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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현장에"...4대 그룹 총수들 직접 뛴다현장 행보 "바쁘다 바빠"
   
▲ 지난 1월 2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는 2019 기해년 신년회'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부터),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출처=뉴시스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발표 이후 재계의 리더들이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2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중단을 선언하는 등 한일 두 나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도 초읽기에 돌입할 정도로 상황이 어렵게 돌아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를 직접 챙기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정부의 내년도 신산업 육성책과 재계의 움직임이 지향하는 방향성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역량 강화...새로운 먹거리 5G·IoT·AI 초점

   
▲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전자 천안 사업장을 방문해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들어 온양·천안 캠퍼스, 평택 캠퍼스, 광주 사업장 등 3번째 현장경영을 진행했다. 재계 총수들 가운데 가장 활발한 움직임이다.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등 일본의 수출규제가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본의 수출규제, 메모리 반도체 단가하락, 시스템 반도체 수요둔화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7일 일본을 직접 방문해 현지 사정을 살피는 동시에 대책 수립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로 돌아온 이 부회장은 경영진과 비상회의로 대책을 모색하는 한편, 현장경영으로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 감소에 주력했다. 일본의 소재 공급 불안정성에 대비해 자체 공급선 확보 및 생산 로드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초기술 전략은 가동되고 있다. 악재 속에서 삼성전자는 128단 3D V낸드 양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앞서 이 부회장이 언급한 ‘위기 속에서 진정한 실력’이 나온 순간이다. 여기에 정부가 내년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육성에 23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혀 반도체 산업 저변이 전반적인 동반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사업자 간 ‘초격차’를 유지할 계획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으로 향후 총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와중에도 삼성전자는 내달 4일 일본 도쿄에서 글로벌 파운드리포럼을 강행하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의 로드맵과 신기술을 소개할 예정이다.

또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업으로 5G(5세대이동통신)·IoT(사물인터넷)·AI(인공지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일 광주 사업장에서 경영진에게 “5G·IoT·AI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도 급변하고 있다”면서 “미래 세대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전통 가전제품에 대한 생각의 한계를 허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강조한 5G·IoT·AI는 내년도 정부의 6대 분야 지원방안에 포함돼 있다. 재정 1조7000억원이 지원되는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는 플랫폼과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오가며 혁신으로 시장 선점 가능성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소재 국산화와 함께 미래차 초점

   
▲ 지난 7월 15일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가운데)이 경기도 화성시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 방문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가시권에 접어든 7월 말 일본을 방문해 현지 상황을 점검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부품 수급 동향과 공급망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외부 리스크에 대한 영향을 살폈다. 현대차그룹은 주력 사업인 내연자동차 부품 국산화율이 95%에 달해 일본 수출규제에 비교적 영향이 미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부회장이 현장점검에 나선 이유로는 미래 먹거리인 수소전기차인 것으로 보인다. 수소연료탱크에 제조에 쓰이는 탄소섬유는 일본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새로운 먹거리에 외부 리스크가 남아있는 셈이다. 정 부회장의 귀국 후 현대차그룹은 효성첨단소재와 함께 공동으로 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착수해 연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먹거리로 미래차 개발 의지가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정 부회장은 2023년까지 연구개발과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향후 5년간 모빌리티, 전동화,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14조7000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정부에서도 미래차에 관한 투자를 진행해 정 부회장의 걸음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 미래차 분야에 1조4900억원을 재정 투입해 핵심기술 확보에 사활을 건다. 또 2022년까지 전기차 43만대, 수소차 6만5000대 수요 창출도 목표로 잡아 현대차그룹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분야가 완전한 산업으로 떠오를 때 놓치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정 부회장의 미래차에 대한 높은 관심은 지난달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감지된다. 이스라엘은 IT, 소프트웨어 및 제약·바이오 산업 강국이다. 정 부회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미래차 분야는 ICT 기술이 집약돼, 원천기술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이다. 현대차그룹은 이스라엘의 ICT 원천기술을 더해 미래차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실제 정 부회장은 방한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을 만났을 때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이스라엘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할 예정이다”라며 “공동 개발한 기술 일부는 양산차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소재·부품·장비 기초산업 육성 초점…M&A·구조개편 공격적

   
▲ 지난 7월 4일 구광모 LG 그룹 회장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찬 겸 회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출처=뉴시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일본 수출규제가 점차 가시권에 접어든 지난달 11일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을 찾아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구 회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가 일본 수출규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 LG그룹의 소재 관련 기술 선행 개발을 담당하는 곳을 방문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구 회장은 7월 10일 청와대에서 “한국 주력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를 뒷받침해주는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기초산업이 탄탄해져야 한다. LG도 국내 소재 부품산업 육성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구 회장이 LG그룹을 재편하면서 탄탄한 기초산업을 바탕으로 미래 산업에 진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구 회장은 이사회에서 2차전지와 올레드(OLED) 등을 언급하며 전략적으로 육성할 산업을 분주히 찾고 있다. LG그룹 내 개편만 보더라도 상당히 공격적이다. 구 회장 취임 후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했고, LG디스플레이는 일반 조명 사업을 철수했다.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인공지능, 전장, 로봇 등에 집중하기 위함이다.

또한 M&A(인수합병)에서도 재계 내 가장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구 회장 취임 후 LG전자의 로봇 기업 로보스타 인수, LG화학의 차량 접착제 제조기업 유니실 인수, LG생활건강의 화장품 기업 뉴에이본 인수, LG유플러스의 케이블TV 기업 CJ헬로 인수가 이뤄졌다. LG그룹은 M&A를 통해 선택한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구 회장은 단기 성과보다는 LG그룹 전체의 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판을 짜고 있다.

구 회장이 선택한 분야도 정부의 육성책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5G 콘텐츠 분야 지원은 LG유플러스, 미래차 분야 지원은 LG전자가 추진하는 전장 사업, 데이터와 AI도 LG그룹에서 미래 산업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는 새로운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기초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LG그룹은 산업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방 혁신 대신 ‘사회적 가치’ 실현 주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7월 18일 제주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44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업의 Breakthrough 전략,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SK텔레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재계의 다른 총수들과 색다른 행보를 보였다. 일본의 3대 품목 수출규제로 인해 SK하이닉스의 핵심 사업인 반도체에도 점차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위기 극복 이후 공격적인 새로운 산업 발굴보다 사회적 가치 실현에 보다 비중을 뒀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실현을 통해 기업 브랜드 위상 제고와 지속 가능한 경영의 궁극적인 발전방향이라는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로 SK하이닉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입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최 회장은 현안에 대한 긴급 점검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최근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가 공포되자 16개 주요 관계사 CEO를 소집해 수펙스추구협의회 비상회의를 주재했다. SK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수펙스추구협의회는 매월 넷째 주 화요일에 정례회의가 진행되지만, 상황이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긴급 비상회의가 열린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최 회장은 일본 수출규제에 따라 관계사별 대응 준비 등 여러 현안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최 회장은 경영진에게 “위기도 있지만, 위기 속에 기회도 있다. 흔들림 없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위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자”며 “위기 때마다 하나가 돼 기회로 바꿔온 DNA가 있으므로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다”고 주문했다.

위기 극복 이후 SK그룹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 보다 집중할 계획이다. 사회적 가치 실현은 그간 최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표준화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다. SK그룹은 경영 KPI(핵심평가지표)에도 사회적 가치 50% 반영을 선언하는 등 일시적 캠페인이나 퍼포먼스가 아닌 실체화를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단지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닌 쌓은 신뢰로 구매까지 이끈다는 전략이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기업들의 새로운 돌파구 전략으로 될 것이라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실제  SK그룹은 SK 수펙스추구협의회 내 SV 추진팀을 통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고객과의 관계를 통해 고객이 신뢰를 하고 내 물건을 사주는 것이다”며 “독일 화학기업인 바스프 등 15개 기업들이 모여 사회적 가치를 측정 방식을 합치는 작업도 시작했다”라고 강조했다.

황대영 기자  |  hdy@econovill.com  |  승인 2019.08.23  14: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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