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네이버의 라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폄훼하는 콘텐츠를 판매해 빈축을 사고 있다. 29일 현재 해당 콘텐츠는 하루만에 삭제된 상태지만 논란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되며 일본은 28일부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고 국내에서는 반일감정이 등 양국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네이버 라인의 일본 비즈니스가 조명을 받으며 예상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 문 대통령 비하 콘텐츠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미스터 문의 도장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인 온라인 스토어에 미스터 문의 도장(Stamps of Mr. Moon)이라는 이름의 메신저용 스티커가 판매됐다. 문제는 해당 콘텐츠의 이미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미지를 심하게 왜곡시켜 기과하게 변형시켰으며 ‘약속? 파기’와 같은 문구도 실렸다. 최근 한일 경제전쟁의 원인인 일제 징용공 배상 문제를 두고 보여주는 일본 우익의 조롱을 연상하게 만든다.

국내 네티즌들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라인은 28일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다. 일본이 자정을 기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당일이다.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라인은 특적 국적 소유자 및 인물, 법인에 대한 비방을 할 수 없다는 내부 가이드 라인을 통해 콘텐츠 검수를 하고 있으나, 이번 사태로 가이드 라인에 허점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인 내부에 일본 우익에 동조하는 직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허황된 음모론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를 통해 일간베스트(일베)가 제작한 이미지가 퍼져 논란이 됐을 때 나온 음모론과 비슷하다.

라인은 언론을 통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발 방지를 엄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네티즌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 라인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네이버, 라인은 아시아 기업

라인의 문 대통령 왜곡 콘텐츠 판매가 큰 화제를 모으는 근본적인 이유는, 네이버와 라인에 대한 국적 논란과 관련이 있다. 라인에 버젓이 ‘반한 콘텐츠’가 등장한 가운데 국내 네티즌들은 라인에게 “도대체 너희들의 국적은 어디인가”라고 묻고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명백한 한국 기업이다. 한국인 창업주인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가 존재하며 중요 사업도 한국에서, 직원도 대부분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세금도 한국 정부에 내고 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이 GIO가 습관적으로 국회에 불려가 의원들의 호통을 당하면서도 이런저런 정책적 설명을 하는 이유도 네이버가 한국 기업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의 검은머리 외국인 CEO는 국감에 불려가도 “제가 한국말을 잘 몰라서”라고 시치미를 떼면 그만이지만, 네이버는 한국 기업이기 때문에 국감에도 충실히 임한다.

라인은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네이버가 지분 72.64%를 보유한 자회사라는 점에서 일단 한국 기업에 가깝지만 한국과 대만 등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중요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으며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한다는 점, 나아가 CEO와 직원 대부분이 일본인이라는 점을 두고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으로 부르기도 한다.

라인의 성공배경에 2010년 인수한 일본의 블로그 서비스 업체 라이브도어 인력들이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 최고경영자와 핵심 개발자들이 라인(당시 NHN재팬)으로 넘어와 현재의 라인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도 맞는 말이다. 라인이 일본 기업이라는 점에 설득력이 실리는 이유다.

이 GIO도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2016년 라인 상장 당시 일본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LINEは日本企業、韓国親会社トップが言明(라인은 일본기업, 한국회사 대표의 언급)’이라는 기사를 통해 이 GIO와의 인터뷰를 담았다.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은 “네이버의 라인 주식비율이 높기 때문에 라인이 한국 기업이라는 (현지의) 의견이 있다”고 말하자 이해진 의장은 “회사의 국적은 어떻게 결정되는가에 대해 이번 증시 상장을 통해 확실히 밝히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라인은 한국이 아닌 미국과 일본에 상장됐다.

이 GIO는 나아가 “라인은 일본 도쿄에 본사가 있고 의사결정 체제를 봐도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일본인이다. 물론 일본의 법률에 따라 관리 운영되고 세금도 일본에 납부하고 있다. 그 의미인 즉, 라인은 일본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라인은 일본 회사라는 것이 이 GIO의 논리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분석이다. 이 GIO는 “네이버가 라인 주식의 약 83%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인을 한국 기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그 이론에 따르면 네이버 주식의 약 6할도 외국인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네이버와 그 자회사인 라인도 한국이나 일본 기업이 아니라는 것이 결론이다”라면서 “국적을 묻는 '의도'는 무엇인가. 이는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고 방식이 아니라 뭔가 불필요한 이슈를 만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즉, 라인은 일본인들이 중심이 되어 일본을 주무대로 삼으며 일본 정부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나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아시아 기업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다. 

기사 제목의 자극적인 느낌과 달리, 이 GIO는 글로벌을 지향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로 글로벌 시대를 맞이해 기업의 국적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네이버와 라인과 같은 ICT 기업의 경우 태생부터 글로벌을 지향하기 때문에 편협한 국수주의에 발목이 잡힐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 논란을 계기로 라인의 국적을 두고 원색적인 비판을 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다.

라인은 최근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지며 일본 내 ‘반한, 혐한감정’이 거세게 일어나고 있으나 유연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었다. 일본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라인의 일간 이용자 수는 80%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제는 간편결제와 송금, 뉴스,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라인 파이낸셜을 통해 현지 암호화폐 시장도 적극 개척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라인페이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대규모 송금 행사를 열기도 했다.

▲ 이 GIO가 발언하고 있다. 출처=네이버

플랫폼 가이드 라인 더 엄정해야

이번 사태를 계기로 라인의 국적을 물으며 유치한 진영논리에 빠질 필요는 없으나, 라인의 내부 플랫폼 가이드의 강화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물론 문 대통령과 관련된 콘텐츠는 라인이 제작한 것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서드파티의 역할도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확고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