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일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며 운명의 8월이 어떤 결과로 역사에 남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21일 현재 일본의 경제보복이 시작된 가운데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관건이다.

중국이 적극 나서 한일 갈등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건설적 태도로 풀어야 한다"면서 "갈등이 3국 협력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고 말했다. 미중 경제전쟁을 치르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과 일본을 중요한 파트너로 설정, 함께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미국이 아직 본격적인 중재 의지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중국 역할론을 내세우며 자국의 존재감을 키우려는 포석이라는 말이 나온다. 왕 위원은 회의 시작전 기념촬영이 이어질 당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의 손을 확잡아 끄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는 "3국 교역은 20년 동안 4.5배 증가했다"면서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을 실감한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은 태평양 건너 멀리 위치한 미국의 중요한 아시아 동맹국이다.

업계에서는 24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과 관련된 한국의 결단이 한일 경제전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28일 일본이 한국을 향한 화이트리스트 배제에 나설 것으로 예정된 가운데, 치열한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전북 전주에 있는 효성첨단소재 공장에서 열린 탄소섬유 신규투자 협약식에 참석해 소재 분야의 극일 주장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기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1월부터 5월까지 한국 소재부품 누계 수출액은 1145억28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3% 감소했다. 일본이 지난달 4일부터 수출 규제에 들어갔던 3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수출은 올해 초부터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 경제전쟁이 본격화되면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본도 사정이 마냥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한국에 대한 수출길이 막히며 합작회사를 설립해서라도 수출 활로를 찾으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아사히는 사설을 통해 "한일 상호보복을 끝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