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되며 한국경제의 위기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다만 글로벌 경제가 일제히 둔화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않다. 냉정한 로드맵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한일 경제전쟁이 심해지며 한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을 각각 2.1%, 2.0%로 전망하며 일본보다는 한국의 피해가 더 클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미중 무역전쟁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일 경제전쟁의 여파로 한국이 상대적으로 일본보다 더 큰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불길한 전망은 국내 기업 전반에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실제로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업 기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경영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응답한 기업은 절반 이상이라고 19일 밝힌 바 있다. 무려 51.6%가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은 일본의 경제보복이 계속되는 한 매출이 평균 2.8%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영업이익은 평균 1.9%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여전히 극일 메시지를 전파하는 한편 ‘충분히 악재를 넘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확대거시경제 금융회의를 통해 “글로벌 악재가 중첩되면서 주요국 증시 동반 하락 및 국채금리 하락, 달러와 엔화 강세가 보이고 있지만 우리 금융시장은 외부충격을 완충할 수 있는 충분한 복원력과 정책여력을 갖고 있다”면서 “외환보유액과 순대외채권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일본의 경제보복 후에도 국가신용등급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전쟁에 글로벌 경제 위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나, 현 국내경제 체력은 버틸만한 수준이라는 '시그널'이다.

최근 한일경제 정국에서도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내부에서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되어 눈길을 끈다. 일본 아베 내각이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규제에 돌입하는 한편 28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방침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한국에 대한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두 번이나 허락하자 일본 기업들이 우회수출을 타진하는 등 플랜B를 적극 모색하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초반 강경한 대응으로 한국을 압박할 당시 일본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침묵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일부 허락하는 등 달라진 기류를 보이자 일본 기업들이 ‘한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이 언급한 것처럼,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점도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25일 해외경제 포커스를 통해 “일본과 유로지역은 성장세가 둔화되고 중국은 성장세가 약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7월 기준 실업률이 3.7%를 기록해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며 2분기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2.1%를 기록, 시장 전망치던 1.8%를 넘겼다. 미중 무역전쟁이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미국 경제도 어려움이 많아 보이지만, 최소한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다른 주요국 경제는 줄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3.3%, 전년동월대비로는 2.8%로 감소했으며 그 외 지표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이 벌이는 경제보복이 ‘승자없는 게임’으로 끝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유로지역의 2분기 산업생산도 대외 수요가 부진하면서 1분기 대비 0.5%p 내려간 것으로 확인됐고 중국 경제는 대내외 수요부진으로 크게 허덕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일본의 경제보복에 직면한 한국도 직격탄을 피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모든 문제는 한일 경제전쟁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사건사고의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물론 업계에서는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경우 한국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글로벌 경제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한국경제의 어려움을 일본과의 전쟁에만 책임을 묻는 것은 곤란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다만 한국 정부가 모든 상황을 고려해 유연한 대응을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지나친 낙관론에만 빠져있다는 비판도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