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10월 분양가 상한제가 성큼 다가오면서 대책을 고심하던 재건축 단지들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작년 7월 착공에 들어선 서울 삼성동 상아아파트 2차 주택재건축 사업의 경우는 당초 후분양을 계획했다가 분양가 상한제의 칼날을 피해 다시 분양가 상한 이전에 분양하는 ‘선분양’을 결정했다. 철거나 착공 단계에 들어선 재건축 단지들도 상아 2차 재건축 단지처럼 선분양 카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상아 2차 레미안라클라시의 재건축 공사현장 입구 (사진=우주성)

상아 2차 재건축 단지는 지난 7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이하 HUG)의 분양가 산정에 반발해서 보증을 포기하는 대신 후분양을 채택했다. HUG가 4월 제시한 분양가는 4569만원. 그러나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분양가상한제가 도입이 확실시되자, 논란 끝에 상아 2차 재건축 조합은 기존 입장을 선회했다. 분양가 상한제로 HUG가 당초 제시한 일반분양가보다 낮아질 것을 우려해 선분양을 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조합원 501명이 모인 가운데 24일 임시총회를 열고 선분양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홍승권 상아2차 재건축 조합장은 “총회소집을 통해 선분양을 마침내 결정했다. 500여명이 참석한 총회에서 95%가 찬성할 정도로 기존 조합원들의 계속된 요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제시할 정도로 강력하게 나가니 우리도 조합원들의 의사표시를 명확히 얻어서 선분양을 진행해야겠다고 결정한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인적인 입장이 아니라 후분양이 분양가 상한제의 방식으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관리처분 인가 시 논의한 가격보다 이하로 내려갈수도 있지 않나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가격이 그보다 내려가지 않을거라는 보장이 어디있나”라며 의견을 토로했다.

상아 2차 레미안라클라시의 재건축 공사현장으로 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사진=우주성)

홍 조합장은 “전매기간도 전매기간대로 문제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선분양을 하면 불이익은 다소 있을지라도 리스크 자체는 가시화된다. 선분양을 하면 수익, 지출도 확실히 정리가 된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조합장은 “후분양은 리스크가 얼마나 커질지 알 수 없다. 리스크가 확정이 안 된 상태에서 그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 이끌고 나갈 수가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금액보다는 다소 적더라도 확정된 리스크가 지금으로서는 사업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본다”고 선분양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조합장은 선분양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라고 밝혔지만 분양 방식에 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분양가는 국토교통부가 제시한 분양가와 분양방법에 동의하지 않으면 보증해주지 않으니까 무조건 따라가는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최소 3.3㎡당 4700만원을 생각했지만 HUG나 국토교통부 쪽은 4569만원을 제시해도 따라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홍 조합장은 “후분양을 통해 분양가 상한제 시행 시에 4000만원까지 내려갈 것으로 개인적으로 판단한다. 조합에게는 큰 부담이다. 조합원들 반응은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나마 초과분담금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데 만족하는 형편”이라며 “그래서 찬성률이 95% 이상 나온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홍 조합장은 마지막으로 “분양을 미루기도 힘들고 사업을 그렇게 2년 이상 끌기도 부담이 너무 크다. 일단 각종 금융비용과 이자 등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조합원 불만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양 일정에 대해 “일단 이번 주에 HUG와 보증문제를 끝내고, 9월 3일에 분양 신청을 할 계획”이라면서 9월 중으로 입주모집공고와 분양신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아 2차 레미안라클라시의 재건축 공사현장 입구 (사진=우주성)

이런 상아2차의 선분양 결정에 주변 중개업소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상아 2차 재건축 조합이 선분양이 됐다고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고 있었지만 분양가 상한제가 가져올 이런 여파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재건축 단지의 공사장 펜스 안쪽에는 낮은 높이지만 골조가 들어서는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이 재건축 단지 근처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업소는 “상아 2차 선분양을 하려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인근 시장의 변화를 묻는다면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짤막하게 답한 뒤 “조합에서는 여러가지 이유를 들겠지만 역시 분양가 상한제 때문에 분양을 서둘러서 한 것이지 다른 이유가 그에 앞서겠나”고 말했다.

그는 “주변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건 몰라도 절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인근 아파트들은 평당 적게는 7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도 호가한다. 그런데 단순히 선분양으로 상아2차의 평당 분양가가 5천만원 미만이 된다고 인근 아파트도 당연히 그렇게 가격이 조정되지는 않을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업자는 신축아파트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가격 상승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상한제의 영향인지는 판별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작년 4월 입주가 시작된 아이파크의 경우는 거래가 많지 않아서 단순히 몇 건의 거래량으로는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다만 “지속적으로 가격이 오르는 추세는 맞으며 매물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음에도 매수 문의는 꾸준히 들어오는 것으로 볼 때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으로 인한 기대심리는 있을 것이다. 지금은 실수요 중심의 매수 문의가 꾸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아 2차 레미안라클라시의 재건축 공사현장 인근에 위치한 재건축 조합 사무실 1층 건물의 모습 (사진=우주성)

다른 업자도 신축단지인 센트럴아이파크가 다른 아파트들에 비해 상승폭이 더 높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41평형은 올 상반기 27억 5천만원에 매매됐고 지금은 54평의 경우 40억선으로 많이 올랐다”면서 “센트럴 아이파크는 부르는 호가가 오르고 급매는 거의 없다. 매물은 잘 내놓지 않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자는 또 “84㎡ 기준 10층이 22억7천만원에 거래됐고 23억, 24억 등으로 호가 자체가 많이 오르는 추세”라면서 힐스테이트의 경우 33평에 22억에서 22억5천 정도라고 말했다. 힐스테이트는 입주가 이루어진지 10년 정도로 비교적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지만 신축인 센트럴 아이파크의 최근 가격 오름세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해당 업자는 “분양가 상한 이전까지만 해도 작년 4월까지도 상아 2차의 가격 상승이 인근 아파트 단지 전체의 가격 상승에 일조했지만 이제 한 풀 꺾이지 않겠나. 선분양을 한다고하니 조합이 걱정하는 분양가 상한제하의 분양 가격보다는 다소 높겠지만 어디 결국 단기적으로는 한 풀 꺾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해당 업자는 “지금은 분상제 이후 매수문의 자체는 줄었고 관망세지만 경제 상황을 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도 있어서 아파트 매수 문의는 꾸준히 있다”고 전했다.

재건축조합 사무실은 재건축 공사현장과는 약간 떨어진 건물에 위치하고 있었다. 해당 사무실에는 직원 두명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인근 부동산이 하는 이야기에서 며칠 전 상황을 희미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해당 부동산은 “선분양이 시세에 영향을 미칠지는 분양가가 얼마에 책정되는지 등에 달려있고 결국 관보에 나와 봐야 아니까 여기 시세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조합에서 얼마 전 선분양하는 것이 그나마 이득이라고 결정했다고는 들었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합원들 반응 중에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선분양하겠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조합원들은 아무래도 선분양하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보였다”면서 “향후 시세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선분양 여부에 따라 간다기보다는 관망하면서 가격이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선분양 이후 인근 시장 전망에 대해 답했다.

또 그는 “일반 분양가보다 낮아진다면 재건축 아파트가 신축아파트보다 시간도 걸리고 부담도 커지는데, 신축이 줄어 공급이 줄어들면 센트럴 아이파크 같은 곳을 구매하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오르는 것 아닌가. 해당 단지가 꼭 분양가 상한제의 여파로 오르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