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언론에서 제기하는 모든 건 그저 의혹일 뿐입니다. 저희가 확인해 본 결과 모든 부분이 합법적이에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죠. 그런데 사람들은 저희 보고 사과하라 하고, 책임을 지라고 합니다. 왜 이렇게 비합리적이죠?”

[컨설턴트의 답변]

일단 몇 가지 기본적 이슈 및 위기관리 환경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내용이 대부분 틀린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슈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기업의 관점은 절대 아닙니다.

가장 먼저 합법적인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다는 해석을 하셨는데, 아닙니다. 합법적이어야 하는 것은 모든 기업이나 개인에게 기본 중 기본일 뿐입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기업이나 개인이 법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하거나 대단하거나 훌륭한 것이 아닙니다.

합법적으로 행동했다 해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도 현실과는 다른 해석입니다. 세상에는 법이라는 최소한의 기준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법을 지켰다 해도 공중의 감정을 해쳤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구식 관행이 그 기반이 되었다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적절하지 않았다는 것도 그 자체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꼭 법을 안 지켜야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왜 공중이 이번 이슈나 위기 상황에 대해 우리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꾸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데, 빨리 그런 생각을 떨쳐 버리셔야 상황에 대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로, 공중이 비합리적이라고 하셨습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제대로 된 정보를 가지지도 않은 채 감정에 의해 상황을 판단하고 회사를 욕한다는 의미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원래부터 공중은 비합리적입니다. 감정적입니다. 정확한 팩트를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책임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공중은 빨리 잊습니다. 공중은 원래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공중이 문제다? 공중이 마치 동물처럼 우둔하니 자각해야 한다?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역사적으로도 그렇게 존재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수(constant, 常數)로 보아야 이슈나 위기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예전 대항해 시절에도 무역풍을 문제라 하고 무역풍의 방향을 억지로 바꾸어 보려 했던 사람들은 없었을 것입니다. 무역풍을 거슬러 내 나름대로 배를 몰아 보겠다 무모하게 먼 길을 떠나는 선장은 없었을 것입니다. 노련한 선장과 뱃사람들은 무역풍을 그대로 이해하고 오히려 활용했을 뿐입니다.

공중은 원래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그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슈나 위기 시 필요하다면 더 정확하게, 더욱 더 활발히, 더욱 더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을 문제라 하기 보다는 그 감정을 활용할 생각을 해야 합니다. 공중은 책임감이 없다고 비판만 하기 보다는 그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현 상황을 활용하는 것이 나은 방법입니다. 공중이 빨리 잊는 것이 차라리 자사에 더 나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도 상책입니다.

역사상으로 얼마나 많은 케이스가 합법적이었음에도 이슈관리에 실패했는지 모릅니다. 공중의 비합리성과 감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서였습니다. 공중에 스스로를 맞추어 활용하는 것을 창피해 하거나, 저급한 방식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지 못한 기업이나 개인이 더 창피한 것입니다. 그런 이해가 없었다는 것은 그 상황을 관리할 적절한 자격이 없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