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론>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지음, 정토웅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펴냄.

‘전쟁이론의 바이블’로 불리는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1780~1831)의 <전쟁론(Vom Kriege)>의 핵심 부분만을 발췌해 원문 그대로 옮겼다.

프로센 출신인 클라우제비츠는 12살 소년병으로 프랑스전에 참전했고 1803년 베를린 정규 사관학교를 수석 졸업해 평생 직업군인으로 지냈다. 베를린 사관학교 교장으로 재임하던 1819년부터 <전쟁론> 집필에 착수했다. 1831년 초고를 끝내고 수정하던 중 콜레라에 감염돼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듬해인 1832년 그의 부인이 유고를 모아 세상에 내놓았다. 원서는 총 8편 125개 장이다. 이번 국내 출간된 10% 발췌본은 제1편(전쟁의 본질), 제2편(전쟁 이론), 제8편(전쟁 계획)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클라우제비츠는 병법 차원의 방법론적 기술만이 아니라, 전쟁의 본질과 성격을 논함으로써 전쟁을 사회과학적 이론의 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전쟁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그의 명쾌한 이론, 즉 “전쟁은 수단이고 정치는 목적”이라는 주장은 오늘날 불변의 명제가 되어있다.

일부 내용을 요약한다.

▲인간의 싸움에는 두 가지 동기가 있다. 적대(敵對) 감정과 적대 의도이다. 적대 의도는 전혀 적대 감정에 지배되지 않은 채로도 존재할 수 있다. 야만 민족은 감성에 치우친 의도가 주로 지배하고, 문명 민족은 이성에 따르는 의도가 주로 나타난다. 전쟁은 폭력 행위이며, 폭력의 사용에는 한계가 없다.

▲적을 타도하려면 적의 저항능력을 고려해 우리의 노력을 적절히 맞추어야 한다. 적의 저항능력은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두 요소, ‘모든 가용수단’과 ‘의지력’으로 구성된다. 가용 수단은 측정 가능하다. 의지력은 측정이 어렵다. 단지 활기를 불어넣는 동기의 강도에 따라 대략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전쟁이, 우리의 의지에 따르도록 적에게 강요하는 폭력행위라면 어떠한 경우에도 오직 적을 타도하고 무장해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국을 무장해제하려면 적 군사력을 격멸해야 한다. 적이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에 빠뜨려야 한다. 적 영토를 점령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 영토에서 새로운 군사력이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성취되었다 해도 결국 적의 의지를 굴복시키지 않는 한 전쟁은 결코 종결되었다고 볼 수 없다. 다시 말하면 적 정부와 적의 동맹국이 협상을 요청하거나 국민이 항복하는 상태에 이르지 않으면 전쟁은 종료된 것이 아니다.

▲전쟁술은 최고의 관점에서 보면 곧 정치인 것이다. 외교적 각서를 보내는 대신에 전투를 벌임으로써 수행하는 정치다. 전쟁은 정치적 잣대로 평가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