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올 들어 항공업계의 시련은 끝날 줄 모르고 지속되고 있다. 고공행진 중인 원달러 환율과 유가 상승에 이어 최근에는 일본 여행 보이콧과 중국의 신규 노선 신청 불허 등 악재가 겹쳐서다.

설상가상으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로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황이 언제쯤 회복될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항공업계는 하반기 각자도생을 위한 고강도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일등석에 화물서비스도 없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적기 양대산맥인 대항항공과 아시아나는 올 들어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심지어 오는 10월부터는 대구와 청주, 광주공항에서 국내선 화물 운송 서비스 일부를 중단한다. 

2분기 각각 1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낸 양사가 대외 악재 속에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부문 실적 중 국내사업의 비중은 약 1%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전체 사업에서 보면 비중이 미미하나, 수익이 나지 않는 국내선 화물 사업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 출처=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올 들어 대한항공와 아시아나의 수익성 제고 노력은 처음이 아니다. 우선 대한항공은 지난달부터 중단거리 국제선 27개 노선에서 일등석을 없앴다.

지역별로 보면 미주·유럽 등 주요 노선만 일등석이 유지됐다. 중국·일본·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은 일부 노선을 제외하고 대부분 일등석을 폐지했다. 대한항공 국제선 전체 노선 중 31.5%에 해당하는 35개 노선에서만 일등석이 운영되는 셈이다.

국제선 기내에서 제공하던 ‘기념일 케이크’ 서비스도 폐지했다. 그간 대한항공 이용객은 항공권 예매 후, 홈페이지를 통해 기념일 케이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용객들이 케이크 서비스를 신청하고 받아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도 7월 1일부터 좌석 앞 공간이 넓은 비상구석도 추가금액을 받고 판매하고 있다. 이어 9월 1일부터는 일등석을 없애고, 평균 30~40% 가격이 저렴한 ‘비즈니스 스위트’ 좌석을 도입한다. A380이 투입되던 미국 뉴욕·로스앤젤레스,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이 해당 노선이다.

여기에 24년 만에 기내면세점 담배 판매를 재개했다. 1991년 세계 최초로 기내 흡연을 금하는 등 ‘금연 기업 1호’로 불려온 아시아나항공의 결단을 두고 업계에서는 기업의 수익성 개선의 절박함이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기내면세점 매출액은 2014년 1225억원에서 지난해 902억원으로 25%이상 줄어들었다. 

그간 고급화와 풀 서비스를 추구해온 대형항공사들이 연이어 일등석을 없애고,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이유는 단 한가지다. 바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각종 프리미엄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유료 부가 서비스를 도입해 수익성을 최대한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LCC, 중거리 노선·프리미엄 서비스 확대로 ‘위기돌파’

일본 여행 보이콧의 직격타를 맞을 것으로 우려되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우선적으로 지방발 노선을 잇달아 축소하고 나섰다. 일본 노선 감편이 장기화 될 경우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돼서다. 

에어부산은 9월 1일부터 주 2회 운항하던 대구~나리타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대구~오사카 노선도 주 1회로 줄인다. 이스타항공도 9월부터 부산~삿포로, 부산~오사카 운항을 중단한다. 티웨이항공과 진에어 제주항공도 대구와 부산, 무안에서 출발하는 국제선을 없애거나 운항수를 대폭 줄이기로 결정했다.

대신 중거리 노선과 알짜 수익 노선 취항은 늘렸다. 신규 노선 취항과 증편이 까다롭지 않은 동남아와 대만 등이 대상이다. 예컨대, 제주항공은 3분기 중으로 인천~필리핀 세부 노선을 증편한다. 티웨이항공은 다음달 부산~가오슝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이 밖에 유료 서비스 확대 및 안정적인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내식부터 사전좌석지정, 위탁수화물 서비스 등의 유료화 전환과 라운지 오픈, 유상좌석 세분화, 패키지 유료 서비스 등 부가서비스로 수익성 제고를 노리는 모양새다.

▲ 제주항공 뉴클래스 이미지. 출처=제주항공

일례로 제주항공은 내달 1일부터 김포~제주 노선에 프리미엄 이코노미 좌석 서비스인 ‘뉴 클래스’를 도입한다. 제주항공은 지난 7월 4일 부산~싱가포르 노선을 시작으로 앞뒤·좌우 간격을 넓혀 여유로운 비행이 가능하도록 한 ‘뉴 클래스’ 서비스를 도입·제공하고 있다. 

운임은 이코노미 운임보다 20∼30% 정도 높은 수준이지만 ▲무료수하물 추가 ▲기내식 및 허브차 ▲사전 좌석 지정 ▲리프레시 포인트 추가 적립 ▲우선 수속 및 탑승 ▲스트리밍 방식 기내 엔터테인먼트 ▲기내 편의용품 제공 등 추가 혜택을 준다.

일각에서는 항공업계의 하반기 전망이 불분명한 가운데 허리띠 졸라매기식의 수익성 제고 정책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업계 안팎의 우려가 반영됐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상황도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직 추가적인 유료 서비스 방안에 대해서 공유된 내용은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일련의 행보가 단순히 수익성 제고 뿐 아니라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 추세를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허희영 한국한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최근 몇 년간 트렌드가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의 서비스 융합으로 가고 있다”며 “수익성 제고에 확실히 도움이 되는 만큼 FSC의 프리미엄 서비스는 줄고, LCC들의 고급화·차별화 서비스는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