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DLS 사태는 보험업계에 아무런 관련도 영향도 없어요”

최근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에 대한 보험사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DLS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며 안심하는 분위기다.

일명 DLS 사태는 최근 독일·영국 등 연계 국가의 금리가 급락하면서 DLS·DLF의 원금 전액 손실 우려가 나오면서 시작됐다. 이런 원금 전액 손실까지 가능한 고위험 상품을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판매한 것이 아니냐는 쟁점이 이번 사태의 골자다.

이 상품들은 만기시점에 금리가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연 3~5%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반 은행 상품 이자가 1~2%인 것을 감안하면 고수익 상품이다. 하지만 금리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하면 원금 전액 손실까지 가능한 고위험 상품이기도하다.

금융권의 불완전판매 온상으로 지적받는 보험업계도 이를 무심코 흘려 넘기기엔 잠재 위험 요소가 다분하다. 보험업계도 DLS만큼의 규모는 아닐지라도 원금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을 다수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상품이 변액보험이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변액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는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되는데, 보험사들은 고금리 확정이자로 판매된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변액보험은 저축성 보험처럼 확정 이율을 가입자들에게 지급하지 않기에 보험사의 자본 부담을 줄여준다.

하지만 변액보험은 보험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운용 실적에 따라 계약자에게 투자 성과를 나눠 주는 상품으로 증시에 큰 영향을 받는다. 즉 원금 손실 위험이 높은 상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국내 증시 부진에 변액보험 펀드의 순자산은 최근 두 달 새 3조원 넘게 증발했다.

그만큼 변액보험은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높다. 복잡한 상품구조 탓에 제대로 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으며, 최악의 경우 의도적으로 원금손실 위험을 알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지난 2018년 7월부터 불완전판매 방지와 변액보험 부적합자 판별을 위해 적합성 진단을 마련했다. 이는 원금손실에 위험이 있는 상품인 만큼 고객들의 투자성향을 파악해 부적합한 부분이 하나라도 나올 시 가입을 권유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몇몇 보험사들은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부적합 점수를 낮게 설정하거나 절차 순서를 변경하는 등 적합성 진단을 운용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최근엔 증시부진은 물론 불완전판매가 늘어가면서 변액보험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변액보험 민원은 2537건으로 전년 동기 2195건 대비 15.58%나 증가했다.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고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는 보험상품은 변액보험뿐만이 아니다. 일명 환테크를 노릴 수 있는 ‘외화보험’도 이에 해당한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달러나 위완화로 이뤄진 상품을 말하는데, 원화상품 대비 이율이 높고 10년 이상 유지 시 비과세 혜택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일부 설계사들이 상품판매 과정에서 외화보험의 환차익 등을 내세우며 가입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환차익이란 외화자산이나 부채를 보유한 상황에서 환율변동에 따라 이익이 발생한 경우를 말하는데, 환율에 따라서 보험료와 보험금의 원화가치가 달라져 수익을 보장할 수 없다. 또한 외화보험은 10년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중도해지에 따른 원금손실 우려도 있다.

저금리·저성장·저출산 기조에 보험업계는 때 아닌 한파를 맞고 있다. 포화된 보험 시장 속 가입자 유치가 힘들어지면서 과도한 경쟁에 불완전판매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사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듯 이번 DLS사태는 직접적으로 보험업계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안일한 태도는 소비자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보험산업에 제 2의 DLS사태를 초래하기에 충분하다. 바로 지금이 ‘반면교사’의 자세로 임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