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초에 중국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거론하기 시작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약 10% 하락했다.   출처= CFA Institut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중국 위안화가 27일 또 0.15% 하락하며 7.16달러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러다가 위안화 환율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달러당 7위안을 돌파하자 즉각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위안화 가치를 약화시키려고 하기보다는 떠받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양국간 무역, 기술 및 경제적 우위를 둘러싼 세기의 싸움에서 위안화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팩트셋(FactSet)의 자료에 따르면 위안화는 27일 또 다시 약세를 보이며 2008년 초 이후 달러 대비 가장 약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정부가 2018년 초에 중국 수입품에 관세 부과를 거론하기 시작한 이후 위안화 가치는 약 10% 하락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8월 들어 하락 속도는 더 가팔라져 약 4% 하락했다.

물론 위안화의 약세를 허용하는 것은 중국이 자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 영향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달 들어 중국 당국이 오래전부터 저지해 왔던 상징적인 수준인 달러당 7달러를 넘어섰을 때, 그것은 중국 정부가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목표를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인 노력으로 보였다.

그러나 위안화 가치 하락은 중국이 의존하는 세계무역체제가 무역전쟁으로 혼란에 빠짐에 따라 중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약화시키기 보다는 떠받치려고 노력해 왔다는 증거도 있다.

투자자문기업인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스(Medley Global Advisors)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 담당 벤 에몬스 전무는 "중국과 (미국 외) 나머지 국가들과의 무역 관계도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따라서 중국 통화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통화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추측 게임이다. 특히 위안화에 대한 권한을 가진 중국의 정책 입안자들의 의도가 투명하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통화의 위력이 커졌고 자국 경제 관리에 대한 기술적 전문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무역전쟁은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부상을 가능케 했던 세계화라는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도 분명해지고 있다.

위안화 약세에는 광범위한 경제 요인들도 영향

중국은 매일 환율을 ‘고시’하고 있지만, 사실 통화 하락은 경제 성장, 이자율, 무역 수지 등 모든 나라의 통화 환율에 영향을 미치는 대규모의 경제 요인들을 반영하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최근 이러한 경제적 활력 징후들 중 상당 수가 약화되고 있는데, 이는 관세를 둘러싼 치열한 싸움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제의 성장은 명백한 둔화를 보이고 있으며, 정부의 경기 부양을 위한 노력은 당연히 금리 인하를 가져올 것이다.

관세도 통화에 영향을 미친다. 경제이론에 따르면 관세는 통화 약세를 초래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관세는 관세가 부과되는 국가의 수출을 줄이기 위해 고안되었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런 이론이 실제로 통해서 미국 제조업체들이 주문을 베트남이나 다른 나라로 옮기고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중국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중국 통화에 대한 수요도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 하락의 악순환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은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중국에서 돈을 인출하도록 부추길 것이다.

신흥 시장으로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금융그룹인 국제금융연구소(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과 6월 두 달 동안 약 600억 달러(73조원) 이상의 자금이 중국을 빠져나갔다. 위안화가 약해지면 가치 절하로부터 자신의 자산을 지키려는 중국 부자들의 자본유출도 더 빨라질 수 있다.

이러한 유출은, 투자자들이 중국 투자를 빼내기 위해 한꺼번에 몰리고, 이런 통화 하락 압력은 더 많은 매도를 야기하는 이른 바 반복 고리를 형성하기 때문에 통제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면 투자자들은 금융시장에서 그들이 보유한 위안화를 팔고 달러, 엔, 유로를 사게 되고 이것이 다시 위안화를 계속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단서, 중국의 달러 보유고

위안화 가치 하락이 전적으로 중국 정부가 조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또 다른 단서는 중국의 달러 보유고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 통화에 대해 좁은 가격 변동폭을 설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범위 내에서 통화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종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 만약 위안화가 너무 약해지면 중앙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달러 중 일부를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데 사용할 것이다.

반대로 중국 당국이 자국 통화를 의도적으로 절하하려면, 자국 통화를 더 찍어 달러를 사들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위안화 가치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의 미국 달러 보유고는 거의 변함이 없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정부는 중국 수출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인위적으로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의 달러 보유고가 급증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통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달러 보유고가 줄어든 것은, 중국이 통화 강세를 유지하기 위해 사실상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그것은 중국이 시장에 개입해 자국 통화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려 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현재 인민은행의 달러 보유액에 대한 자료는 6월까지만 공개되었으므로 앞으로 많은 정보가 공개되면 이러한 관점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8월 들어 위안화의 급격한 하락은,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외부 시장 요인들과 싸우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쓰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그것이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이 무역전쟁이 격화될수록 중국 통화 약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