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코오롱티슈진에 대해 인보사 관련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상장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이대로 상장폐지가 확정된다면 투자자들이 떠안게 될 손해가 막심하다.

아울러 제약바이오 시장 전반에 퍼지고 있는 불신이 한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해 인보사 사태를 비롯해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임상 3상 목표치 달성 실패와 신라젠의 펙사벡 임상 3상 중단 등 잇따른 악재로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현시점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 말부터 헬릭스미스와 메지온의 임상 데이터 발표가 예정돼 있고, 대웅제약의 나보타, 셀트리온의 '램시마SC',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등의 글로벌 시장 진출은 신뢰 회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및 판매 데이터를 보여준다면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지난달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가 인보사 사태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인보사 사태 이후 코오롱티슈진 주가는 8010원으로 최고가의 8분의 1까지 떨어졌다. 이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본 상태다. 그러나 여기에 그치지 않고 코오롱티슈진 자체가 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내몰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26일 기업심사위원회 심사 결과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결정으로 코오롱티슈진이 곧바로 상장 폐지 수순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은 또다시 애간장을 태울 수밖에 없게 됐다. 만일 상장폐지가 확정된다면 4896억원에 이르는 이 회사의 주식이 휴짓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기심위 결정에 따라 코오롱티슈진의 최종 운명은 코스닥시장위원회로 넘어가게 됐다. 거래소는 15영업일 이내 코스닥시장위원회를 열고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 혹은 개선 기간 부여 등을 심의할 예정이다.

혹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다고 해도 코오롱티슈진은 이의 신청을 제기해 한 차례의 심의를 더 받을 수 있다. 사실상 3심제를 적용하는 만큼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종적으로 상장폐지가 결정된다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코오롱티슈진의 소액주주는 5만9445명이다. 이들이 보유한 주식가치는 1795억원(지분율 36.66%)에 달한다.

코오롱티슈진을 상대로 한 주주들의 추가 소송 가능성도 제기된다. 코오롱티슈진은 이미 2000여 명이 넘는 주주들로부터 7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상태다.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 역시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오롱그룹 지주사인 코오롱과 코오롱생명과학은 코오롱티슈진의 지분 27.26%, 12.5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실타래처럼 엮인 악재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만은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임상 결과 및 판매 데이터를 보여준다면 신뢰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출처=픽사베이

신뢰 회복 기회 남아있어

코오롱티슈진이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해 4분기부터 일정 부분 반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헬릭스미스와 메지온의 임상 3상 결과가 신뢰 회복을 위한 신호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헬릭스미스는 9월 말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VM202-DPN'의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VM202-DPN의 첫 번째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협의를 진행하고, 생물의약품 허가신청(BLA) 여부를 결정지을 방침이다. 현재 헬릭스미스는 임상 3상이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메지온은 폰탄수술 치료제 '유데나필'의 임상 3상 결과를 오는 11월 16일 열리는 미국 심장학회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한다. 유데나필은 선천적 심장 기형 어린이 환자들이 폰탄수술을 받은 뒤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막기 위해 개발된 신약이다. 폐혈관 압박을 감소시키고 폐혈류를 개선하는 등 혈관 관련 질환에 효과를 보이면서 유일무이한 폰탄수술 치료제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웅제약의 ‘나보타’, 셀트리온의 ‘램시마SC’, SK바이오팜의 ‘세노바메이트’ 등 글로벌 시장 진출을 앞둔 제품들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먼저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는 지난 5월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 중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나보타는 미국 출시 한 달 반 만에 현지에서 2만명 넘게 시술되며 약 230만달러(한화 2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나보타는 이른바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로 미간 주름 개선 등에 사용된다.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는 2년내 나보타의 시장 점유율을 2위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피하주사형 램시마SC는 올 연말 유럽 승인을 앞두고 본격적인 생산 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램시마SC는 정맥주사(IV) 형태의 램시마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만든 제품이다. 환자가 주사를 맞기 위해 병원에 직접 내원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편의성과 의료 접근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이 제품은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신청했으며, 현재 미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인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신약 허가를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시판 허가를 받을 경우 미국 현지에서 직접 판매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SK바이오팜은 미국 현지에서 의약품 판매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설립했다. 세노바메이트는 경쟁약 대비 복용 편의성과 우수한 효능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허 연구원은 "실패 사례는 신약에서 흔하게 따라붙는 꼬리표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더 큰 당혹감과 실망감을 안겨줬다"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아직 글로벌 임상 개발과 글로벌 판매 경험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는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작정 꿈만 갖고 투자가 진행되던 과거와 달리 다각도의 데이터 분석과 함께 선별적이고 신중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로 인해 좀 더 유망하고 경쟁력 있는 파이프라인을 가진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살아남고 관련 산업이 더욱 건강하고 튼튼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