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조-내적시선, 30×130㎝

물에 담아 흠뻑 적셔낸 듯 한 화면은 희끗희끗한 점들, 무심하게 스쳐지나간 자욱들의 흔적을 안타깝게 보여준다. 그것은 어둠 속에 빛나는 불빛처럼, 쳐놓은 발사이로 스며들어와 부서지는 햇살처럼 보인다.

아울러 그 점들, 끄적거린 선들은 분청사기의 표면에 무심하게 반복되어 찍힌 점이나 빗살문양을 연상시키는가 하면 독에 그려진 난초나 목단꽃 무늬를 무심하게 그린 옛 장인들의 솜씨(그들은 이를 ‘환친다’라고 했다)가 연상되기도 한다.

혹은 부적을 들여다보는 느낌도 든다. 어느 정도 잿물이 흘러내린 뒤 그늘진 곳에 옮겨놓고 그릇 배 부분에 양손으로 슥슥 그린 그 수화문에 나타난 다양한 문양의 솜씨 없음, 무기교, 무심함에서 엿보이는 자연스러움과 담백함이 맛깔스럽다.

▲ 22×28㎝

그런 마음, 그 같은 무심함과 천진함 등으로 화면을 일구어내고자 하는 욕구는 그것이 지극히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넉넉함과 여유로움을 지니는 한편 더 할 나위없는 매력을 함축해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것들이 한국미의 한 전형을 표상하고 있다고 여기는지 모르겠다. 송수련은 그 같은 요소들을 적절히 자신의 화면 안으로 불러 모은다. 그것들을 한데 어루어 흠뻑 담궈 놓는 것 같다.

흥건할 때까지 갈색조나 청색조의 색채를 적셔놓은 후 그렇게 물든 화면에 작위적인 묘사를 배제한 지극히 무심해 보이고 어눌한 붓 터치, 점, 선들을 통해 저희들끼리 어울린 자족적인 세계를 보여준다. 그곳에는 함축된 산수, 자연에서 받은 인상, 새와 나무, 사람들이 놓여 있다. 문인적 세계관을 지닌 이들의 관조와 절제들이 몇 가지 도상을 빌어 등장한 것 같다.

▲ 200×140㎝

세계에 대한 이 인상적이며 서정적인 느낌, 기억들을 기꺼이 화면 안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지금까지 그의 작업이었다면 그 세계는 다름 아니라 한국적 미의식의 지난한 경로 속에서 은근히 배태되어 유전적으로 전수되어오는 선천적인 것들의 확인과 이의 심화에 기대는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그간 관조와 명상으로 이루어진 작업은 수묵의 연장선에서 먹색의 단색을 청색, 갈색조로 물들이면서 함께 해온 작업이라고 여겨진다. 그것은 수묵화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짐과 동시에 한지라는 재료에 대한 물질체험을 함께 해온 작업이라는 생각이다.

그를(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한지작가 송수련,종이회화 송수련,여류중견화가 송수련,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 통해 매우 정감 있고 서정적인 작업의 한 세계를 적셔놓고 있지만, 그 폭이 좁을 수 있다는 아쉬움도 함께 한다. 아마도 이후의 작업이 그런 과제와의 모색 속에서 전개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박영택/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