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이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 중개 장터) 업체들의 경쟁이 곧 국내 이커머스 생태계였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 오픈마켓 업체들의 업계 내 영향력은 후발 주자 업체와 유통 대기업들의 이커머스 진입으로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약화됐다. “20여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변화나 혁신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도가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오픈마켓 업체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 

잘 나갔던 그들의 ‘내리막’ 

국내 온라인쇼핑몰의 성공 신화인 ‘G마켓’과 ‘옥션’을 품은 이베이코리아는 ‘업계 1위’라는 표현을 자신 있게 쓸 수 있는 업체였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오픈마켓 플랫폼 운영으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 중에서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유일한 업체이기도 했다. 이를 이베이코리아(정확하게는 G마켓)을 바짝 뒤쫓는 업체가 SK의 오픈마켓 11번가다. 2010년 이전만 해도 국내 이커머스의 변화를 이끄는 양대산맥은 분명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였다. 그러나 2010년 소셜커머스 티몬, 위메프, 쿠팡의 등장으로 기존 오픈마켓들의 절대 입지가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쿠팡의 폭발적인 성장이 업계의 판을 흔들었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7조8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이커머스 단일 브랜드 거래액 1위인 G마켓의 약 9조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오픈마켓의 입지를 위협하는 것은 쿠팡뿐만이 아니었다. 공식적으로 이커머스 별도 법인을 세우고 운영을 시작한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의 시장 진입으로 오픈마켓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5년 801억원, 2016년 670억원, 2017년 623억원 그리고 지난해 486억원까지 4년 연속으로 줄어들었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SK는 부진한 실적을 계속 이어가던 11번가를 매각하기 위해 롯데, 신세계와 물밑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노력   

국내 오픈마켓들은 장기적 관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시작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지난해 경기도 화성시 동탄에 전용 물류센터를 건립했고 올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동탄물류센터로 이베이코리아는 자사가 제공하고 있는 익일배송 서비스를 ‘스마일 배송’의 물류 처리 역량을 강화한다. 

▲ 이베이코리아 G9의 증강현실 쇼핑 앱 '잇구' 화면. 출처= 이베이코리아

지난 8월 이베이코리아는 증강현실 모바일 쇼핑 앱 ‘it9(잇구)’를 선보였다. 잇구는 쇼핑몰 G9에서 가구를 사기 전 집 안에 배치하거나 선글라스를 가상으로 착용해보는 등의 간접 경험할 수 있는 증강현실 앱이다. 아마존을 포함한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에서 여러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는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쇼핑을 도입한 사례다.   

11번가는 지난해 9월 SK플래닛으로부터 독립법인으로 분사된 이후 비용구조 개선 등으로 자생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11번가는 분사 직전에 사모펀드(PEF) H&Q코리아와 국민연금으로부터 약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고, 지난 6월에는 올해 내 100여명의 경력 개발자들을 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11번가는 7일 전자금융업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록을 마치고 새로운 간편 결제 시스템 ‘SK페이’를 선보이기 위한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 출처= 11번가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시도들은 한 동안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에 대해 다소 둔감하게 대응해 온 것에 대한 일종의 반성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의 오픈마켓들은 분명 예전보다는 업계에서의 입지가 많이 위축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난 약 20년 간 이 업계의 변화를 이끌면서 눈부신 성장을 일궈낸 그들의 운영의 노하우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높은 인지도 그리고 수많은 판매자들과 연결된 네트워크 체계, 여기에 최근 강화되고 있는 기술혁신 등은 장기적 관점으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