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스타벅스코리아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1인 당 커피 소비량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시장인 국내에 최근 ‘디카페인 커피’가 떠오르고 있다. 커피 시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주 성분인 카페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감이 커짐에 따라 대안으로 디카페인 제품이 주목받는 모양새다.

한국 커피 시장 클수록 ‘디카페인’ 니즈 확대

현대경제연구원이 올해 7월 발표한 보고서 ‘커피산업의 5가지 트렌드 변화와 전망’에 따르면 작년 기준 20세 이상 한국인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353잔에 달했다. 같은 연령대인 전세계 인구의 평균 소비량 132잔의 2.7배 수준이다.

현대인들이 각성 효과 등을 얻기 위해 찾는 카페인의 공급원으로도 커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문정 국민대 식품영양학과 교수팀이 지난 2013~2016년 기간동안 19세 이상 2만558명을 조사한 결과 성인의 하루 평균 카페인 섭취량은 42㎎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권장량 400㎎의 10분의 1 수준이다. 42㎎ 가운데 83.6%인 35.1㎎을 커피로부터 얻는 것으로 파악됐다. 탄산음료나 기타음료, 차 등으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커피 시장이 확장할수록 소비자 니즈도 세분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의 향미를 즐기고 싶지만 카페인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이용자의 우려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작년 우리나라 국민 1004명을 대상으로 ‘고카페인 음료 과소비 방지 방안’을 설문한 결과 67.5%(677명)가 카페인 과다섭취를 막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불안, 메스꺼움, 수면장애, 가슴 두근거림 등 증상이 생기고 카페인 중독증까지 생길 수 있다.

스타벅스·동서식품, 디카페인 시장 이끌어

관련 업체들은 커피를 마시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카페인 걱정을 덜고 싶은 소비자들을 위해 디카페인(decaffeinated coffee) 커피 제품을 선보였다. 디카페인 커피는 물에 불리거나 화학 물질을 활용하는 등 방식으로 카페인 성분을 배제시킨 커피 원두로 만들어진다.

커피전문점 시장, 완제품 소매 시장 등 우리나라 두 커피 시장을 각각 주도하고 있는 업체는 스타벅스와 동서식품이다.

스타벅스는 2017년 8월부터 디카페인 에스프레소를 첨가한 커피 음료를 판매했다. 우리나라 식품 기준법에 부합한 원두가 도입된 시점에 맞춰 출시됐다. 식약처는 현재 커피 가공에 활용할 수 있는 물질로 물과 에틸알코올(주정), 이산화탄소 등 세가지를 규정하고 있다. 한국에 앞서 디카페인 메뉴가 판매돼온 시장에서는 이염화메탄, 에틸아세테이트 등 화학 용매로 가공된 디카페인 원두가 활용되기도 한다.

스타벅스가 새로 개발된 공정법을 적용한 원두를 썼기 때문에 디카페인 음료의 가격은 일반 제품에 비해 300원 가량 높다. 고객들은 인상된 가격에도 관련 제품을 꾸준히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는 8월 26일 디카페인 제품 판매량이 누적 2100만잔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제품 출시 1년 3개월 만인 작년 11월 1000만잔을 돌파했을 때보다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 셈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점심 식사 이후 커피 타임이 지난 오후 3~5시와 오후 7시 이후에 디카페인 제품의 판매량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며 “카페인에 대한 걱정 없이 다양한 시간대와 상황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선택지로 디카페인 제품이 조명받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카누 미니 디카페인 제품. 출처=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스틱 형태로 판매되는 디카페인 제품을 가장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1996년 국내 시장 최초로 디카페인 제품 ‘맥심 디카페인 커피믹스’를 출시했다. 2014년 11월 인스턴트 원두 커피 브랜드 ‘카누’의 디카페인 제품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작년 3월에는 맥심 디카페인 제품에 라떼크림을 첨가하고 설탕 함유량은 줄이는 등 품질을 개선해 내놓기도 했다.

동서식품은 스틱 디카페인 커피 시장의 대부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코리아가 추산한 스틱형 디카페인 커피 매출액은 올해 1~7월 기준 73억 5000만원에 달한다. 동서식품은 전체 매출 가운데 98.6%(72억 5000만원) 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비중은 스타벅스(비아 디카페인 하우스 블렌드), 네슬레(슈프리모 디카페인) 등 업체들이 차지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동서식품이 처음 디카페인 제품을 판매한 것은 수익원으로 삼기보다 다양한 고객 기호를 반영한 결정”이라며 “시장 상황과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디카페인 제품에 대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디카페인 커피가 아직까지는 일반 커피에 비해 향미, 기능성 등 측면에서 대중화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기존 상품들과는 다른 니즈를 가진 소비자들을 꾸준히 만족시킴으로써 시장 입지를 점진적으로 넓혀나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박지윤 한국커피협회 출제검정팀장 겸 FAME커피 대표는 “카페인을 피하고 싶지만 커피를 통해 사회생활을 영위하려는 소비자나 임산부 등 카페인 취약 계층들의 니즈가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디카페인 커피가 이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늘릴 수 있다면 고급 제품이 활발히 출시되고 시장이 확대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