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5개 이상 약을 복용하는 노인은 4개 이하 약물을 처방 받은 대조군 보다 사망 위험이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연구진이 암세포를 잡는 자연살해세포(NK세포)의 공격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전립선암 치료와 관련, 수술보다 호르몬치료가 사망 위험률이 3.4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연구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한 다제약물 복용자의 약물 처방현황과 기저질환 및 예후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고령인구, 만성질환, 복합질환 등의 증가에 따라 여러 개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 5개 이상 약물을 동시에 처방받은 노인의 현황을 파악하고 다제약물 처방이 입원 및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건보공단은 2012년 기준 65세 이상인 노인 중 2012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 동안 약물 처방이 270일 이상이고 입원이 없는 300만 8000명을 분석했다.

▲ 다제약물군은 대조군 대비 부적절 처방률이 33.2%포인트 높았다.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대상자 중 5개 이상 다제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인 다제약물군은 46.6%였다. 다제약물군은 4개 이하의 약물을 처방 받은 사람인 대조군보다 부적절 처방률이 33.2포인트 높았다. 부적절 처방은 대상자가 처방받은 약물에 노인이 피해야 할 약물 또는 특정질환이 동반된 경우 피해야 할 약물이 있는 것을 뜻한다.

▲ 다제약물군은 대조군 대비 입원 및 사망위험이 각각 45%, 54%까지 증가했다. 출처=국민건강보험공단

건보공단은 대상자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추적 조사한 결과 다제약물군은 대조군에 비해 입원 및 사망 위험이 각각 18%, 25% 더 높았다고 밝혔다.

다제약물군 중에서도 처방약물 개수가 증가할수록 입원, 사망 위험이 높아졌다. 11개 이상 복용군은 2개 이하 복용군보다 입원 및 사망위험이 각각 45%, 54%까지 늘어났다.

건보공단은 다제약물 복용의 부작용을 줄이고자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에는 만성질환 범위와 서비스 대상자를 13개 질환, 3000명으로 넓혔다. 약사 등의 전문가는 대상자를 방문해 약물을 어떻게 복용하는지 점검하고 복용 개선을 위해 3개월 동안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환자에서의 빈번한 다제약물 복용은 부적절 약물사용 빈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입원 및 사망 위험 증가와 연관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면서 “공단은 전문가가 참여하는 ‘올바른 약물이용지원 시범사업’을 지속 확대해 대상자의 건강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차의과학대학교 연구팀은 다기능성 나노입자를 이용하여 제작된 EGFR-CAR 발현 자연살해(NK)세포의 항암효능 평가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 암세포 잡는 NK세포 공격력 극대화 기술 개발

한국연구재단은 박경순, 박우람, 한동근 차의과학대학교 교수팀이 생체재료 기반 나노기술을 이용해 암세포에 구멍을 내 죽이는 NK세포가 암세포를 더 잘 공격하도록 만드는 세포치료제 제작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NK세포는 선천면역을 담당하는 세포다. 바이러스 감염세포나 종양세포 등의 비정상 세포를 인식해 이를 파괴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다른 면역세포와 달리 면역거부반응이 적어 건강한 사람의 세포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등 여러 강점을 지니고 있다.

NK세포의 특징에 따라 암세포 표면의 이름표(EGF Receptor)를 더 잘 읽을 수 있도록 이름표와 결합하는 암세포 인식강화 유전자(EGF Receptor-CAR)를 도입해 NK세포의 암세포에 대한 공격력을 높이는 연구가 활발한 추세다. EGF Receptor는 악성 유방암세포의 표면에 많이 발현되는 표피생장인자 수용체다.

연구가 활발하지만 NK세포의 자체방어기작 때문에 외부에서 인식강화 유전자를 도입하기가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암세포 인식강화 유전자를 NK세포 내로 전달하려는 방식은 바이러스를 매개체로 한다는 점에서 안전성 측면에서 다소 불리하며 NK세포가 바이러스를 공격해 전달효율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차의과학대학 연구팀은 바이러스 대신 형광을 띠는 자성 나노입자를 암세포 인식강화 유전자와 함께 전달해 NK세포 내로 이 유전자가 전달되는 효율을 크게 높였다.

연구팀 관계자는 “고분자 생체재료를 나노입자 위에 겹겹이 쌓는 삼중코팅 방식을 통해 NK세포의 자체 방어기작을 회피하도록 설계해 이 유전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세포 내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나노입자의 도움으로 NK세포 표면에 암세포 인식강화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만들어지는 것과 악성유방암세포벽에 구멍을 내 파괴하는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유방암 생쥐모델에서 종양성장 억제능력을 살펴본 결과 종양 크기가 대조군에 비해 약 4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연구팀은 다기능성 나노입자가 표지된 자연살해(NK)세포의 생체내 추적 영상도 확인했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또 나노입자가 자성을 띠는 아연‧철 산화물과 근적외선 형광분자를 포함하고 있어 기존 자기공명영상과 광학형광영상기법으로 생쥐 동물모델에서 NK세포의 위치는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음도 입증했다.

박경순 교수는 “차세대 항암면역세포로 주목받는 NK세포를 자유자재로 엔지니어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 사업과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육성과제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스(Biomaterials)’에 게재됐다.

▲ 이지열(왼쪽), 하유신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 전립선암 사망 위험률, 수술보다 호르몬치료가 3.42배 높아

전립선암 치료법으로는 원발병소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수술 치료 외에도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호르몬 요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국제 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미국 국립 통합 암네트워크(NCCN,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는 아시아인의 전립선암 치료에 있어 호르몬치료와 수술치료를 동일하게 권고한다.

최근 국내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 비전이성 전립선암 치료에 있어 수술치료가 호르몬치료보다 생존율이 월등히 높다는 결과가 발표돼 새로운 전립선암 치료 권고안에 근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열, 하유신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전립선암 환자 4538명을 대상으로 수술치료 환자와 호르몬치료 환자의 사망 위험률을 비교 분석했다.

연구결과, 수술치료군의 5년 생존율은 92.4%이고 호르몬치료군은 77.7%로 분석됐다. 호르몬치료 환자의 사망 위험률은 수술치료 환자보다 3.4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이 국한, 국소 침범 등과 75세 미만, 75세 이상 연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서도 동일하게 호르몬치료군이 수술치료군보다 사망 위험률이 증가했다. 75세 이상 고령의 진행성 전립선암에서도 수술 치료가 사망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와 주목할 만하다.

각 치료군별 부작용 발생 분석을 통해 호르몬치료 환자들에게 심근경색 등의 심뇌혈관 질환과 골다공증 등 생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부작용 위험도가 1.6배 이상 증가했다. 부작용에 따른 추가치료 발생 위험도도 3.2배 이상 늘어났다.

이지열 교수는 “이 연구는 전립선암 치료에 있어 적극적인 수술 치료를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임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면서 “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전립선암의 새로운 치료 권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중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유신 교수는 “75세 이상의 고령 환자와 3기 이상의 진행성 전립선암에서도 수술 치료의 생존율이 높아 공격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선도하는 ‘미국 국립 통합 암네트워크 저널(JNCCN, JOURNAL OF THE 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 5월호에 게재됐으며 대한전립선학회 춘계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구연상을 수상했다. 연구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지원하는 ‘전립선암 환자에서 수술치료와 호르몬치료의 성과연구’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