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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진의 실전기업법무] ‘붉은 소 전쟁’, 레드불이 극적인 승리를 거둔 이유는?
   

# 2014년 에너지음료를 만드는 글로벌 기업인 레드 불 아게(Red Bull AG, 이하 레드불)는 국내 주식회사 불스원(이하 불스원)의 상표가 자사의 상표와 유사해 소비자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상표등록 무효 심판 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1심을 맡은 특허심판원은 레드불과 불스원의 상표가 일반 소비자들에게 지배적인 인상을 남기는 외관이 달라 서로 유사하지 않다며 레드불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6년 2심인 특허법원의 판단도 결론적으로 다르지는 않았다. 비록 특허심판원의 판단과 달리 두 상표가 표방하는 ‘붉은 소’의 이미지가 갖는 상호 간의 지배적인 인상이 동일·유사하다는 점은 인정하였으나, 이 상표가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었다고 볼 수는 없어 여전히 불스원의 상표등록을 무효화할만한 사유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 레드불의 상고로 시작된 대법원의 선고 결과 원·피고의 희비는 엇갈리게 된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불스원의 상표는 레드불의 상표와 유사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오해를 불러일으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있다고 보아 불스원의 상표는 등록 무효할 사유가 된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다른 사람의 상품을 서로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하나의 표시(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로 그 자체가 하나의 아이덴티티(identity)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최근에는 상품을 위한 광고가 아닌 ‘상표’만을 위한 광고가 오히려 강조되는 등 상표는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이고 신뢰성 있는 이미지로 각인되도록 오랜 기간 투자를 하여 가치를 높인 무형의 기업적 자산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에서 레드불이 문제 삼은 것 역시 불스원이 구 상표법(2011. 6. 30. 법률 제10811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 이하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에 위반하여 이미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상표인 레드불의 상표와 유사한 상표를 모방해 모방대상이 되는 상표에 녹아 있는 영업상 신용 등에 편승하여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였다는 것이다.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는 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와 동일한 내용인데, 이에 따르면 ‘국내 또는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되어 있는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는 등의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는 애당초 상표등록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고, 만약 이 같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표등록이 된 경우는 상표등록 무효가 될 수 있다.

 

-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우선은 모방대상상표인 레드불의 상표가 국내 또는 외국의 소비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인식되고 있느냐가 문제가 되었다. 불스원은 ‘레드불과 불스원은 업종이 서로 다르고 소비자군도 달라 불스원의 소비자들이 레드불의 상표를 레드불이라는 회사의 상표라고 인식하지 못하였을 것인 만큼 레드불과 불스원의 상표가 유사해 보인다고 한들 불스원이 레드불의 영업상 신용 등에 편승하려고 이를 모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스원이 상표를 등록할 당시인 2011. 5. 20. 레드불은 레드불 드링크를 제조, 판매할 뿐 아니라 ‘레드불 레이싱 팀’을 비롯한 2개의 자동차 경주팀을 5년 이상 보유·운영하고 있었다는 점, 레드불 레이싱 팀은 2005년부터 지속적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경주 대회인 포뮬러 원 등에 참가하였고 2010년에는 포뮬러 원의 컨스트럭터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는 등 자동차 경주 팀으로서 이미 상당한 인지도가 있었다는 점, 레드불 레이싱 팀은 모방대상상표인 레드불 상표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점 등을 들어 불스원이 자신의 상표를 등록한 ‘자동차 레이싱팀 운영 및 관련 스포츠 이벤트 제공업’과 관련해서는 적어도 외국 수요자 사이에 특정인, 즉 레드불의 서비스표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았다.

레드불, 불스원 각 상표의 유사성과 불스원 상표가 사용된 시점도 문제가 되었다. ‘오른쪽으로 도약 또는 돌진하는 붉은 황소의 측면 형상을 모티브로 하고 있고, 실루엣 기법으로 전체적으로 근육질이 있는 황소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앞다리가 구부러지고 뒷다리가 펴져 있으며 꼬리가 알파벳 S 형태로 치켜 올라가 있는 등’ 세부 모습이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는 레드불 상표의 창작성을 인정한 대법원은 불스원 상표가 이러한 레드불 상표와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 그 개발 시기도 레드불 레이싱팀이 국내에서 최초로 열린 포뮬러 원 대회에 참가한 이후라는 점을 들어 불스원이 레드불 상표를 모방하여 2011년 문제가 된 불스원 상표를 등록하였고, 그 목적 역시 레드불의 인지도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는 것에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대하여 불스원은 불스원의 ‘붉은 황소’ 이미지는 2011년 이전부터 불스원이 지속적으로 추구해 온 것이고, 2011년 등록한 불스원 상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개발한 것일 뿐 레드불 상표를 모방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문제가 된 2011년 불스원 상표와 그 이전에 불스원이 사용하던 상표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앞으로 불스원의 운명은?

대법원은 레드불의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항소심인 특허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경우 특허법원은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취지에 따라 항소심 판결을 다시 내려야 하는데, 대법원이 이번에 내린 판결 취지에 비추어 본다면 항소심에서 불스원이 승소를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결국 그것이 ‘언제’부터일지의 문제는 남지만, 불스원이 2011년 이후부터 사용해 오던 등록상표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불스원이 1999년경부터 사용하던 다른 ‘실사용표장들’을 못 쓰게 된다거나 새로운 상표를 개발해 등록하는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므로 상표를 교체해야 하는 비용 이외 당장의 영업상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다른 업체의 상표를 모방해 부당한 이익을 추구했다는 기업 이미지 손상은 어쩔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꽤 오랜 기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회자될 것이기 때문이다.

 

- 이 사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상표등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유가 있는 상표 출원은 사실 상표등록 절차 과정에서 대부분 걸러지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과 같이 ‘부정한 목적’으로 다른 기업의 상표를 모방하였는지 등 ‘주관적 요소’에 대한 판단은 법원의 유권해석이 개입해야만 비로소 가려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이번 판결로 기업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상표등록 절차를 마쳤다 하더라도 혹시나 해당 상표가 다른 기업의 상표와 유사해 보이지 않는지에 대하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이제 상표등록은 상표등록 절차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후적인 관리도 필요한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08.21  1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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