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CJ제일제당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하다. 여기서 재미있는 생각을 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채널인 이마트와 온라인을 대표하는 채널인 쿠팡이 경쟁을 하면 어느 쪽이 이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무승부라는 의견이 많다. 서로의 사업 기반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이 완벽하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쟁에서 이익을 챙기는 곳은 따로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바로 국내 식품 업체들이다.

식품의 ‘절대 입지’

국내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품목은 무엇일까. 먹을 것, 즉 ‘식품’이다. 실제로 측정된 수치로 증명된 사실이다. 이 내용은 2019년 5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발표한 <2019년 4월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산자부 조사에 따르면 식품의 매출비중은 ‘백화점을 제외한’ 국내 모든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판매하는 그 어떤 품목보다 높다. 

▲ 2019년 4월 기준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 전체 매출 중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 맨 위부터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 SSM. 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대형마트의 경우 2019년 4월 기준 식품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61.8%를 차지했다. 여기서 “2019년 4월만을 기준으로 한 수치의 일반화가 아닌가”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아니다. 산자부의 지표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에서 식품의 매출 비중은 2016년(연간) 56.3%, 2017년 57.6%, 2018년 59.8%, 2019년 1분기 62.5% 였다. 같은 기준으로 편의점의 2019년 4월 식품 매출 비중은 53.5%였고 SSM은 무려 89.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의 식품 매출 비중은 19.3%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해외유명브랜드(22.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온라인 유통채널에서 식품의 비중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같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지난 2일 발표된 통계청의 <2019년 6월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6월 기준 식품의 거래액은 전체 온라인 거래액 10조5682억원 중 1조317억원으로 약 9.8%의 비중을 차지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온라인 유통채널에서는 식품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는데, 13.5%로 가장 비중이 높은 ‘여행 및 교통서비스’의 거래액이 1조4282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온라인에서도 식품의 중요도가 절대 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출처= 통계청
▲ 출처= 키움증권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것은 최근 온라인 유통채널 내에서 발생하는 식품 부문의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통계청 그리고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의 추산한 지표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전체의 식품 부문 매출액은 약 15조원으로 대형마트 3사의 식품 매출을 이미 넘어섰다. 

유통 배송 경쟁의 핵심은 '식품' 

유통채널에서 식품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사례는 수치가 아닌 변화의 사례로도 나타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유통가의 ‘배송 경쟁’이다. 최근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은 각자만의 새로운 배송 서비스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변화의 흐름은 이렇다. 2016년 2월 이마트의 ‘쿠팡 저격’으로 회자되고 있는 유통 최저가 경쟁의 광풍이 지나간 이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상품 가격 경쟁력의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각 유통채널들은 차별화 전략으로 배송을 선택했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당일배송(온라인), 신선식품배송 그리고 최근의 새벽배송이다.       

이 3가지 배송서비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든 배송서비스의 수준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식품’이라는 것이다. 당일배송의 가장 중요한 서비스 평가 기준은 ‘저녁식사에 필요한 식재료 혹은 식품들을 오전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에 받을 수 있는가’다. 같은 관점으로 신선식품배송에 대한 평가 기준은 ‘식재료를 얼마나 온전한 상태로 배송해줄 수 있는가’이며 새벽배송은 ‘아침식사 조리에 쓸 식재료 혹은 아침용 도시락을 전날 주문하면 받을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 출처= SSG닷컴

그러나, 공짜 점심은 없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경쟁은 분명 식품 혹은 식자재 업체들에게는 좋은 기회다. 이러한 경쟁은 분명 각 유통업체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식품이 더 잘 팔릴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의 개선 그리고 식품 판로의 확장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식품에서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식품 기업들이 유통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은 점점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키움증권 박상준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대형마트는 식품 제조업체들과의 협상에서 ‘갑’의 위치에 있어 식품업체들에게는 수익성이 가장 안 좋은 채널이었다”라면서 “대형마트에 치우쳐 있던 유통채널 비중이 온라인까지 확대되면서, 식품업체들은 전체적인 수익성을 향상 시킬 기회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양한 상품 구색을 확보가 필요한 유통업체들은 식품 업체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며 이로 인해 2등 브랜드와 격차가 큰 압도적 1등 브랜드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CJ제일제당, 오뚜기, 롯데칠성음료, 농심과 같은 업체들이 입점 협상에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존 식품업체들이라고 해서 ‘가만히 있어도’ 유통업체들을 상대로 유리한 입장에 있을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기존 업체들의 주력 품목이 아직까지는 가공식품에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유통업체들에게 요구하는 ‘식품’의 범주는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신선식품, 가정간편식(HMR), 간편조리식 등까지 확장됐기 때문이다. 최근 각 식품업체들이 경쟁적으로 HMR 제품군에 열을 올린 것은 수요의 변화와 더불어 유통업체의 요구하는 ‘구성’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해당 제품군에서는 절대 입지를 보유한 기업이 없기 때문에 식품업체들도 각자의 제품 구성을 확장시키는 경쟁이 필수불가결한 상황이 됐다.
 
진짜유통연구소 박성의 대표는 “과거에는 소수의 대형 유통채널들이 업계에서 높은 점유율과 입지를 확보하고 있을 때와는 달리 온-오프라인의 수많은 경로로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정 수요가 높은 식품의 제조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가능한 많은 브랜드를 확보해 상품의 구성을 확장시키는 것이 관건이 됐다”면서 “반대로 식품 제조업체들은 판로가 확장된 만큼 다양한 상품들을 원하는 소비자와 유통업체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관건이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