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외식업체의 근황을 취재하는 동안 실적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둘 또는 그 이상 여러 해의 실적 수치를 찾아 차이를 셈한다. 계산하는 과정에서 과거 수치에서 최근 수치를 빼는 경우가 요즘 잦다. 과거 수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실적 내리막길을 걷는 업체들이 적잖은 실정이다.

외식가 표정이 좀처럼 밝아지지 못하고 있다. 비용 상승, 소비 심리 위축 등 악재가 외식 사업장을 덮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사정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점은 갈수록 부정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월별로 집계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4월(101.6)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달 내내 100 이하로 떨어졌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월별 수치 모두 하락폭을 보였다.

CCSI는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생활형편과 경기상황에 대한 현재 판단과 전망 등을 설문함으로써 산출된다. 2008~2018년 기간의 평균 평가 수치를 기준치인 100으로 환산한 뒤 특정 기간의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경기상황이 평균보다 나쁜 것으로 분석한다. 올해 CCSI가 저조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 마음이 과거에 비해 더욱 쪼그라들었음을 의미한다.

그새 폐업하는 사업장의 수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폐업한 ‘음식업’ 사업자 수는 연 평균 16만2421.5명으로 집계됐다. ‘서비스업’과 ‘소매업’에 이어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비용이나 소비자 마음 같은 요소는 불가항력적인 대상이기 때문에 사업자들은 대책을 마련해 극복하거나 감당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고 소비자 니즈가 더욱 세분화함에 따라 더욱 기민하고 적절한 경영 방식을 갖추는 것은 사업자들에게 필수 요건이 됐다.

최고경영자(CEO)들이 냉철하고 이성적인 태도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업황에 현명하게 대처할 뿐 아니라 사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소 우직해보일 정도로 회사와 사업 소재에 대해 애정을 갖고 접근하는 태도가 고객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만난 국내 유력 베이커리 업체 관계자는 현재 모시고 있는 A 회장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자랑스러운 듯 언급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빵 밖에 모르는 사람’인 A 회장은 경영진과 실무진들이 모여 상품 개발 회의를 할 때마다 직접 참석한단다. 테이블 위에 나열해놓은 시제품들을 직접 맛보고 구성원들과 소통한다. 본인이 맛없다고 느낀 제품은 절대 출시하지 않는다고 한다. A회장이 운영하는 기업집단의 베이커리 분야 계열사들은 작년 기준 2~4조원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 홍보대행사의 임원 B씨는 현재 고객사로 두고 있는 외식업체들에 대한 호감을 표했다. 해당 업체의 CEO들이 그간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등 오너 리스크로 구설에 오른 적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에 해명하거나 밀려오는 질문 공세에 시달릴 일 없이 사업을 알리는데만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의미의 발언일 터다.

이 대행사가 홍보하고 있는 커피전문점 및 치킨 브랜드의 CEO들은 30~50대로 젊다. 기존 사업 기조에서 벗어난 파격 전략을 펼쳐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에도 각 시장에서 기록을 세우며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표 부임 후 직원 복지를 강화하거나 브랜드 리뉴얼에 적극 참여하는 등 행보로 애사심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사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은 기업 CEO 뿐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도 필요한 덕목이다. 소규모 창업자들이 실패하는 주 요인으로 경영철학 없이 눈 앞 이익만 노리는 행태가 꼽힌다. 반짝 인기를 끄는 아이템을 팔기 위해 빚을 내 가게를 차린 뒤 인기가 시들면 새 아이템을 취급하는 점포로 업종 변경한다. 인테리어를 뜯어고치느라 기존 대출금을 다 갚기도 전에 다시 수천만원 빚을 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필승 전략’을 마련해야 생존할 수 있다.

기업 윤리를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고용법 위반, 종업원 성폭행 등 사건들로 창업 시장이 최근 오염되고 있는 점은 애석한 현상이다. 경영자들이 올바른 기업가 정신과 대의를 품었다면 발생할 수 없는 일이다. 시장이 건전한 방향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순수한 열정을 지니고 가꾸는 경영자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