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수익경영의 대표주자였던 은행이 올해들어 글로벌 금리인하·미중 무역전쟁·일본 무역 보복 등 '3각 파고'에 직면하면서 수익경영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제는 하반기에도 이 상황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연말쯤 실적부진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지난해말이후 훈풍보다는 삭풍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요인으로는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가 촘촘이 압박해 들어오면서 그동안 수익의 대부분이었던 가계대출 비중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는 점이다. 어찌보면 손쉽게 수익을 챙기던 가계대출에서 이제는 수익성이 급락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하는 물론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모두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는 분위기가 가속화 되면서 국채금리도 모두 수직하락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침체를 경고하는 국채수익률의  장기금리가 단기를 하향하는 역전현상이 미국은 물론 독일 등 선진국 금융시장에 나타났고 심리적 공포심이 극에 달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은행의 자금운용에도 적색 비상이 걸렸다.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예금과 대출이자율의 역주행도 우려되는 상황이 조만간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중앙은행의 경쟁적 금리인하는 국채수익률 역전현상은 물론, 통화가치 하락 전쟁을 촉발시키면서 금리연계 파생상품과 통화 연계형 파생상품 등 파생금융상품의 손실 폭을 확대시켜 깡통계좌 양상은 물론 급격한 자금 유출과 이동을 촉발시킬수 있어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이같은 안팎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면서 이 달초 위기관리단계를 상향조정해 리스크관리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 금리연계형·통화 연계형 파생상품으로 키코사태 재현, 신뢰추락 우려 

은행권 위기의 첫 시험대는 최근 현실화되고 있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손실처리여부에 달려있다.  해당 상품을 판매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반을 꾸려 고객 대응에 나서는 등 비상이지만 아직까지는 뽀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한국은행의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수익 확보에 열을 올렸지만 무리한 상품 판매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신용평가사는 금융권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면서 올해 국내은행의 순이자이익(NIM)과 수수료수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돼 안전자산인 장기채권으로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고 국내를 비롯해 주요국 금리가 계속 하락했다.

시중은행이 가장 타격을 입은 사건은 최근 일어난 해외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 사태다. 증권사는 해외 금리연계형 DLS 상품을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내놓았고 상품 출시 이후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를 중위험 상품으로 구분해 판매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가중되고 여기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하로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DLS상품의 손실가능성도 커졌다. 해외 기초자산 연계 상품 중 독일10년물 국고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의 자산손실구간은 6월14일 –0.250%를 하회한데다, 이달 7일에는 –0.582%까지 떨어지면서 판매잔액전액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이 상품은 해당 금리가 -0.2% 이상을 유지하면 연 3~5%의 수익을 지급하지만, 이보다 낮아지면 0.1%포인트 초과 하락마다 원금의 20%씩 손실이 발생하는 식으로 상품을 설계해 해당 상품을 만든 자산운용사와 판매한 은행 모두 투자자에게 위험을 전가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분쟁조정 시청건은 모두 29건에 달한다. 금감원은 검사와 병행해 민원 현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통해 불완전판매가 확인될 경우 법률검토, 판례 분·조례 등을 참고해 분쟁조정을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DLS·DLF투자 대응팀을 가동한 상황이다. 금융당국의 분쟁조정 건은 향후 다음달 분쟁조정위원회에 회부될 전망이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번주부터 DLS 판매사인 우리은행·하나은행에 검사를 시작하고 검사·분조위 결과로 은행에 권고가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 은행권, 일본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취약업종 늘어날까 불안

▲ 하나은행 일본수출규제 금융상담 창구 모습. 출처=이코노믹리뷰DB

금리 변동성에 이어 은행권은 일본에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 금융애로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금융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은행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취약업종이 늘어나는 부분이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간소화국가)에 제외하면서 수출 제조기업에 타격이 장기화될 수 있고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 대출 연체 등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러한 시나리오로 볼 때 시중 연체율 증가로 자산건전성이 떨어질 상황도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시중은행과 금융당국이 수출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은 10조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우리은행은 일시적인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해 15조 규모의 특별자금을 지원하고,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자금을 지급할 것으로 계획했다. DGB대구은행도 일본수출 규제 피해기업에 3000억원의 금융지원을 나섰고 장기화될 경우 증액을 염두해두고 있다. 전북은행도 일본 수출입 중단 등 피해가 예상되는 도내 기업에 1000억원 규모에 금융지원에 나섰고 부산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도 피해 대책반을 마련해 대출연장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달 3일 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갖고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 금융지원 대책반을 신설했다"며 "긴급 현장점검과 피해기업에 대한 현황 파악으로 선제적인 금융지원에 나설계획"이라고 밝혔다. 우리은행 측도"일본 수출규제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설치해 전담인력을 배치, 금융애로 상담과 해소를 통해 피해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신(新)예대율 규제도입과 추가 금리인하 기대로 하반기 실적 전망 어두워

은행권은 저금리에 예대율 규제도 앞두고 있어 대책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신예대율은 가계대출을 억제하고 기업으로 자금을 유도하기 위한 신(新)예대율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신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 가중치는 15% 포인트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는 15% 포인트 내려 산정된다. 가계대출이 올 1분기에는 정부의 대출규제 등으로 증가세가 잠시 둔화됐지만 2분기에 다시 증가하면서 시중은행들은 예대율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2분기 가계신용잔액은 전분기 대비 16조2000억원 늘어난 1556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새로운 예대율이 적용될 경우 4대 시중은행 모두 예대율이 10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오는 9월 쯤 추가 금리 인하가 기대되면서 은행권의 하반기 실적전망도 밝지 않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부진한 경제성장으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또다시 하향 조정했고, 무역분쟁 등 녹록지 않은 대외 여건으로 기준 금리 추가 인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