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여성 전용 제품만 출시하던 브랜드에서 새롭게 남성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1세대 여성 의류 브랜드에서부터 여성청결제 등 생활용품까지 분야에 상관없이 남성제품이 출시되면서 여성 전용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깨지고 있다. 

국내 1세대 캐주얼 여성복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는 브랜드 최초로 남성복에 도전장을 냈다. 신세계톰보이가 운영하는 톰보이는 9월 말 브랜드의 남성 라인을 출시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여성 토종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다. 여성복 시장에서 선보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남성복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전략이다.

▲ 국내 1세대 여성복 '스튜디오 톰보이'이 남성복에 진출했다. 출처=신세계인터내셔날

1977년 탄생한 스튜디오 톰보이는 지난 2010년 부도가나며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된 후 지난해 매출 1125억원을 올리며 메가 브랜드로 부활했다. 올해 4월에는 북경에 있는 중국 최고급 백화점인 SKP백화점에 매장을 오픈하는 등 글로벌 브랜드 도약에 준비 중이다.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남성과 여성 컬렉션을 함께 선보이는 것처럼 스튜디오 톰보이도 토탈 패션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스튜디오 톰보이의 남성 라인은 브랜드 특유의 오버사이즈 핏과 감각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몸에 붙는 슬림핏이 주류를 이루는 기존 남성복 시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스타일로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패션을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

스튜디오 톰보이 남성 컬렉션은 9월 말부터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 남성매장 팝업스토어와 스튜디오 톰보이 주요점에 숍인숍 형태로 선보인다. 구체적인 브랜드 콘셉트와 가격대는 매장 오픈 일정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이회훈 스튜디오 톰보이 영업 팀장은 “스튜디오 톰보이는 국내 패션 브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서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처럼 우리나라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을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 질경이의 남성청결제 ‘매너맨 워시 젤 바이 질경이’ 제품. 출처=질경이

여성청결제 브랜드 ‘질경이’도 지난 7월 남성청결제 라인을 새롭게 론칭했다. 여성 생활용품 브랜드에서 출시한 남성제품은 ‘남자가 깨끗해야 여자가 건강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제품명도 당당하고 매너 있는 남성이 되자는 의미를 담아 ‘매너맨 워시 젤 바이 질경이’로 출시됐다. 

해당 제품은 젤 타입의 워시형 남성청결제로 남성 시크릿존의 피부 보습 개선 및 온도 감소, 냄새 완화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또한 수분 공급을 돕는 3중 히알루론산과 피부 보호 조성물 특허 성분인 BSASM, 오크라열매 추출물을 함유해 피부에 보습감을 부여한다. 사용 방법도 매우 간편하다. 샤워 시 씻고자 하는 부위에 물을 적시고, 매너맨 워시 젤을 손에 적당량 덜어 부드럽게 거품을 내어 클렌징 후 물로 깨끗이 헹구어 내기만 하면 된다.

최원석 질경이 대표는 “그루밍족의 증가로 남성들의 M존도 소중하고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청결제를 쓰는 남성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건강한 라이프를 위해서는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는 위생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 ‘쿠론x시리즈 콜라보레이션 미니멀 에디션 제품. 출처=코오롱FnC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하 코오롱FnC)의 여성 핸드백 브랜드 ‘쿠론’은 남성복 브랜드 ‘시리즈’와 함께 협업해 남성 가방 라인을 선보였다. 

‘쿠론x시리즈 콜라보레이션 미니멀 에디션’은 쿠론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가죽 가공 기술과 미니멀한 디자인을 시리즈의 빈티지한 감성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특히 사용하면 할수록 자연스러운 질감으로 표현되는 베지터블 소가죽을 사용해 빈티지한 감성은 끌어냈다. 겉에서는 봉제라인이 보이지 않게 디자인해 깔끔하면서도 가죽 본연의 느낌을 살렸다.

쿠론 관계자는 “시리즈와 협업해 선보이는 이번 남성 에디션은 쿠론은 베지터블 가죽을 활용한 최고급 상품을 제안함으로서 새로운 남성 이미지를 보여주고, 시리즈는 기존에 없었던 가죽 액세서리를 선보이며 상품 확장의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생활용품은 물론 잡화까지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가장 큰 예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트렁크를 입는 여성들이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여성용 트렁크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92%나 신장했다. 1년 사이 2배 가까운 판매신장률이 증가한 셈이다. 반면에 남성용 트렁크는 같은 기간 판매량이 7% 소폭 감소했다.

▲ 예스 블랙 하트 여성 트렁크. 출처= 좋은사람들

트렁크 특유의 편안한 착용감 때문에 집에서 홈웨어로 입기 시작하면서 최근 여성용 트렁크가 출시된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인 삼각팬티가 겉옷과 마찰 없이 활동을 편하게 해준다면, 여성용 트렁크는 속옷은 물론 편안한 하의 기능이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점점 더 여성과 남성의 소비 트렌드가 동일해지고 차이 간격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의 마케팅 관계자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브랜드들이 최근 남성라인까지 확대하면서 고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있다”면서 “실제로 여성 제품의 대표가 남성인 경우는 남성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오히려 더 쉬운 부분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