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3명의 돌연변이 인간 '프리코그'들이 범죄예측을 하는 모습. 프리코그의 역할은 이제 빅데이터가 수행하고 있다.

IBM은 2010년 초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시 경찰국으로부터 특별한 협조 요청을 받았다. 경찰 인력을 25% 감축하더라도 치안공백이 없도록 IBM이 기술지원을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IBM은 현장의 요구를 즉각 반영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범죄 분석 소프트웨어 ‘블루크러시(Blue CRUSH)’가 대대적인 TV 광고와 함께 세상에 소개됐다. 과거의 범죄 관련 정보들을 종합 분석하여 차후에 범죄가 일어날 장소와 시간을 알아내는 '예측보안(Predictive Policing)'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빅데이터 소사이어티’(부키 펴냄)에 의하면, 블루크러시는 빅데이터 전문가와 수학자, 인류학자가 참여해 개발했다. 경찰의 출동보고서, 조서, 증언, 통화 내용 등 모든 전산자료를 반영하고,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범죄를 날짜, 장소, 유형에 따라 분류한다. 여기에다 경찰 전산망에 24시간 연결된 상태에서 새로운 경찰 정보와 순찰차 카메라와 도시 곳곳의 CCTV 영상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반복 논리에 따라 범죄 확률을 계산한다.

블루크러시를 채택한 멤피스 시 경찰은 순찰에 앞서 휴대전화와 경찰차량 속 컴퓨터로 지도를 받는다. 12시간 안에 범죄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지역이 표시된 지도다. 지도 화면에서 특히 붉은 불이 들어오는 ‘핫스폿(hot spot)에 집중하라는 지령도 함께 주어진다.

IBM은 블루크러시의 성공에 고무되어 수년 뒤 업그레이드된 ‘프레드폴(PredPol)’을 내놓았다. 미국 애틀랜타, LA, 뉴욕에서 사용중인 프레드폴의 알고리즘은 날씨에 따른 행동 변화를 추가하고 있다. 특히 범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고 분류될 경우 대상자들의 프로필까지 참고한다. 프레드폴은 기존의 범죄예측보다 2배 이상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프리크라임팀' 리더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이 프리코그들의 예지력을 기반으로 범죄예측 시스템을 가동하며 미래 범죄의 현장을 예측하고 있다.

프레드폴은 실행되지도 않은 예비 범죄자까지 특정한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년)를 연상케 한다. 톰 크루즈가 열연한 영화 속에서 2054년의 워싱턴주는 ‘프리크라임 (Precrime)’ 시스템이 도입돼 있다. 예지능력을 가진 돌연변이 인간 ‘프리코그(Precog)’들의 도움으로 앞으로 일어날 범죄시간과 장소, 범죄를 저지를 사람까지 예측하여 단죄하는 범죄 예방대책이다.

예측보안은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영국 켄트주는 미국 프레드폴을 도입했고, 독일은 패턴기반예측기술연구소가 ‘프리콥스’라는 범죄예측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해 2015년부터 독일의 뮌헨, 뉘른베르크, 쾰른시, 스위스의 취리히, 바젤시에서 시험 사용중이다. 프랑스에서는 국립경범죄감독원이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예측보안의 혁신은 감시카메라(CCTV)의 지능화에 힘입고 있다. 최근의 감시카메라는 행동분석이 가능한 첨단 지능형이다. 앵글에 잡힌 사람의 스트레스 신호까지 포착하여 수상한 움직임인지 판별한다. 런던 근교 루턴에서는 50가지 수상한 행동이 감시카메라에 잡히면 자동적으로 상황실로 전달된다. 프랑스 니스에서는 군중 속에서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거나 반대로 너무 가만히 있는 사람을 자동으로 탐지해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