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국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고객에게 택배를 전달하고 있다. 출처= CJ 대한통운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CJ그룹(이하 CJ)에서 가장 많은 돈을 벌어오는 ‘큰 형님’은 현 CJ의 모기업과 같은 CJ제일제당(이하 제일제당)이다. 올해 2분기 CJ의 매출 8조4500억원 중 CJ제일제당이 벌어들인 매출이 2조9805억원으로 모든 계열사 중 가장 많았다. 그만큼 제일제당에 대한 CJ의 의존도는 높은데, 이번 분기에서는 제일제당이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냈음에도 CJ는 실적으로 거의 흔들리지 않아 눈길을 끈다. 바로 ‘동생’과 같은 타 계열사들의 선전이 제일제당의 부진을 상쇄했기 때문이다.

기대에 못 미친 제일제당 

2분기 CJ는 매출 8조4500억원(전년 동기 대비 +19.7%), 영업이익 3652억원(전년 동기 대비 +21%)를 기록했다. 최근 여러 갈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서도 CJ가 기록한 실적 개선은 의미 있게 해석되고 있다. 

CJ의 매출에는 제일제당의 미국 냉동식품업체 쉬완스 인수에 따른 사업 확장으로 인한 매출 증가 효과가 반영됐다. 미국 식품시장 확장을 위해 CJ가 제일제당을 앞세워 약 2조원에 이르는 라는 많은 돈을 투입한 것은 일련의 긍정적 성과들로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 CJ제일제당 부문별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 NH투자증권

그러나 영업이익 측면에서 이번 2분기 CJ는 제일제당의 도움을 예전처럼 많이 받지는 못했다. 2분기 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1753억원(이 중 대한통운 71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46억원보다 약 5% 줄어든 수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성장을 감안할 때 제일제당의 영업이익 감소는 투자자들의 예상에 약간 못 미치는 실적이었다. 물론 이에 대한 의견은 제일제당 경영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같은 비용 증가 등 일시적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 2019년 1분기 이후 오름세에 있는 국제 곡물가격. 출처= NH투자증권

NH투자증권 조미진 연구원은 “제일제당의 상반기 실적에는 진천공장 가동의 가속화 공격적 마케팅 비용 지출, 국제 곡물가격의 상승 등 영업이익에 부정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요인들이 있었다”면서 “하반기는 과도한 판촉의 지양과 수익성이 낮은 제품군의 생산 감축 그리고 선별적인 신제품 출시 등 비용관리로 상반기와 같은 영업이익 하락이 재현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생’들의 활약 

▲ CJ대한통운 2019년 2분기, 2018년 2분기 주요 실적지표 비교. 출처= CJ대한통운

큰 형님인 제일제당이 살짝 쉬어가는 모습을 보였으나 CJ대한통운, CJ CGV, CJ ENM, CJ푸드빌 등 다른 계열사들이 실적으로 선전하면서 결론적으로 CJ의 실적은 우상향 곡선 추세를 이어갔다. 

물류 사업부문인 CJ대한통운은 2분기 매출 2조5348억원, 영업이익 7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각각 10.9%, 25.7% 성장한 수치다. CJ대한통운의 실적이 눈에 띄는 것은 매출과 영업이익 외에도 매출총이익, 영업이익률, 지배지분순이익, 지배지분순이익률 등 거의 모든 지표가 지난해보다 성장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중국, 베트남, 미국 등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추세에 이제는 각 국가에서 서서히 이익이 발생할 정도로 현지 사업이 안정되고 있는 것들이 반영됐다.   
 
미디어·콘텐츠 사업부문인 CJ ENM은 2019년 2분기 매출 1조2604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9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1% 늘었다. 멀티플렉스 CJ CGV도 1000만 관객돌파 영화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 ‘알라딘’, ‘기생충’ 등의 관객 동원으로 연결 기준 매출 4819억원, 영업이익 23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보면 매출은 19%, 영업이익은 무려 7733%(2018년 2분기 영업이익 3억원) 늘었다.  

그 외에 카페 브랜드 투썸플레이스의 지분 매각분을 제외해도 흑자를 달성한 외식사업부문 CJ푸드빌. 공격적 출점으로 잠시 위기를 맞았으나 지난해 상반기(187억원)보다 151.3% 증가한 4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H&B스토어 CJ올리브영, 매출(7565억원)과 영업이익(194억원) 그리고 당기순이익(77억원)으로 각각 지난해 대비 3.8%, 40% 성장 그리고 흑자전환을 이뤄낸 식자재 유통사업부문 CJ프레시웨이 등도 CJ 전체 실적을 개선하는데 기여했다.    

이번 2분기 CJ계열사들이 기록한 성장의 지표는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제일제당의 식품 사업 외에도 다른 사업영역에서 CJ의 각 계열사들이 각자의 경쟁력을 갖춰두고 있음을 잘 보여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CJ ENM의 글로벌 한류 문화 페스티벌 KCON 2019 LA 현장. 컨벤션 현장을 찾은 K팝 아티스트에 환호하는 현지 관객들의 모습. 출처= CJ ENM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2분기 CJ는 CJ제일제당의 살짝 아쉬운 영업이익에도 CJ대한통운, CJ ENM 등 다른 계열사들의 실적 호조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지난해보다 증가했다”면서 “일시적 비용 요인으로 2분기에 수익성이 악화됐던 CJ제일제당도 하반기에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이며 올리브영 그리고 IT부문 성장세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B투자증권 김한이 연구원은 “제일제당의 부진을 다른 계열사들이 동시에 회복한 것과 더불어 이번 2분기 CJ 실적에서 주목할 것은 CJ푸드빌, CJ올리브네트웍스 등 비상장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