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여름이면 살고 있는 아파트의 관리사무소에서 계약을 연장할 것인지 아니면 이사를 나갈것인지를 묻는 연장계약서를 발송한다.

아파트가 마음에 쏙 드는 것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대료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상 그냥 머무르는 것을 택하는데, 이는 이사를 다니는 불편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사를 다니는 불편함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덩치가 큰 가구들을 옮기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파트가 비슷한 내부구조를 갖고 있는 한국과 달리 뉴욕의 아파트들은 대형 단지가 거의 없고 매 건물마다 천차만별로 다른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현재 집에서는 큰 문제가 없던 서랍장이 새집에는 놓을 자리가 마땅히 없다든지, 침대 사이즈가 너무 크다든지 하는 문제가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사를 나가는 사람들마다 멀쩡한 가구를 한두 개씩 내다버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매번 이사를 다닐때마다 가구를 새로 사기도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드니 임대료가 엄청나게 오르지 않는 한은 참고 사는 경우도 많다.

최근 이런 뉴요커들의 고민을 이해한 스타트업 기업들이 가구를 임대해주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가구를 단기간 빌려주는 렌탈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이들 스타트업 기업들은 개인의 기호에 따라서 가구를 정기적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는 3개월에서 12개월까지 단기간 가구를 임대하고 이 기간이 지나면 다른 가구로 바꿔서 받을 수 있다.

선호도에 따라서 집안 인테리어를 바꾸길 원하면 3~6개월마다 새로운 가구를 받거나 이사를 갈때마다 집 사이즈에 맞는 가구를 원하면 12개월마다 가구를 받을 수 있다.

만일 구독서비스로 받은 가구가 마음에 들 경우 그동안에 낸 구독료에 추가해서 금액을 지불하고 해당 가구를 구입할 수도 있다.

가구 구독서비스의 장점은 새로운 집으로 이사할 때마다 새로운 가구로 집안을 장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임대로 1~2년의 계약기간을 사는 세입자들은 잦은 이사로 가구가 망가지고 새집의 구조에 가구가 맞지 않는 것을 우려해서 대부분 비싼 가구를 구입하지 않고 최대한 저렴한 가구를 사서 쓰고 이사갈 때 버리기 일쑤다.

가구 구독서비스는 임대로 1년을 거주하는 경우라도 좋은 품질의 가구를 사용하고 이사를 가면서 다른 가구를 빌리기 때문에 싸구려 가구를 살 돈으로 좋은 가구를 돌려가며 사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가구 구독서비스 업체 ‘페더’의 경우 월 19달러를 내고 회원에 가입한 후에 가구에 따라 다른 가격의 구독료를 내면 가구 배송은 물론이고 조립식 가구의 경우 조립서비스까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 동안 사용하고 다른 제품을 계속 받아보는 구독경제는 특히나 집안에 수납공간이 부족한 뉴욕에서 크게 환영을 받고 있다.

구독경제는 처음 면도기, 휴지, 화장품 등의 생필품으로 시작해서 옷, 신발 등의 패션용품과 가전제품, 가구 등의 고가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나이키도 월 20달러를 내면 신발을 받을 수 있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는데 일년에 4켤레의 신발을 3달마다 받을 수 있다.

유아들과 아동들은 발이 빨리 자라기 때문에 지난 봄에 산 신발이 가을이면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에 착안한 서비스다.

처음 구독경제가 시작될때는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제품을 사러 나갈 필요없이 손쉽게 집에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강조됐으나 최근에는 물건을 소유하기 보다는 필요할때만 쓰고 집안에 놔두지 않는 비소유에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것을 선호하던 과거의 소유 경제에서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최신의 IT기술이나 제품들을 이용해보고 싶어하는 경험위주의 소비로 변해가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굳이 몇 년 후면 구식이 돼서 사용하지 않을 전자제품이나 싫증이 나서 처박아버릴 옷 대신에 구독경제를 통해서 잠시동안 소유한후 다른 제품을 받아보는 구독경제가 각광을 받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