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국 정부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중단 및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파문으로 두 나라의 관계가 사실상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두 수퍼파워도 끝을 모르는 격돌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중국은 23일 약 5078개 품목, 약 75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각각 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는 9월 1일과 12월 15일 발효될 예정이며 지금까지 관세부과를 유예했던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5%도 12월 15일부터 발효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내달 1일부터 적용되는 3000억달러의 10% 관세를 15%로 올리고, 이미 25%를 부과하고 있는 25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 25%에서 30%로 올리기로 결정했다. 기존 관세는 물론 앞으로 올라갈 관세율도 올린다는 뜻이다. 미국이 먼저 추가관세를 시작하면 중국이 반발하고, 미국이 재차 공격에 나서는 패턴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은 확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중국의 관세부과 방침이 알려짐과 동시에 트위터로 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어리석게도 수조달러를 (중국에) 잃었다”면서 “나는 그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중국이 필요없고, 그들이 없으면 우리는 더 부강했을 것”이라면서 “위대한 미국 기업들은 이제 중국에 대한 대안을 즉시 찾기 시작할 것을 명령받았다. 여기에는 기업을 조국으로 가져와 미국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들어오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거론하면서 “나는 우리의 모든 운송기업들이 중국에서 펜타닐 배송을 거부하기를 바란다”면서 “펜타닐은 1년에 10만명의 미국인을 죽인다. 시 주석은 이를 멈출 것이라고 했지만 멈추지 않았다”면서 시진핑 주석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제국주의시절 중국을 병들게 만들었던 아편과 관련된 논란을 상기시키기 위함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관세에 대비해 추가 대응책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의 철수 여부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일단 미국 산업계와 언론은 부정적이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수석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중국을 무시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압박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을 제조거점으로 삼은 미국 기업이 다수 존재하는 상황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애플의 경우 중국에 제조거점을 가지고 있어 고관세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해결하달라고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 요청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탈’중국에 나서라 주문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조 서플라이 체인이 붕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 기업들은 상당한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세금 폭탄을 운운하는 정부로부터 전방위적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 미국에서 장사하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압박에 나서기 전 자국 기업의 해외 제조거점을 국내로 옮겨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경제전쟁을 계기로 자국 기업의 '탈'중국을 촉구하면서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린 후 자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에 압박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역시 임기 초반 자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끝난 후 자국에서 장사하는 글로벌 기업에게 "미국에서 장사하려면 공헌을 해야 한다"는 취지의 압력을 가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미국에 제조거점을 마련하고 일자리 창출에 나선 배경이다. 이러한 현상이 미중 경제전쟁을 기점으로 또 한 번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애플의 '민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은 관세를 내지 않는다"고 거론한 점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금리인하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을 맹비난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으로 무역흐름을 제어할 수 없다고 밝히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일축하는 기존 입장을 반복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나의 한 가지 유일한 질문은 우리의 더 큰 적이 파월 연준 의장이냐 아니면 시진핑 중국 주석이냐는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미중 경제전쟁이 심각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통화정책의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