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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의 공포 재촉하는 경제 징후 3가지수익률곡선 역전·하이일드 본드 디폴트 급증·금리 인하 등, 침제 징조 동시 부상
   
▲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독일,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경제권이 경기침체 벼랑에 몰리고 투자가 감소하면서 R의 공포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출처= NewsMax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며 독일, 일본, 러시아 등 주요 경제권이 경기침체 벼랑에 몰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제재로 공급사슬이 교란되고 교역 질서에 불확실성이 가중돼 수출, 투자가 감소하면서 글로벌 경제활동 전반이 위험한 수위까지 위축되고 있다.

‘유럽의 성장엔진’ 독일은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됐다는 진단을 받고 있다. 세계 4위 경제대국 독일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1% 줄었고 3분기에도 감소가 예상된다.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는 독일이 3분기에도 GDP가 0.25% 역성장해 이론상 경기침체(technical recession)에 들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 공포에 사로잡힌 영국도 앞서 GDP가 줄어들었다. 지난 9일 발표된 영국의 2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0.2% 줄어 2012년 4분기 이후 6년여만에 첫 감소를 기록했다. 영국은 제조업, 건설업, 농업 등의 동반 역성장 속에 3분기에도 GDP 감소가 예상된다.

경제 규모 세계 3위인 일본에서도 본격적으로 경기침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발표된 일본의 7월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1.6% 줄어 8개월 연속 감소를 기록했다. NLI 리서치연구소의 사이토 다로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에 가시적 해결책이 없고 글로벌 경기와 제조업이 계속 약세인 까닭에 수출업체의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달 초 발표된 일본의 2분기 실질 GDP는 수출부진 속에서도 전 분기보다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달 13일 발표된 싱가포르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은 계절조정 연율 기준으로 전 분기보다 3.3% 감소했다. 싱가포르 통상부는 미중 무역전쟁, 중국의 경기둔화, 홍콩 정세 불안 등을 위협 요소로 지목했다.

풍부한 원자재를 보유한 러시아 같은 자원 강국에서도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립고등경제대학(HSE)의 기업추세연구소(CBTS)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저하되면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할 것이며 이는 러시아의 수출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올해 1∼5월 전체 수출 가운데 80%를 에너지, 금속, 목재와 같은 원자재에 의존했다. CBTS는 “이런 메커니즘 때문에 재정, 환율, 물가 등에 문제가 발생해 러시아가 경기둔화를 넘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이 미국 경제가 "엄청나게 잘 되고 있다"고 공언하면서도 뒤로는 각종 감세 계획을 포함한 비상 계획을 짜고 있다고 보도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전세계로 번지고 있다.

R의 공포의 첫 신호는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면서 증시가 요동친 것으로 시작됐다. 침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나온 연준의 금리 인하는 오히려 침체의 전조로 해석됐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위험 자산 기피 움직임이 확산, 정크본드 스프레드는 약 3년래 최고치로 뛰었다. 이와 함께 투기등급 회사채의 디폴트가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등 신용시장의 적신호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수익률 곡선 역전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긴 장기물은 위험 부담이 큰 만큼 단기물보다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장기물 금리가 단기물보다 낮아졌다면 이는 시장이 미래 투자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로, 경기침체의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60%로 3개월물 금리(약 1.90%)를 밑돌았다. 지난 5월말부터 시작된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역전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장기채 금리가 3개월물 금리를 밑돈 데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국면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시장을 패닉에 빠뜨린 건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이었다. 지난 14일 한때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1.62%로, 2년물 금리(약 1.63%)를 밑돌았다. 미 국채의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와 단기물을 대표하는 2년물 금리가 뒤집힌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6월 이후 약 12년만이다. 글로벌 주식시장은 일제히 급락했다.

이후 2년물 금리가 빠르게 떨어져 10년물 금리를 밑돌면서 20일 현재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스프레드(차이)는 약 6bp(0.06%포인트)로 정상화됐다. 하지만 5년물 금리를 여전히 상회하고 있다.

스위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그동안 미 국채시장에서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1978년 이후 총 5차례 발생했다. 이후 예외없이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장단기 금리역전 이후 경기침체가 나타날 때까지 걸린 시기는 평균 22개월이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Bridgewater Associates)의 레이 달리오 회장은 "미국이 내년 11월 대선 전까지 경기침체를 경험할 가능성이 40%"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약 10년에 걸친 장기 경기확장세를 마무리하고 경기둔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경기선행지수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 장단기 금리역전을 반드시 경기침체의 신호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우선 장단기 금리역전이 의미를 가지려면 최소 10일은 유지돼야 하는데,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역전은 단 하루 한때에 그쳤다.

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완화(QE) 차원에서 미 장기 국채를 싹쓸이하며 채권시장의 수급을 왜곡한 결과, 시장에서 미 장기 국채의 몸값이 높아진 것이 장단기 금리역전의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 등 불확실성 탓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 국채의 수요가 높아진 것도 장기 국채 금리 하락에 한 몫했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에 들어선 유럽 등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안전성이 높은 미 장기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도 "이번엔 장단기 금리역전이 그리 정확한 신호가 아니다"라며 "미국은 경기침체를 피할 만큼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일드 본드 디폴트 급증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메릴린치에 따르면 20일 미 국채 수익률 대비 BB 등급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8%포인트에 달했다. 이는 2016년 11월 이후 최고치에 해당한다. 스프레드 상승은 CCC등급을 포함한 투기등급 전반에 확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회사채 이자를 제 때 지급하지 못하거나 실적이 악화된 기업의 회사채 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루미스 세이레스 앤 코(Loomis Sayles & Co.)의 매튜 이건 채권 펀드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경기 전망이 악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서 발을 빼고 있다”며 “이와 함께 기업 이익 감소 역시 회사채 시장의 악재”라고 설명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디폴트 상승으로 하이일드 본드의 발행 열기가 꺾이면서 신용시장의 한파가 예고되고 있다. 골드만 삭스에 따르면 투기등급 회사채 디폴트는 360억달러에 달한다.

실물경기가 악화될 경우 연간 디폴트 규모가 지난 2016년 기록한 439억달러를 돌파해 11년 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에 이를 전망이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3분기 S&P500 기업의 이익 전망을 크게 낮추고 있다. 기업 수익성 악화는 회사채 디폴트 위험을 한층 더 높이는 요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크본드의 스프레드와 디폴트율이 과거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였다면서 최근 상황에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Pacific Life Fund Advisors)의 맥스 고크먼 자산 배분팀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하이일드 본드 시장의 움직임은 통상 경기 침체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며 “공격적인 매도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파월 의장이 오는 23일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 인하에 준비돼 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   출처= Bloomberg 캡처

연준 “공격적으로 금리 내려야” vs. “서두를 것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증시가 급락한 것은 중국과의 무역전쟁 탓이 아니라 연준 때문이라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금리 인하를 거듭 압박하고 있다.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문제는 중국이 아니다"며 "우리의 문제는 연준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파월 의장의 오는 23일 '잭슨홀 연설'에 주목하고 있다. R의 공포가 확산되며 금융시장이 요동친 가운데 파월 의장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파월 의장이 이번 잭슨홀 연설에서 금리 인하에 준비돼 있다는 신호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침체 공포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이 침체에 대한 직설적인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침체 공포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연준의 대응 능력을 강조할 것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할 것으로 보고 그 횟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의 침체 공포가 해소되기 위해서는 25bp(1bp=0.01%포인트)의 인하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 17~18일 FOMC에서 25bp(1bp=0.01%포인트)의 금리 인하에 나설 확률을 100%, 50bp 인하에 나설 가능성을 21.2%로 전망했다. 또 금리 변동폭이 25bp로 유지될 경우, 연말까지 두 차례 추가 인하될 확률이 96.4%, 세 차례 인하 확률은 74.8%로 예상했다. 현재 연준의 기준금리 목표범위는 2.00~2.25%다.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현 상황에서 금리를 더 내리면 실제 침체가 닥쳤을 때 연준의 대응 여력이 크게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미국 경제가 아직은 견실한 만큼 추가 인하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이미 시장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완화적인 금융 여건을 조성 중인 만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인하 시기를 지연하는 방법도 여력이 충분치 않은 연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빌 잉글리시 교수는 "시장이 상당히 빨리 움직이고 앞서 갈 수 있기 때문에 연준은 정책 완화를 위해 서두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석윤 기자  |  syhong@econovill.com  |  승인 2019.08.21  14:2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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