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리츠가 투자자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리츠 시장 역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업계를 비롯한 자산운용사들 역시 리츠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8월 27일 리츠협회에 따르면 7월말 기준 국내리츠 운용자산 규모는 44조126억원으로 전월 대비 0.17%가 증가했으며 지난해 동월 대비 19.95%가 늘어났다. 국내 상장 리츠 5개 역시 7월말 기준 총 시가총액은 8171억원으로 전월대비 2.67%가 상승했다. 올해 들어서 인가·등록을 완료한 리츠는 7월 기준 총 21곳에 달한다.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생보부동산신탁, 신한리츠운용 등은 빌딩 매입과 운용 등에 투자했으며 롯데AMC는 국내 소재 대형 유통상업시설의 매입과 운용, 처분 등에 투자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면서 부지를 매입한 후 임대주택과 상업시설 개발과 운용 등 개발을 목적으로 한 리츠의 인가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디앤디인베스트먼트를 비롯해 이지스자산운용 등은 토지를 매입해 주거용 시설을 비롯해 상업시설 개발과 임대운용 투자를 목적으로 한 위탁관리리츠를 설립해 인가를 받았다. 구체적으로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강동구 성내 역세권에 토지를 매입했으며 디앤디인베스트먼트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부지를 비롯해 마포구 노고산동 등 서울 지역 토지 매입과 개발에 주력한 모습이다.

이에 위탁관리리츠의 운용자산 규모는 39조5695억원으로 전월 대비 0.15%, 전년 동월 대비 27.34%가 증가하며 1년 사이에 급증했다.

올 하반기에도 역시 공모 리츠 3건이 상장에 나설 준비 중이다. NH리츠자산운용은 1180억원 규모의 재간접형 공모리츠를 상장할 예정이다. 재간접 리츠는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리츠 활성화로 재간접형 리츠가 허용된 이후 나오는 첫 번째 상품이다. 이는 직접 자산을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부동산 펀드 혹은 리츠의 일부를 사들여 이를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NH리츠자산운용은 상성물산 서초사옥과 서울스퀘어 등에 투자하는 리츠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 11월 상장 신청 예정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서울 태평로빌딩과 제주조선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리츠를 준비 중이다. 총 자산가치는 5760억원으로, 공모규모는 2350억원이다.

이처럼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형 리츠 상품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과세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란 시각이다.

행정안전부가 사모부동산펀드에 대한 토지분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산세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기 때문이다. 내년 재산세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사모펀드가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는 공시지가 기준 0.24%에서 0.48%로 올라가며 종합부동산세까지 고려할 경우 세금부담은 3~4배 가량 높아진다.

정부의 부동산리츠 시장 활성화 대책 역시 리츠 성장에 불을 붙일 것이란 전망이다. 정부는 우량자산 취득기회 확대를 위해 공공건물과 토지 공급확대, 입지규제 완화, 리츠와 펀드간 상호투자 제한 규제 완화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공모형 리츠에 대해 재산세 분리과세를 유지하고 부동산에 대한 예상 투자수익률 지수 개선 등 투자 인센티브를 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리츠는 까다로운 상장절차 등으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리츠에 편중돼왔다. 현재까지도 공모형 리츠의 자산가치는 2조6336억원으로 전체 리츠 투자부동산 가치의 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일반인이 손쉽게 접근해 투자할 수 있는 공모리츠주식 규모는 9935억원으로 사모를 포함한 전체 리츠주식의 6.9%에 불과하다.

정부가 리츠 활성화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인식 역시 바로 이 부분에서 나온다. 국내에 리츠가 도입된지 18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상장리츠의 시가총액은 7000억원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1년 늦게 리츠가 도입된 싱가포르는 이미 91조원대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일본의 경우 상장리츠 시장규모는 154조원대에 이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모리츠 시장 육성을 위해서는 파격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상윤 한국리츠협회 연구위원은 “공모리츠시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모리츠시장을 일정 규모로 성장시키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그 출발점은 리츠 설립과 운용상의 차별, 패널티 조항들을 개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의 경우 지난해부터 퇴직연금 계좌 중 확정급여(DB)형에 리츠상품을 담을 수 있게 됐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9월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하면서 기업이 운영을 책임지는 확정급여형만 국내에 상장된 리츠를 담을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개별종목은 물론 상장지수펀드(ETF)도 포함한다.

그러나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DC)형에는 여전히 리츠상품을 담을 수가 없다. DC형에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외 주식 직접투자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도 개별 리츠에 투자하는데 제한이 있다.

배세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리츠가 미국, 일본처럼 대중적인 투자자산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과 대형 리츠의 신규 상장이 필요하다”라면서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규제 개선으로는 퇴직연금 DC형, IRP형에 리츠 상품이 편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