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 ER EDU > 칼럼
[CEO의 온라인 오답노트] 정보 공유는 나눔이 아니라 동의
   

최근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유명한 중견 기업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회사는 ODM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과정을 위탁 생산) 방식의 사업모델을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최초로 시작한 회사입니다. 국내 화장품 제품의 20% 이상을 이 회사가 만들고 시가 총액 1조가 넘는, 기술력을 인정받는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업의 회장은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은 월례조회로 판단했을 겁니다. 하지만 8월 월례조회 이후 4일 만에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퇴했습니다. 주로 B2B 형태 사업을 영위하기에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회사였지만 이번에 부정적인 이슈로 단박에 인지도를 높였습니다. 4일 만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이번 이슈와 관련해 기업 CEO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포인트를 세 가지로 요약해서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기업 CEO와 주요 경영진은 공개된 자리에서 불필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불필요한 이야기 중 대표적인 것은 정치, 종교, 연예 관련 주제 이야기입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대다수 사람들이 주관적 성향에 따라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고 논쟁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합리적이고 전문적인 논쟁은 CEO 브랜딩 차원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히 정치, 종교와 관련한 개인적 성향을 공개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논쟁을 통한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지 못합니다. 대부분 첨예하고 자극적인 언쟁으로 치닫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여기서 공개된 장소란 이제 사람이 모여있는 오프라인 공간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소수와 공개되는 온라인 공간뿐 아니라 일대일 대화로 진행되는 온라인 메신저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커뮤니케이션 환경은 모두가 오픈된 공간이 되었으며 온 더 레코드 시대(on the record)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경우도 700여 명의 임직원들이 모인 오프라인 공간에서 진행된 월례조회 행사에서 발생했으나 이 조례에 참석한 한 구성원이 익명 기업 커뮤니티 앱에 상황을 올리고 모 방송사가 단독으로 보도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이런 과정은 최근 기업 이슈의 공통된 패턴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및 SNS 채널의 콘텐츠 공유 행위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참여, 개방, 공유는 웹 2.0 시대정신과 같은 행위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중 공유 행위는 정보 습득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다양한 정보를 특정 계층의 점유물이 아닌 대중의 소유로 만드는데 일조했습니다. 정보 확산의 속도도 배가시켰습니다.

현재는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SNS 채널의 특성 때문에 정보 공유 행위가 단순 정보 나눔 혹은 정보 확산의 의미를 넘어섰습니다. 공유하고자 하는 정보와 의견에 동의, 동조한다는 행위로 변모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공유한 콘텐츠뿐 아니라 해당 콘텐츠 제작자의 성향과 관점에 모두 동의한다는 개념으로도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이 기업 회장이 올린 영상을 제작한 유튜버는 특정 정치적 성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월례조회에서 직원들에게 시청하게 했던 해당 영상에는 극단적인 대통령 비하와 여성 비하 발언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영상을 공유할 때 설령 선한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언론과 대중은 많은 시간과 공간을 할애해 전체 맥락을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특히 파편적이고 자극적인 메시지와 상황에 더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회적 본능입니다. 때문에 공유하는 행위를 할 때 본인만의 원칙을 가지고 일종의 자기 검열 단계를 거치는 것을 권장해 드립니다.

세 번째, 기업 CEO와 경영진들이 시대가 변화한 것을 방관하거나 망각하고 묵인하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위기였습니다. 나의 언행과 우리 기업의 문화가 시대에 역행하거나 사회적 이슈가 될 수 있는 요소가 없는지 정기적인 검토를 해야 합니다. 임직원들이 힘들어하는 환경과 좋은 전통은 분리해야 하며 나의 아집과 훌륭한 신념을 구분해야 합니다. 변화하는 사회적 부정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의 언행에 지속적으로 적용해야 합니다. 불합리한 문화의 경우 기업 CEO 한 명만 바뀌면 되는 상황을 임직원 모두가 바꿔야 하는 비효율을 개선해야 합니다.

이번 이슈를 겪은 기업이 이번 과정을 반면교사 삼아 더욱 훌륭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원합니다. 기업 CEO들은 이 사례를 잊지 말고 기억하고 체득해야 합니다. 우리 기업에 내가 핵심 위기 요소가 되지 않고 CEO의 언행이 기업의 명성에 도움이 되도록 관리해 주시길 희망합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9.04  08:02:17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의 다른기사 보기

[태그]

#이코노믹리뷰,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SPONSORED
여백
여백
전문가 칼럼
동영상
PREV NEXT
여백
포토뉴스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