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SNS 기업 페이스북과 국내 방송통신위원회가 벌인 세기의 판결 1차전이 벌어진 가운데 페이스북이 승리를 거뒀다. 추후 국내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자(CP)의 망 사용료 협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22일 페이스북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소송을 두고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9500만원 등 모든 행정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6년 2월 페이스북의 접속 경로 임의변경 사태다.

페이스북은 당시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해당 망을 바탕으로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접속을 더디게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사 결과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KT를 통해 접속을 지원했으나 KT와 별도의 논의없이 접속경로를 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페이스북이 통신사들과 망 이용대가를 둘러싸고 계약을 하던 중에 벌어진 일이라, 일각에서는 “의도된 계획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 바 있다. 결국 방통위는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시정명령과 업무처리 절차 개선,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초반 방통위의 문제제기에 유연하게 대응했다. 협의를 통해 접점을 찾는 한편 조세문제까지 투명하게 진행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의 행정소송이 실제로 시작되자 돌연 입장을 바꿔 강대강 대치를 시작했다. 6차례 공판에서 자사의 입장을 강경하게 밝히는 한편 망 이용대가 협상과 무관한 네트워크 효율 사업의 일환으로 우회접속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는 통신사들의 캐시서버 사례, 나아가 지난해 개정된 상호접속 고시 등 따져봐야 할 대목이 많다.

페이스북은 KT에 연 150억원 가량의 캐시서버 이용비를 제공한 바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각각 연 700억원, 30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가운데 페이스북은 상대적으로 낮은 150억원을 망 사용료가 아닌 캐시서버 이용비 명목으로 지불했다는 뜻이다. 여기는 통신사들의 ‘원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서비스를 유치하기 위해 캐시서버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특혜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통신사들의 동행은 지난해 개정된 상호접속 고시가 개정되며 흔들렸다. 당장 KT가 캐시서버에 접속되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페이스북 망 사용료 비용을 부담하게 됐으며, KT와 페이스북은 이 문제를 논의했으나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및 LG유플러스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해 논란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망 사용료 분쟁에 있어 통신사들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본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기업 무임승차 논란도 커질 전망이다. 법원이 사실상 통신사와 CP의 계약에 정부 부처가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기 때문에 추후 통신사들의 협상력도 크게 낮아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캐시서버로 시작된 글로벌 기업 우대가 지금의 논란을 키웠으며, 앞으로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의 역차별 문제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방통위는 판결 사실이 알려지자 항소의 뜻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