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만약 당신이 잘 넘어지거나 균형을 쉽게 잃는 사람이라면 일본 연구원들의 로봇 꼬리를 주목하라.

도쿄 게이오 대학의 한 연구팀이 사람이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꼬리를 고안했다고 CNN이 최근 소개했다. 이 꼬리는 장착 보조도구를 사용해 몸에 착용하며 착용자는 동물이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다.

연구원들은 꼬리가 추가적인 사지 역할을 하는 포유류와 척추동물들을 세밀히 조사한 후 이 ‘생물체의 특성에서 영감을 받은’ 꼬리를 개발했다. 착용자의 허리에 부착하는 약 1m 길이의 두터운 꼬리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척추뼈 같이 생긴 판으로 덮여 있으며, 진짜 꼬리처럼 꼬불꼬불 꼬불거린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꼬리에는 센서와, 착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해 움직이게 되어 있는 네 개의 인공 근육이 들어 있다. 예를 들어 몸을 왼쪽으로 기울면 꼬리는 오른쪽으로 향하고 몸을 숙이면 꼬리가 위쪽을 향한다.

이런 역방향 움직임은 몸의 가속도와 무게 중심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힘을 제공함으로써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안정성을 높여준다.

▲ 로봇 꼬리는 네 개의 인공 근육을 통해 사용자의 움직임에 반응한다.     출처= Keio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Media Design

아크(Arque)라고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야멘 사라이지, 나베시마 준이치, 미나미자와 쿠타 등 세명의 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지난해 여름에 이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다.

사라이지 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웨어러블 기술로 인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고양이와 호랑이 꼬리를 모방한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실험했는데, 사람에게는 그 꼬리가 너무 가벼워서 몸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들은 필요한 힘과 추진력을 줄 수 있는 보다 더 크고 무거운 해마의 꼬리로 바꾸었다.

사라이지 연구원은 꼬리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꼬리의 무게가 착용자의 몸무게의 약 5%는 돼야 하기 때문에 시제품의 길이와 무게를 모두 조정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꼬리를 허리에 착용하기 때문에,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까지는 착용자는 꼬리의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사라이지 연구원은 로봇 꼬리는 아직 연구개발 단계여서 소비자들이 조만간 구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원들은 로봇 꼬리가 사용자의 움직임에 더 빨리 반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인공 근육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들은 현재 이 로봇 꼬리의 장기 사용에 따른 잠재적 부작용을 조사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1년 동안 로봇 꼬리 제작에 매달렸으며 이달 초에야 처음으로 시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했다. 그들은 이 시제품이 어떻게 사용될지 이미 상상에 가득 차 있다.

사라이지 연구원은 "우리는 균형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이 꼬리 로봇이 효과가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의료팀과 협력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5년내지 10년 후에 웨어러블 기술로 인체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 될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봇 꼬리는 균형 장애나 근육 질환을 가진 사람들뿐만 아니라, 노인들이 안정적으로 평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려야 하는 작업자들에게 추가적 지지대로서의 기능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로봇 꼬리는 가상 현실 제품에서 가상 설정을 흉내 낼 수 있다.    출처= Keio University Graduate School of Media Design

로봇 꼬리는 또 엔터테인먼트 산업, 특히 가상 현실이나 촉감 반응에도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상현실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면, 꼬리는 가상의 설정을 흉내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약 가상 현실에서 강한 바람을 설정하는 경우, 꼬리가 균형을 잡아줘 마치 바람 속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로봇 꼬리는 이 연구팀의 최신 제품이지만, 게이오 대학의 연구원들은 이전에도 웨어러블 팔다리와 사용자가 신체처럼 공유할 수 있는 원격 작동 웨어러블 시스템을 실험한 적이 있다.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웨어러블 기술 분야에서 일본은 세계적인 리더가 되었다.

일본 도쿄에서는 지난 2015년에, 피아니스트용 전자 장갑부터 전자 기모노까지 다양한 웨어러블 기술이 전시된 세계 최대의 웨어러블 기술 박람회 웨어러블 엑스포(Wearable Expo)를 개최했다.

어떤 제품들은 개 주인들에게 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려주는 개 벨트 같은 재미있고 익살스러운 기술이 있는가 하면, 뇌성마비 어린이의 보행에 도움을 주는 로봇 외골격 같은 제품처럼 사용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주는 기술도 있다. 스캐닝 바코드가 있는 손톱 스티커는 크기가 매우 작고 감지하기도 어렵지만 치매 노인들을 추적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사라이지 연구원은 "로봇 꼬리가 가까운 장래에 장애인이나 몸이 약한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