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이사회 결의 없이 신청한 회생절차에 대해 대법원이 대표이사의 불법행위를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회생절차가 회사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독단적 회생신청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토목공사업체 A사의 전 대표 Y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회사는 Y씨가 회사에 대해 손해를 끼친 금액을 빼고 퇴직금을 지급하라"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퇴직금에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공제해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A사는 2012년부터 재직한 Y씨를 2016년에 해임했다.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절차를 신청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해임 사유였다. 이에 Y씨는 대표이사와 상무로 재직한 기간의 퇴직금 1억9천800여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Y씨가 신청한 회사의 회생신청은 기각됐다.

회사는 Y씨의 청구금액을 모두 줄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을 신청한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 Y씨의 책임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회사가 회생을 신청하면 신청사실이 금융위원회와 감독행정청 등에 알려지고, 법원 보전처분을 통해 채무자 업무 및 재산 관련 처분권한이 통제되는 등 채무자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원이 회사의 회생신청에 대해 개시결정을 내리면 회사 영업·재산에 상당한 변동이 발생하고 경영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한다"며 "회생절차 개시 신청은 대표이사 업무권한인 일상 업무가 아닌 중요한 업무에 해당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원심은 이를 전제로 이씨가 회사에 대해 저지른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했다"며 "이같은 판단은 정당하며, 관련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1심과 2심은 이씨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건 불법행위라고 인정하면서, 퇴직금에서 손해배상금에 해당하는 절반을 빼고 나머지 9900여만원을 Y씨에게 지급하도록 했다.

채무자회생법 규칙에 따르면 회생을 신청하는 회사는 이사회의 결의서를 신청서에 첨부하게 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