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A라는 사람이 사이가 틀어진 B를 상대로 주먹질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B는 나와 화해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한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막상 B는 화해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A가 재차 이런 말을 한다면 당연히 숨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한다. 심지어 A가 이미 지쳐있고 슬슬 피곤해지고 있다면, A의 언행불일치는 더욱 선명한 의지를 드러난다. 미중 무역전쟁 이야기다.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확전되는 한편 패권경쟁으로 치닫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라디오 인터뷰에서 "다른 급의 협상이 오늘 잡혀 있다"며 "우리는 계속 (중국과) 대화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다른 급의 협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고,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도 이와 관련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중국은 정말로 거래를 하고 싶어 한다"면서 "기업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고 호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 26일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나왔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현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국 관리들이 미국 무역 협상단에게 지난 밤 전화했다”면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면서 “우리는 곧 협상을 시작할 것이고 합의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은 곧장 부정당했다.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국장은 즉각 트위터를 "내가 알기로는 실무레벨에서 미중이 상호 연락을 하고 있지만 미·중 무역협상 고위급 대표들이 최근 전화통화를 한 적은 없다"라며 "중국이 간절하게 무역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말한 것에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6일 정례브리핑에서 "양국이 전화통화를 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라고 확인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재차 중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태해결에 힘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을 이해하려면 미국의 최근 경제가 크게 흔들리는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2.1%에서 2.0%로 하향조정했으며, 주요 대기업들은 연이어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9월과 12월 중국에 대한 관세폭탄을 예정대로 투하할 생각이며, 이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진 만큼, 미국이 당장 공격을 멈출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중국은 지난 25년간 미국을 뜯어먹었다"면서 미중 무역전쟁 확대 자제를 요청한 공화당 소속 팻 투미 상원의원을 향해 "중국을 향해 손을 들고 계속 속으라고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예정대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미국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데다 내년 재선을 위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예정대로 중국에 대한 강공모드를 이어가면서도 대화의 여지를 남겨 사태해결의 단초로 삼으려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