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시선> 박수호·나건웅·김기진 지음, 예미 펴냄.

슈퍼리치의 기준은 아직 정립된 게 없다. 로스차일드 은행, 룩셈브루크 국제은행 등 슈퍼리치 전문 은행에서는 현금성 자산 500만~1000만 유로(약 64억~128억 원) 쯤 되어야 고객으로 받아들인다.

국내에서는 평균 자산 300억원 이상 보유해야 한다거나 집 인테리어에 2억 원 이상(주방에만 1억원 이상) 지출할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등 여러 기준이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슈퍼리치들의 생활태도, 소비형태, 재테크, 인간관계 등을 정리하고 있다.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요약하면 이런 모습이다. ‘2억 원짜리 손목시계를 차고 세상에 하나뿐인 만년필로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입회비 1억의 피트니스클럽에서 운동을 하며, 인테리어 비용 2억5000만 원이 들어간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 잠자리에서는 2000만 원짜리 이불을 덮고 잔다.’

부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상품으로는 파버카스텔 만년필, 반클리프아펠 시계, 롤스로이스 자동차, 바카라 샹들리에, 덕시아나 침대, 람보르기니 안마의자 등이 있다. 서비스로는 1억5500만 원짜리 세계여행 패키지와 전 세계 부호들을 상대로 하는 안티에이징 치료여행, 외국인 VIP 의전관광, 3000만 원짜리 프러포즈, 6억 원짜리 결혼식, 한 달 숙박 2억 원의 펜트하우스 등이 있다.

슈퍼리치들은 과시가 아닌 가치를 추구한다. 비싼 물건에만 열광하지 않는다. 가치가 있는 물건, 스토리가 있는 제품, 쉽게 해볼 수 없는 특별한 경험에 의미를 둔다. 진짜 부자들은 과시를 위한 소비는 넘어섰다.

책에는 슈퍼리치를 공략하려는 럭셔리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이 소개돼 있다.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 CEO 등에게 인기가 많은 그라폰 파버카스텔 만년필은 가오리 가죽, 스네이크우드, 2억 년 이상 석화된 나무 등 구하기 어려운 소재를 사용한다.

야구선수 추신수가 비스포크 서비스로 주문제작한 3억2000만 원짜리 크라운구스 침구는 1년에 이불 1000 채 정도만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소량 채취되는 아이슬란드산 아이더다운을 충전재로 넣었다.

반클리프아펠의 손목시계 ‘미드나잇 플라네타리움’의 경우 보석으로 만든 작은 행성들이 실제 공전주기와 똑같이 시계 위를 회전하도록 만들어 다이얼 안에 작은 우주를 구현해놓았다. 시계 위에서 터콰이즈 보석이 한 바퀴 도는 것을 보려면 실제 지구의 공전주기인 1년, 서길라이트가 한 바퀴 도는 데는 토성의 공전주기인 29.4년이 걸린다. 이런 특별한 경험이 슈퍼리치의 마음을 끌어 2억 5000만 원이라는 값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