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2분기 8개의 신약을 승인했다. 이베니티, 발버사, 스카이리지, 졸겐스마, 빈다켈, 피크레이, 폴리비, 바이리시 등이다. 6개의 신약을 승인했던 1분기보다 2개 더 늘어났다. 하지만 역대 최다인 59개의 신약 승인을 기록했던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상당히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관련 업계는 올해 신약 승인 감소의 원인으로 FDA 셧다운, 수장 교체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전체적인 신약 승인 횟수는 감소했지만 시장에 나온 신약들의 인기와 화제성만큼은 작년 못지않았다. 1회 투여에 우리 돈 25억원의 비용이 드는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는 고가 논란에도 희귀소아질환에 대한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 당당히 FDA 승인을 받았다. 또 애브비가 새롭게 선보인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지'는 출시 2개월 만에 4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항암제에 대한 제약 업계의 연구개발 열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올해 2분기 승인된 신약 중 3개의 약물이 항암 치료제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올해 2분기 8개의 신약을 승인. 출처=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이베니티(로모소주맙)

올해 2분기 FDA로부터 가장 먼저 신약 승인을 받은 '이베니티'는 골형성 촉진과 골흡수 억제 두 가지 효과를 가진 골다공증 치료제다. 골형성을 저해하는 단백질인 스클레로스틴을 억제해 골밀도를 증가시키고 골절 위험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다. 이베니티는 총 210mg 용량을 105mg씩 2개로 나눠 각각 다른 투여 부위에 피하 주사하면 된다. 한 달에 한 번씩 총 12회를 투여한 뒤 골흡수 억제제를 통한 유지요법을 써야 한다.

개발사 암젠은 지난 5월 말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이베니티의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베니티는 국내에서 ▲골절 위험이 높은 폐경 후 여성 골다공증 환자의 치료와 ▲골절 위험이 높은 남성 골다공증 환자의 골밀도 증가를 위해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베니티를 투여하는 동안 심근경색 및 뇌졸중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어 1년 이내 해당 질환을 경험한 환자에게는 투여를 제한하고 있다.

발버사(에르타피티닙)

발버사는 방광암 분야의 최초 표적항암제다. 방광암은 미국 내 6번째로 흔한 암으로 환자 5명 중 1명이 섬유아세포성장인자(FGFR) 변이를 가진다. FGFR은 암세포의 성장에 관여하는 생체신호 중 하나로 4개의 아형(FGFR1, FGFR2, FGFR3, FGFR4)이 존재한다.

발버사는 이 FGFR를 억제함으로써 항암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FGFR3 또는 FGFR2 유전적 변이에 민감성을 보이거나 백금 기반 표적항암제 투여 후 질병 진행을 보인 전이성, 국소 진행성 방광암 환자에게 발버사를 사용하게 된다. 다만 발버사는 안구충혈, 각막충혈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치료 중에 안구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고, 임신이나 모유 수유 중인 여성에게 사용해선 안 된다. 개발사인 얀센은 방광암 외에도 식도암과 담관암, 비소세포폐암 등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발버사의 활용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1회 투여에 210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 출처=노바티스

졸겐스마(오나셈노진 아베파보벡)

척수성 근육위축증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는 210만달러의 고가에도 불구하고 시판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척수성 근육 위축증은 2세 미만 영유아들에게 치명적인 근육 손상을 일으키는 유전적 질환이다. 졸겐스마 출시 전까지 이 질환에 걸린 소아 환자를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었다. 게다가 졸겐스마는 한 번 치료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이로 인해 졸겐스마의 가격이 적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하지만 졸겐스마는 출시 2개월 만에 데이터조작 의혹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제약사 노바티스가 동물실험 관련 데이터 조작을 의도적으로 숨긴 채 FDA 허가 절차를 강행했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는 임상데이터에 문제가 없다는 점에서 졸겐스마의 시장퇴출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노바티스는 민형사상 책임과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FDA는 졸겐스마의 전임상 결과를 재평가하고 있다.

스카이리지(리산키주맙)

건선 치료제 '스카이리지'는 지난 4월 말 FDA 승인 이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출시 2개월만에 48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발사 애브비는 스카이리지의 기대 이상의 판매 실적에 한껏 고무된 상태다. 연간 예상 매출을 기존 1억5000달러에서 2억5000만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애브비의 주력 제품인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매출 감소를 스카이리지로 메울 것으로 보고 있다.

스카이리지는 중등도 및 중증 판상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4번의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FDA 승인을 받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스카이리지를 처방받은 환자들은 우수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보였다. 환자의 82%는 스카이리지로 치료받은 지 1년 차에서 건선 피부가 크게 개선됐고, 환자 절반 이상은 건선 피부가 완전히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희귀질환 치료제 '빈다켈'. 출처=노바티스

빈다켈(타파미디스 메글루민)

화이자의 '빈다켈'은 약 7년 만에 FDA의 허가 관문을 통과했다. 이름도 어려운 '유전성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성 다발신경병증(hATTR-PN)’이라는 희귀질환의 유일한 치료제다. 화이자가 극소수의 희귀질환자들을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치료제를 개발했다.

hATTR-PN은 몸속 단백질인 트랜스티레틴이 유전자 변이돼 독성이 생겨 발병한다. 독성을 가진 변형 단백질이 말초신경계, 심장, 소화기관 등에 쌓여 영향을 미친다. 국내 환자가 200명도 채 되지 않는 초희귀질환이다. 하지만 한 번 증상이 진행되면 호전되지 않는 불가역적 질환이다. 빈다켈 역시 조기 진단을 전제로 사용되는 것이 좋다.

피크레이(알펠리십)

노바티스의 '피크레이'는 PIK3CA 돌연변이를 겨냥한 유방암 치료제다. 폐경 여성과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 환자에 대해 표준 승인을 받은 'PI3K 억제제'다.

지금까지 많은 제약사들이 PI3K 억제제 개발에 도전했으나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피크레이는 달랐다. 57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피크레이와 파슬로덱스 병용전략은 PIK3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군에서 무진행생존기간이 11개월로 비교군 5.7개월보다 길게 나타났다.

더불어 FDA는 PIK3CA 유전자 변이를 검사하는 세포 및 액체생검 등 동반진단 검사법도 추가 승인했다. 액체생검상 음성 결과지를 받아든 환자에 대해서도 세포생검을 통해 PIK3CA 변이를 확인할 수 있다. 노바티스는 피크레이가 2017년 출시한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보다 뛰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성 비아그라로 불리는 '바이리시'. 출처=AMAG 파마슈티컬스

폴리비(폴라투주맙 베도틴)

로슈의 최신 림프종 항암제 '폴리비'가 FDA의 승인을 받았다. 현재 환자들에게 선택 가능한 별다른 치료제가 없었던 암을 대상으로 한 혁신 신약이다.

폴리비는 항암화학요법제와 결합하는 항체의 일종이다. B세포에서만 발견되는 CD79b라는 특정 단백질과 결합해 항암화학요법제를 방출하는 기전을 가진다. 폴리비는 이전에 폴라투즈맙으로 알려졌던 약물로 리툭산과 화학요법 벤다무스틴과 함께 두 차례에 걸친 사전 치료에서 실패한 경험을 갖고 있다. FDA는 지난 2월 폴리비 병용요법에 대해 혁신의약품 지위를 부여해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했다. 향후 추가적인 임상 결과가 필요하다.

바이리시(브레멜라노타이드)

여성용 비아그라로 불리는 바이리시는 성욕 감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폐경기 여성 등을 위한 치료제다. 의사 처방에 따라 환자가 필요할 때 자가 투여할 수 있는 일회용 펜 타입의 피하 주사 형태로 개발됐다. 바이리시는 9월 중 미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발매는 오는 2022년으로 다소 늦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바이리시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광동제약이 출시 준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광동제약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바이리시의 가교임상 등 절차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동제약은 3분기 중 식약처에 바이리시의 임상시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