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일본의 소재 부품 분야 경제보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정부와 산업계에서는 '탈'일본 전략이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ICT 전자 공급망의 효과적인 분업체계에 참여했던 사례가 '지탄받아야 할 일'은 아니지만,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최소한의 플랜B를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탈'일본 전략은 효과적인 시너지를 내기 어려우며, 다양한 각도의 대기업 및 중소기업의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반도체 산업구조 선진화 연구회는 21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국내 소재 인프라가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가 엿보이고 있으나, 단편적인 접근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연구회는 "반도체 후방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이하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환영의사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으나 한편으로는 지난 수십 년간 시도해봤다가 실패했었던 정책들로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기존 소・부・장 기업의 국산화 지원 보다는 오히려 소자업체들이 수직계열화를 심화시키는 계기로 활용되고 있다는 여론이 있다"고 우려했다.

연구회는 대기업 소자업체와 중소기업의 상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중소기업들이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여도 소자업체에서 구매하여 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백약이 무효"라고 말했다. 

지난 7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국내 소재 사업의 존재감 약화를 거론하며 대기업의 구매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쳤고,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 제품은 질이 떨어진다"고 말하자 박 장관이 재차 반박했던 사례가 오버랩된다.

연구회는 "소자업체들의 국산화 추진 의지는 기술경쟁력 및 단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매우 희박하거나 아예 무관심한 실정"이라면서 "정부는 소자업체들이 기존 소・부・장 기업의 국산화 추진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산화 달성률을 기업의 사회적 기여의 척도로 관리하고, 달성률에 따른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강력한 독려 대책이 필요하며 반도체 소・부・장은 그 특성상 구매하여 사용하는 소자업체의 개발라인에서 제품의 인증과 평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고 봤다.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 근절도 촉구했다. 연구회는 "현장에서는 여전히 소자업체들의 불공정 행위가 관행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기존 소・부・장 기업들을 제치고 그룹내 자회사로 일감을 몰아주는 수직계열화는 단기적으로는 필요한 소재・부품・장비를 쉽게 국산화를 이룰 수 있으나, 품질이 떨어져 경쟁력이 없고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마저 도태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에서 추진되는 소재 국산화 전략이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 소재 인프라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회는 소자업체의 불공정 전속 판매 요구도 근절되어야 할 폐혜로 봤다.

연구회는 마지막으로 중소기업 우수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며 정부는 경제안보 차원에서 Sole Item 을 최우선적으로 국산화, 자립화 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Sole Item (Model)은 없으면 제품 생산이 불가능한, 해당 산업 내에서 가장 중요한 제품 품목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