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5G 및 미디어 콘텐츠 시대가 도래하며 통신3사의 신경전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은 각 경쟁사와의 전투를 비롯해 글로벌 콘텐츠 및 플랫폼과 대립하거나 협력하는 방식으로 각자의 로드맵을 키워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기선을 잡는데 성공했으며 IPTV 1위 KT는 자체 경쟁력과 OTT 모두 다소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LG유플러스는 합종연횡으로 유연한 전략을 보여준다는 각오다.

▲ 옥수수와 푹이 결합한다. 출처=갈무리

넷플릿스처럼, 디즈니처럼...SK텔레콤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옥수수는 지상파 OTT인 푹과 순조로운 동행을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이후 행보에 탄력이 붙는 모양새다. 지난해 기준 국내 OTT 시장에서 옥수수는 월간 실사용자수(MAU) 329만명이며 점유율 35.5%로 1위를 기록했다. 푹은 MAU 기준 85만명(9.2%)으로 점유율 4위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합병법인 웨이브에 900억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30%의 웨이브 지분을 확보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해외 전략적투자자들을 모으는 한편 자사의 합병법인 웨이브 지분을 50%로 올려 경영권을 가져온다는 방침이다. 최초 행보는 옥수수가 푹에 합류하는 그림이지만, 조금씩 지분을 올려 주도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2024년 기업공개도 노린다.

지상파의 콘텐츠를 경쟁사에게 3년간 제공해야 하는 등 조건부 승인이기는 하지만, 합작법인 웨이브는 2021년까지 유료 가입자 400만명을 목표로 강력한 초반 행보를 노리고 있다. 유료 가입자가 400만명을 넘으면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하는 것도 꿈은 아니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계획이다.

웨이브의 등장은 OTT 시장의 강자인 넷플릭스와 맞서 지역 방어전을 치르는 토종 플랫폼의 등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추후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를 통해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공략을 막아내는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기세는 좋지만 만만치 않은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장 전략을 가동하며 로컬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지원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키우거나, 로컬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글로벌 플랫폼의 매력을 어필하는 로드맵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웨이브가 당장 택할 수 있는 로드맵은 전자인 로컬 콘텐츠 제작 지원, 나아가 지상파와의 협력으로 유기적인 양질의 지상파 콘텐츠 수급에 있다. 아직 웨이브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해 이를 통한 콘텐츠 파급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넷플릭스와 비교하면 다소 제한적인 로드맵만 가동할 수 있다. 국내 시장 방어전에만 집중할 계획이라면 유효한 전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웨이브만의 특화된 전략도 보여줘야 한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는 물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은 모두 넓은 생태계 전략을 가지고 있으며 나름의 무기가 선명하다. 애플은 방대한 하드웨어 플랫폼을 중심으로 애플TV 로드맵을 구체화시키고 있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 등의 기존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iOS를 담아 애플제국을 건설한 저력이 미디어 전략에도 돋보인다. 애플은 애플 아케이드 및 애플카드와의 시너지로 미디어 생태계를 크게 넓힐 수 있는 동력도 마련하는 추세다.

워너미디어를 인수한 AT&T가 내년 봄 HBO맥스라는 자체 OTT 플랫폼을 출시하는 가운데 이들은 DC코믹스와 드라마 제작사 HBO를 동원, 자체 플랫폼과 양질의 콘텐츠라는 적절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고 디즈니는 말이 필요없는 콘텐츠의 강자로 활동하며 하반기 디즈니 플러스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들 모두 콘텐츠나 고객과의 접점 등 OTT 시장에서의 선명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웨이브도 고유의 DNA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넷플릭스를 제외하고는 당장 이들 글로벌 사업자들과 직접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은 낮지만 최소한의 대책은 필요하다는 뜻이다. 구독경제 비즈니스 플랫폼을 정교하게 구사하는 전략도 중요하다.

▲ SK브로드밴드의 새로운 셋톱박스가 공개되고 있다. 출처=SKB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는 최근 라이프스타일 진화를 선언하며 A1 2 셋톱박스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웨이브를 통해 OTT 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기존 IPTV 중심의 유료방송에서도 튼튼한 방어전략을 구사하겠다는 뜻이다. OTT는 셋톱박스가 없는 미디어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최근 넷플릭스가 구글 크롬캐스트 및 각 통신사들의 핵심 서비스로 지원되며 플랫폼의 무한확장을 보여주기 때문에 유효한 전략이다.

음성인식과 다양한 사용자 경험, 이를 통해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맞춘 구독형 물품 정기배송 서비스 'B tv PICK' 출시를 통해 확고한 주도권을 쥔다는 복안이다. 넷플릭스를 겨냥한 IPTV단의 대응전략이며, 무엇보다 이커머스 방법론을 도입해 서비스를 고객의 생활전반으로 끌어들인다는 발상이 새롭다. 김혁 세그먼트트라이브장은 "앞으로 B tv PICK 서비스의 제휴사 및 상품구성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며,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이 B tv를 통해 새로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함과 동시에 차별화 서비스로 키워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티브로드 인수에 속도가 붙으면 그 이상의 영역 확장도 가능하다.

▲ OTT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갈무리

합종연횡 LG유플러스, OTT는 미온적인 KT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말 기준 집계한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을 보면 1위는 KT계열, 2위는 SK계열, 3위는 LG계열이다. 점유율은 각각 31.07%, 23.92%, 24.54%며 KT계열에는 KT의 IPTV가 21.12% 점유율, 위성방송인 KT스카이라이프가 9.9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33.3% 점유율을 넘지 못하는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민감한 이유다. SK계열은 IPTV가 14.32%, 인수 과정을 거치고 있는 티브로드가 9.60%이며 LG계열은 IPTV가 11.93%, 역시 인수 과정을 거치고 있는 CJ헬로가 12.61%다.

KT와 LG유플러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두 기업 모두 현재의 유료방송 시장 패권을 차지하면서 5G의 킬러 콘텐츠로 미디어를 낙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SK텔레콤이 OTT와 기존 유료방송 IPTV의 전략을 빠르게 전개시키는 과정에서 KT와 LG유플러스는 일단 본연의 IPTV 인프라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말 일찌감치 넷플릭스와 손을 잡는 한편, CJ헬로 인수를 통한 통합 전략에 나서고 있다. 자체 모바일 플랫폼으로 OTT를 추구하고 있으나 IPTV의 연장선에 머물러 있으며, IPTV의 유료방송 경쟁력을 통합적으로 OTT에 구사하는 방안을 보여주고 있다.

KT의 OTT 전략도 선명한 편이 아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손을 놨다’는 평가다. IPTV 1위 사업자의 위치에서 유료방송 본연의 플랫폼에 집중하는 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