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이 지난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며 경제전쟁을 걸어온 가운데, 최근 1차 수출규제 대상으로 지목됐던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처음으로 허가한 사실이 30일 확인됐다. 수출 업체는 일본의 스텔라, 수입 업체는 삼성전자다.

업계에서는 일본의 전향적인 결단에 주목하면서도 '방심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경영에 나서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현재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상태다. 비(非)민감품목 전략물자와 비전략물자 모두 수출 방식이 일반포괄수출허가에서 개별허가 또는 특별일반포괄허가로 변했다. 전략물자 비민감품목은 총 857개며, 여기에 비전략물자까지 더해지면 사실상 모든 산업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인증한 자율준수(ICP·Internal Compliance Program) 기업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경우의 수가 살아있다"면서 "일본이 입맛대로 수출규제를 조절한다면 한국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달 초 한국을 대상으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 3대 소재 수출 규제를 걸었으나 최근 세부시행규칙을 마련하며 추가제재를 도입하지 않으며 숨 고르기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중단하자 다시 강공모드로 돌아섰다.

다만 일본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도 일부 수출규제를 풀어주기도 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19일 한국에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했으며, 수출하는 기업은 일본의 JSR이고 수입하는 곳은 삼성전자로 확인됐다. 지난 8일에도 일본은 3개월 물량의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허가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전격 허가하자 업계에서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지소미아 중단으로 미국이 연일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향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은 29일 국방부 청사에서 조셉 던포드 합참의장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두 나라에 매우 실망했고 여전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실망감은 이미 자주 나온 상태에서, 이번에는 일본에도 불똥이 튄 셈이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준비하는 일본 입장에서는 이러한 미국의 반응이 부담스럽다. 그런 이유로 한일 경제전쟁에 있어 일종의 완급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포토레지스트 두 차례 수출허가, 최근 고순도 불화수소 수출허가는 일본의 전향적인 결단이 아니라 국지적 전술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경제전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을 위해 최소한의 숨통을 트여주는 작업에 나설 뿐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을 우려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한 상태에서 "공격의 주도권은 일본에 있다"는 시그널일 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일본이 857개 이상의 품목을 대상으로 자유롭게 수출규제를 걸 수 있는 상황에서, 몇몇 품목의 수출규제와 완화를 통해 사태의 주도권이 일본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