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경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예고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로 유동자금이 몰리고 있다. 아파트 투자가 어려워진 만큼 오피스텔이 주거대체상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거용 오피스텔은 아파트 못지 않은 상품설계와 인근 아파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규제압박을 받고 있는 아파트보다 투자 장벽이 낮은 점 역시 최근 투자 트렌드의 흐름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해 9·13 대책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서울지역에서 공급된 300실 이상의 오피스텔은 총 9곳으로 이 중 청약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1곳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정부가 8·12 대책을 통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안을 밝힌 이후 공급된 오피스텔 2개 단지는 청약마감은 물론 수만명의 인파가 몰리기까지 했다. ‘브라이튼 여의도’의 경우 총 849실 모집에 2만2462명이 접수해 평균 26.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며 과천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시티 과천’ 오피스텔은 549실 모집에 1741명이 몰렸다. 지난 16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힐스테이트 과천 중앙’에는 모델하우스 개관 3일간 이례적으로 1만명에 달하는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금리가 낮아지고 아파트 당첨 문턱이 높아지면서 주거 대체인 오피스텔로 수요자들이 몰리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투자할 곳이 없어지는 반면 시중의 유동자금은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소위 돈을 굴릴 궁리들은 계속 하고 있는 실정” 이라면서 “아무래도 금리가 낮다보니 오피스텔의 경우 금리대비 수익률이 괜찮다란 생각에 아직은 투자매력이 있다고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될 경우 당장 집을 사기보다는 대기수요, 즉 당분간 임대형태로 거주하려고 하는 수요들이 오피스텔 임대수요로 넘어갈 수 있다”라면서 “서울 도심이나 대도시 등 중심업무지구가 인접한 곳들을 중심으로 임대료 상승과 수익률 상승 요인은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오피스텔 월별 임대수익률은 지난 2016년 7월 기준 서울은 5.02%, 경기 5.33%, 전국 5.35%로 5%대를 유지했지만 서울권의 경우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2017년 7월 4.80%, 경기는 5.14%, 전국 5.12%, 2018년 서울 4.65%, 경기 4.98%, 전국 4.99%, 올해 7월 서울 4.61%, 경기 4.94%, 전국 4.95%대까지 내려갔다.
오피스텔 임대수익률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 7월 1.75%에서 1.50%로 하향조정하면서 당분간 금리인하가 계속될 것이란 기조 하에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얻을 수 있는 오피스텔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주택규제가 잇따르면서 주택을 사기가 버거워진 투자자들이 오피스텔로 우회하고 있는 점 역시 최근 오피스텔 투자요인을 자극시켰다. 1주택자가 오피스텔을 매입할 경우 아파트를 추가로 매입했을 때와는 달리 세입자 혹은 집주인이 해당 오피스텔에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업무용으로 분류되면서 1가구 2주택에 포함이 되지 않는다. 설령 주거용으로 임대를 한다고 해도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할 경우 오피스텔은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의무 임대기간 4년을 채우게 될 경우 1가구 2주택자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처럼 임대 수익률을 비롯해 정부 규제를 피하고자 투자자들이 오피스텔로 발길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오피스텔 투자는 지역에 따라 공실률이 높고 공급량 편차가 심한 만큼 선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인천지역 오피스텔 입주물량 증가와 함께 수도권 오피스텔은 2010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입주 물량을 기록했다. 지난 2018년부터 경기지역 오피스텔은 월평균 3300호 규모의 입주물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 5년 동안 경기지역 월평균 입주물량 규모인 1600호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기준 인천지역 오피스텔 입주물량은 2456호로 월간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권 팀장은 “서울이나 도심이 아닌 시 외곽지역에서 공급되는 곳들은 공급물량을 소화하기가 어려운 만큼 입지적인 부분에서 선별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