경우 다른 기관투자자들도 초장기채 매입을 확대할 수 있으며, 이는 장기금리의 하락을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부족한 국내 장기채 공급으로 인해 보험회사는 해외 장기채 매입을 더욱 확대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환헤지로 인해 통화파생상품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 출처=보험연구원, 금융감독원

또 2017년부터 진행된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강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추가 적립이 거의 없었는데, 올해 금리의 급격한 하락으로 인해 추가 적립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2017년부터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 시 할인율을 “무위험수익률 + 유동성프리미엄(단계적 강화)” 방식으로 개선했는데 2016년에 비해 2017, 2018년에 무위험수익률이 상승했다.

올해는 무위험수익률이 크게 하락하고 유동성프리미엄도 축소돼 LAT에 의한 추가 적립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할인율 하락에 의해 생명보험산업의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하락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산업의 자본성증권(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더욱 확대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향후 발행여건도 악화될 수 있다.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해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회사들은 2016년부터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향후, 공급 증가와 금리 하락에 의한 보험회사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등으로 인해 발행 시 가산금리가 높아질 수 있다.

저축성보험의 경우 공시이율 하락으로 판매유인이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공시이율이 은행의 예금보다는 서서히 하락해 수요 확대 여지는 있으나, 공시이율 인하로 인한 수익성 악화 및 사업비 지출 감소로 인해 판매유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초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경우 최저보증이율 인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예정이율 인하에 의한 보험료 상승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로 인해 장기적으로 판매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보험료가 상승할 경우 장기적으로는 보장성보험의 수요가 감소할 확률이 높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오르기 전 마케팅에 의한 판매 확대가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 출처=보험연구원

금리가 하락하면 이차역마진 확대, 책임준비금 및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확대 이외에도 자본성증권 발행 확대로 인해 보험산업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2018년 말 12개 생명보험회사의 자본성증권 평균 발행금리는 4.58%인 데 비해 운용자산이익률은 3.42%로 1.16%p의 금리역마진이 발생했다.

최근 손해율 상승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보험산업의 수익성은 2019년 금리 하락에 의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해보험산업의 경우 실손의료보험 및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해 합산비율이 2017년 101.3%에서 2019년 1/4분기 105.8%로 급등했다.

조 연구위원은 "보험산업은 2000년대부터 저축성보험을 금리연동형 중심으로 전환하고 자산 듀레이션을 확대하는 등 금리 하락에 대응하는 노력을 해왔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시장금리 하락 속도로 인해 재무건전성, 성장성, 수익성 악화 부담이 매우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보험회사는 초저금리 환경에 대비한 리스크관리 및 사업모형 전환을 추진하고, 금융당국은 보험회사의 자구적 리스크관리를 유인하는 제도 및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초저금리 고착을 가정해 적극적인 부채 구조조정을 실행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계약이전(Run-off 거래), 계약 변경 등과 관련된 합리적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보험사는 해외 진출과 신사업 추진 등 성장성 및 수익성 제고를 위한 다각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연금 상품의 구조와 판매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