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휴가철에 군산을 가니 옛날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 현장인 초원사진관에 많은

관광객이 몰려있었습니다. 엄청 더운 날씨임에도 말이죠. 영화의 여운 외에도 이 더운 날,

눈 오는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며 더위를 잊게 하는 미덕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무더위가 아직 여전한 8월말인데, 이번 휴가는 어디서 보내셨는지요?

나는 세 팀과 어울리느라 짧게 바다, 강, 계곡에 각기 다녀왔습니다.

물이 많은 곳이었지만, 정작 물가에는 별로 가지 않고, 주변을 산책하게 되고, 그곳의 가게

사장님들과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로 나누었습니다. 최근의 어려움들을 털어 놓는데,

이게 정말 맞는 것인가 많이 헷갈리기도 했고,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거의가 도시에서 자랐기에 시골 계곡이나 강, 바닷물에 들어가 놀고 즐기는

것보다, 위생적(?)이라 생각하는 도심의 물놀이 시설이나 수영장 등 잘 관리된 곳을 좋아하고, 찾기에 점점 계곡이나 강에 사람들이 적게 온다는 걱정이었습니다. 경기가 나쁜 탓도

있지만, 그런 추세의 여파가 더 크다는 거죠. 동의되시나요?

내 경우는 보호자로 간 것도 있고, 수영 등 물놀이를 그리 즐기지 않기에 그 차이를 정확히

느끼지는 못하지만, 요즘 젊은 부모들은 과거에 이런 계곡이나 강, 바닷가에서 놀아본 경험도

적고, 일단 시간에 쫓기기에 도심의 물놀이 시설들을 택할 것 같은 생각이 들며,

그곳 사장님들의 걱정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업적이고, 문화적인 측면에서 이렇게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보다는 이러다가 휴가철의 물놀이마저 과거속의 기억으로 남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그즈음 ‘700살 빙하의 죽음을 애도합니다. 아이슬란드 빙하 장례식’이라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지난 8월 18일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북동쪽에 있는 오크 화산

정상 부근에서 아이슬란드 총리와 기후학자들이 모여 700살 된 빙하의 장례식을 치루었다고 합니다. 사망 선고를 받은 빙하는 해발 1,198m의 오크 화산 정상 일대를 700년간 넓게 덮고 있었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면적과 두께가 서서히 줄었고, 2014년 빙하 연구자들로부터 공식적으로 죽었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기사와 함께 실린 사진을 보니 현재 오크 화산은

정상에 있는 분화구에만 얼음이 조금 덮여 있었습니다.

'미래로 보내는 편지'란 제목의 추모비가 빙하 앞에 세워졌는데,

그 내용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오크는 아이슬란드에서 최초로 빙하의 지위를 잃었다. 앞으로 200년 안에 아이슬란드의 주요 빙하들이 같은 길을 걸을 것이다. 이 추모비는 지금 무슨 일(지구온난화)이 일어나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것'

어떠신가요? 빙하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슬란드에서는 지난 5년간 약 400개의 빙하 중 소형 빙하 56개가 녹아내렸고,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남은 빙하들도 200년 내에 모두 사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작년 여름 북유럽 노르웨이서 보았던 빙하도 벌써 녹아 내렸을까요?

이렇게 머지않아 빙하도 과거 사진이나 우리의 기억 속에나 남아있을까요?

우리 계곡이나 강, 해변에서의 물놀이도 같은 길을 걷게 될까요?

여름 더위가 여전하다지만, 그 아득함에 갑자기 서늘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