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서인원 기자] 28세 직장인 W씨는 정제 비타민 한 알로 아침식사를 마무리한다. 오메가 3와 눈 건강을 위한 루테인도 필수 아이템이다. 부모님과 같이 먹는 유산균 제품도 잊지 않고 직장에 챙겨간다. 이런 W씨도 요즘 너무 많아진 비타민 제품 때문에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다양한 건강기능식품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건강기능식품의 종류 수만 2만1000여 종에 이른다. 장년층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의 관심도 꾸준히 늘어나 젊은 층을 겨냥한 식품과 다채로운 기능성 강화 식품이 등장한 탓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심을 가지는 건 비단 일반 소비자뿐만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양적확대를 틈타 기존 제조, 유통 업체들은 물론 일반 식품 대기업도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성장일로, 한국 건강기능식품 시장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식품기능 생산실적’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총 매출액은 2014년 1조6310억원 규모에서 2015년 1조8230억 원, 2016년 2조1260억원을 거쳐 2017년 2조2374억원까지 증가했다. 특히 국내 시장과 함께 해외 수출도 급격히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매출액 중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판매액 규모가 2009년 9183억원에서 2017년에는 2조1297억으로 두 배를 훌쩍 뛰어 넘어 성장했고 해외 수출액 또한 2009년 414억원에서 1076억원으로 두배 이상 성장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건강기능식품 생산현황’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매출 성장세는 2009년에서 2013년 사이 평균 13.4%의 성장세를 보였고 2014년 이후로도 꾸준히 평균 10.9%대의 매출 성장세를 유지중이다. 최근 들어 약간 둔화된 추이를 보이지만 이런 수치는 국내총생산(GDP)와 제조업 GDP의 연평균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타 산업에 비해 급성장한 것이다. GDP 대비 건기식 시장의 산업 규모는 2013년 0.10%, 2014년 0.11%, 2015년 0.12%, 2017년 0.13%로 매년 조금씩 증가해왔다.

▲ 건강기능식품 생산현황. 출처=식품의약품안전처

남상집 이화여대 약학대학 제약산업학과 교수는 “시장 자체는 2002년 건강기능제품 관련 법률 입법 전부터 있었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식품의 범주로 뭉뚱그려서 형성이 됐고 일반 식품과 건강기능성 식품의 구별이 모호했다”면서 ”관련 입법 이후, 식약청 인증절차를 거쳐 제조하는 방식을 통해 식품시장과 분리된 후 꾸준히 성장했다”고 말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 또한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후 법적제도가 만들어 짐에 따라 건전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소비자 신뢰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한국은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개별법이 있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한국과 미국 등을 제외하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개별법이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유통채널의 다각화가 시장 성장 견인

▲ 출처=메리츠종금증권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2018 건강기능식품 시장현황 및 소비자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의 유통채널(선물을 제외한 직접구매 시장으로 한정)은 인터넷몰(35.9%), 대형할인점(15.3%), 다단계(12.5%), 약국(10.9%), 기타(6.7%), 방문판매(4.9%)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는 이를 통해 온라인 유통 채널 확대로 인한 소비자들의 유입이 시장 성장을 견인한 요소라고 분석했다.

실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해당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1200명 조사)이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기 전 정보를 먼저 탐색하는 비율은 59.3%였다. 이 중 64.9%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인 및 주위 사람들의 소개(72.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정규방송 및 케이블TV 광고(39.3%), 전문가의 조언 및 권유(34.4%), 판매원의 권유(32.0%)에 비해 1.5~2 배 가량 높다. 정보 탐색 경로에 대한 신뢰도 또한 인터넷 검색(35.8%)이 지인 및 주위 사람들의 소개(33.4%)보다 높게 나타났다.

건기식 협회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채널은 최근 3년 내 지속적인 성장세이며, TV홈쇼핑의 비중은 2016년 3.3%, 2017년 2.9%, 2018년 2.4%로 하락세에 있다”고 밝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도 이커머스의 위력이 거세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건기식 시장의 유통채널에 대한 규제는 앞으로 점차 완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약국에만 허용되는 자유판매를 백화점과 대형마트에도 허용하기로 했다. 건기식을 판매하는 사업자(백화점, 대형마트)의 사전 신고 의무 폐지도 추진하고 있다. 규제 완화에 따라 전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확장성과 유통 또한 더욱 탄력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건기식 시장의 꽃은 홍삼 등 면역제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8년에 발표한 ‘건강기능식품생산실적’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건기식 품목 매출 상위 5개 품목은 홍삼, 개별인정형, 비타민 및 무기질, 프로바이오틱스 밀크씨슬(카르두스 마리아누스) 추출물 순으로 이들 품목만 합해도 전체 매출액 비중이 81.7%에 이르렀다. 특히 홍삼은 전체 건기식 시장 매출액 중 46.3%를 차지하며 1위를 기록했다. 홍삼 매출액은 1조358억원대로 파악됐다. 개별인정형은 2450억원, 비타민 및 무기질의 매출액은 2259억원, 프로바이오틱스는 2174억원, 밀크씨슬 추출물은 1042억원으로 나타났다.

홍삼을 제조하는 업체 또한 248개소로 전체 2404개 대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홍삼제품 생산액도 14년 3796억원에서 17년 5261억원으로 늘었다.

최근 5년(2013~2017)간 홍삼, 비타민 및 무기질, 프로바이오틱스, 루테인의 고시형 제품이 성장 추세에 있다. 다만 개별인정형 제품은 성장률이 낮아지는 모양새였다. 또한 밀크씨슬(카르두스 마리아누스) 추출물, EPA 및 DHA 함유 유지, 알로에 겔, 인삼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고시형 원료는 홍삼 등 제조기준, 기능성의 요건에 적합하다고 인정받아 누구든 사용가능한 원료이다. 개별인정형 원료는 식약처에 안전, 기능, 규격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 후 식약처장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하며 사전 인정받은 업체만 다룰 수 있는 원료이다.

기능성별 매출현황은 2017년 기준 면역기능 제품이 1조1711억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혈행개선 1조1246억원, 항산화 1조1104억원, 기억력 개선 1조1097억원, 피로개선 1조808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개 기능성 품목이 기능성별 매출 비중에서 81.2%를 차지했다.

다양한 형태의 홍삼 가공 건강기능식품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건기식 시장의 고성장 이유

건강기능식품시장이 최근 10년간 고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호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선 인구 구조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율은 2017년에 14.3%를 기록하며 가파르게 급증했다. 특히 2011년 이후에는 평균 8.6% 증가율의 추이로 늘어나고 있다. 고령인구 아래 세대인 50대의 증가폭도 마찬가지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관계자 역시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에 따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건기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통계자료를 보면 여전히 건기식 시장에서 50대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답했다.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경제규모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18년 국내 1인당 GNI는 3449만원을 기록했다. 소득이 증가하는 추세에 따라 건강기능식품의 구매경험률도 16년의 63.3%에서 18년 73.6%로 확대됐다. 특히 고소득 가구의 경우 건강기능식품 구매경험이 상승하는 추세로 월 소득 500만 원 이상 가구의 최근 1년간 건강기능식품 섭취 경험률은 70.1% 항상 섭취율도 60%에 가까웠다. 지속적인 국민소득 증가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수요도 확대된 것이다.

시장이 커짐에 따라 맞춤형 건강기능식품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임형택 기자)

건강기능식품의 장점 또한 시장 성장을 이끈 요인 중 하나다. 메리츠 증권 리서치센터 팀은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식품과 같은 보편적인 음식으로의 특성과 안정성을 갖춘 동시에 까다로운 임상절차를 거칠 필요 없이 빠른 제품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남상집 이화여대 교수는 “건강기능식품은 약품이 아니라 식품에 방점을 둬야 한다”면서 “약품보다 효과는 점진적이고 느리지만 부작용을 비교적 걱정하지 않고 수년간 장기적으로 섭취하며 건강 기능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성장요인은 고령화에 따른 노년, 장년층의 증가, 그리고 삶의 질이나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유통망 확산과 건강기능식품 관련 정보들의 빠른 공유가 가능해진 점, 까다로운 약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해한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수요 증가 등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