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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기묘한 조합’ CP 동맹군, 통신사 정조준망 이용대가 전쟁부터 탈통신 전략 견제까지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정부가 올해 말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을 준비하는 가운데 콘텐츠 제공자(CP)와 통신사(ISP)의 전쟁이 시작됐다. 여기에는 망 이용료를 둘러싼 논란부터 통신사의 탈통신 전략, 특히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깔린 CP의 불안감도 한 몫하고 있다.

   
▲ CP와 통신3사의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모든 것의 시작,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

인터넷은 하나의 네트워크가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네트워크의 유기적인 결합으로 구축되어 있다.

당연히 네트워크들은 다른 내트워크와 상호접속하고 있으며, 이 방식에는 물리적으로 연결되는 직접접속(peering)과 다른 네트워크의 비용을 제공하는 중계접속(transit)으로 분류된다.

각 네트워크가 상대방 네트워크에 의존하는 상호접속에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2016년이다. 지금까지 각 통신사들은 네트워크를 상대방 네트워크와 상호접속하면서 별도의 비용을 주고 받지 않았지만,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상호접속기준 고시 개정안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타진했다. 2016년 이전까지 각 통신사들은 각자의 네트워크를 상호접속하면서 무정산을 원칙으로 삼았으나, 이제 같은 계위에 속한 통신사들은 정산을 해야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 페이스북 사태로 망 이용 논란이 커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페이스북 사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를 통해 페이스북의 데이터를 받는다. KT는 공사인 한국통신을 전신으로 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사들의 ‘뿌리’이자 일종의 공항역할을 하고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KT 고객은 이러한 KT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페이스북 데이터를 바로 끌어올 수 있고,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에게는 해외에 있는 페이스북 데이터가 KT를 통해 국내로 들어오면, 각 통신사들의 페이스북 캐시서버에 저장된 후 전달됐다.

문제는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이 단행되며 벌어졌다. KT에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 네트워크가 말 그대로 '상호접속'된 상태에서, 변경된 상호접속고시에 따르면 데이터를 보내는 쪽이 비용을 내야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정산이 없었지만 개정안 단행 후 KT가 ‘돈’을 내야하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KT가 가만히 있을리 없다. 당장 페이스북에 추가비용을 요구하며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의 대응이 흥미롭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들이 사용하던, KT로 들어오던 경로를 홍콩, 미국 등으로 임의 변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접속경로를 변경하자 준비되지 않았던 네트워크 용량에 과부하가 걸렸고, 결과적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고객들은 홍콩에서 넘어오는 페이스북 데이터를 이용하느라 버벅거리는 시스템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페이스북이 임의로 접속을 변경한 시기는 SK브로드밴드 대상이 2016년 12월, LG유플러스 대상이 2017년 1월이다.

방통위가 나섰다. 방통위는 2017년 8월 페이스북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결국 페이스북은 그 해 10월 접속경로를 원상복구 시켰다. 이것으로 페이스북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케빈 마틴 페이스북이 부사장이 2018년 1월 방한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만나기도 했고, 방통위는 그 해 3월 3억8600만원이라는 생각보다 가벼운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그 해 5월 방통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해 사실상 전면전을 선택했다. 전략은 주효했고, 법원은 지난 22일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을 두고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500만원 등 모든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페이스북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방통위는 즉각 항소의 뜻을 밝혔다.

   
▲ 공동 입장문이 나왔다. 출처=갈무리

"망 이용료 합리적으로"

페이스북 사태로 국내 망 이용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구글, 네이버, 넷플릭스, 왓챠, 카카오, 티빙, 페이스북이 26일 공동 입장문을 냈다.

이들은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을 비판하며 기존 무정산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망 중립성과 망 상호접속 문제를 다루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PCH(Packet Clearing House)가 2016년 148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9.98%의 인터넷 협정이 무정산 방식이었으며, 오직 0.02%만이 상호정산 방식을 채택했다”면서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상호접속 고시와 과점 상태인 국내의 망 산업이 결합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망 비용이 증가하는 나라가 되었다. 가뜩이나 높았던 망 비용이 상호접속고시 개정 이후 더욱 증가하여 국내 CP의 망 비용 부담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통신사가 IT 기업의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망 비용이 올라가면 국내 ICT 인프라가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 지적했으며 “IT 스타트업, 국내 CP, 글로벌 CP, 그리고 인터넷과 통신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망 비용의 지속적 상승구조를 초래하는 현행 상호접속고시를 국제적 기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면서 “망 비용이 합리화되면 국내에서 혁신적인 정보기술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여 성장할 수 있고 이용자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기회를 보장받는다. 5G 시대가 가져올 기술의 발전이 모두에게 평등한 혜택으로 돌아가려면 하루라도 빨리 상호접속고시 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윤상직 의원실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5G 시대 콘텐츠 기업의 생존전략, CP사들의 망 이용로 인하 방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며 이와 관련된 여론전에 돌입하는 한편 정부의 올해 말 새로운 개정안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은 망 이용료의 합리적인 조정으로 좁혀진다. 즉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 체제를 통해 통신사들이 망 이용료를 계속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내 CP들이 최근 사활을 걸고 관철시키려 노력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기묘한 조합 등장

이들의 조합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보기에 따라서는 기묘한, 혹은 낯선 조합이기 때문이다. 

국내 CP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글로벌 기업 역차별 문제를 지목하며 망 이용료 전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즉 글로벌 CP들이 통신사들에게 낮은 망 비용만 제공하는 등 상대적인 혜택을 받는다고 비판했으며, 국내 CP는 이러한 혜택에서 벗어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있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2017년 네이버와 구글이 한창 신경전을 벌이던 당시 두 회사가 가장 집중적인 포격전을 벌이던 지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 입장문은 국내외 CP들이 대동단결해 통신사들의 망 이용료를 줄여야 한다는 쪽으로 정책적 방향을 바꾼 분위기다. 페이스북 사태로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 체제의 문제가 드러났고, 이를 국내 CP와 글로벌 CP의 다툼으로 소모하기보다 진영을 합쳐 국내외 CP들이 ‘대(對)통신사 전선’을 구축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뜻이다.

정미나 코스포 정책실장은 “국내외 CP들이 지금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을 말하며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이용료와 관련된 논의를 시작하려고 했으나, 이후 과정에서 국내외 CP들로 사안이 갈라지며 제대로 된 이야기가 되지 못했다”면서 “망 이용료와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국내외 CP들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CP 동맹군은 최근 통신사의 ‘탈’통신 전략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통신사들이 5G로 진격하며 본연의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것을 벗어나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등 통신 외 먹거리를 모색하는 것은 국내외 CP 동맹군도 경쟁의 활성화 측면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 등 통신사들의 ‘탈’통신 전략에 엿보이는 리스크다. 5G 시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해 트래픽 조율 권한을 통신사가 가져갈 경우 자사 ‘탈’통신 서비스에 역량을 몰아줄 수 있고, 이는 CP들에게 일종의 재앙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를 두고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사업자(통신사)가 고속도로의 확장개통을 위해 노력하는 한편, 휴게소 사업자(CP)의 사업이 ‘돈이 된다’싶어 탈통신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최근까지의 상황”이라면서 “만약 고속도로를 운영하는 사업자(통신사)가 자기들이 직영으로 운영하는 휴게소에만 고속도로를 연결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예상하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입장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은 4차산업혁명의 중요 분야 중 하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고화질 대용량 영상 전송이 수반되기 때문에, 기형적으로 높은 우리나라의 망 비용을 안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국내 IT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현재 이러한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히려 통신사 혹은 통신사 계열의 기업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통신사가 망 비용을 내부화하는 우월적 지위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게 되면 공정경쟁의 원칙은 깨지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도 저하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미나 코스포 팀장은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비용 상승 및 꼭 필요한 서비스의 유지 등 공익적 관점에서도 반드시 따져봐야 할 문제”라면서 “추후 시민단체와 함께 연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외 CP 동맹군이 망 이용료와및 탈통신 전략을 두고 확실한 전선구축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는 냉정하고 균형있는 의견조율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CP와 통신사들의 망 이용료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로의 주장만 커지는 현상’을 지양하는 한편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안 체제에도 분명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균형발전 등 순기능이 존재한다는 목소리도 있기 때문이다. 추후 발표될 방통위의 망 이용계약 가이드 라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08.26  16:5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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