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SPC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 분야 ‘공룡’들이 햄버거 브랜드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그룹별 담당 계열사들이 기존 주력 분야에서 높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포화한 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으려는 모양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 규모는 2013년 1조 9040억원에서 5년 뒤인 작년 38.1% 증가한 2조 6287억원으로 확대됐다. 유로모니터는 여러 햄버거 브랜드들이 신규 메뉴를 적극 출시하고 무인 주문기기(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상품·서비스 역량을 강화한 것이 성장세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했다.

햄버거 시장이 최근 외식업계 불황과는 별개로 규모를 늘려감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이 적극 뛰어드는 모양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 기존 주요업체들이 전국에 영업망을 구축하는 등 위세를 떨치는 상황에서 판을 더욱 키워보려는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 파리크라상과 신세계푸드의 최근 5년간 영업실적. 출처= 딥서치

두 대기업이 외식 사업에 공들이는 이유를 최근 5년간 연결 기준 영업실적 추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금융데이터 솔루션 딥서치에 따르면 매출액 항목에서 신세계푸드는 지난 2014년 6521억원에서 작년 1조 2786억원으로 5년 새 96.1% 향상된 실적을 거뒀다. 같은 기간 파리크라상은 2조 7762억원에서 44.0% 증가한 3조 999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 항목에서는 매출액과 다소 상반된 추이를 보였다. 신세계푸드는 지난해 274억원을 기록했다. 4년 전(82억원)에 비해 3.3배나 늘었지만 전년(298억원)에 비해서는 8.1% 감소했다. 파리크라상은 2014년 1255억원에서 이듬해인 1360억원을 기록해 정점에 오른 뒤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939억원에 머물렀다. 작년 실적은 4년 전 수치에 비해 25.2% 감소했다.

최근 5년 간 양사 모두 매출액을 꾸준히 늘렸지만 영업이익에서는 기복을 보였다. 주요 사업 영역에서 시장 입지를 확보하고 있지만 재료 원가, 인건비 등 각종 비용으로부터 수익성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파리크라상과 신세계푸드가 기록한 매출원가는 작년 각각 2조 7553억원, 1조1122억원에 달했다. 2014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상승해왔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 다각화로 위험을 분산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기용 동의대 외식산업경영학전공 교수는 “1990년대 금융위기가 이어질 당시에도 대기업들이 패밀리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공들이며 활로를 모색했었다”며 “두 기업이 각 사업 분야에서 오랜 기간 입지를 쌓아오며 구축한 인프라를 가지고 최근 이익 변동성을 관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SPC그룹 쉐이크쉑 버거. 출처= SPC그룹

SPC그룹 ‘쉐이크쉑 버거’, 레스토랑·패스트푸드 겸한 ‘파인 캐쥬얼’ 시장 공략

SPC그룹은 2015년 12월 파리크라상을 통해 쉐이크쉑 엔터프라이즈 인터내셔널과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뒤 2016년 6월 강남에 1호점을 열었다. 이후 청담점, 고양점, 송도점 등 수도권 중심으로 점포를 열다가 올해 7월 부산에서 9호점인 서면점을 열며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쉐이크쉑 본사와의 계약에 따라 오는 2025년까지 전국에 최소 25개 매장을 열 예정이다.

파리크라상 외식사업부는 햄버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지 않고 미국 유력 브랜드를 독점 수입하는 방안을 택했다. 외식사업부 규모가 자회사로 격상시킬 만큼 크지 않으며 앞서 국내에서 전개하고 있는 외식사업의 외연도 좁은 편이기 때문이다. 파리크라상은 앞서 이탈리아 그릴 전문 레스토랑 ‘라그릴리아’, 친환경 레스토랑 ‘퀸즈파크’ 등 소규모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쉐이크쉑 본사로부터 품질, 물류 등 분야의 역량을 인정받아 쉐이크쉑 메뉴 원재료 일부는 국내에서 직접 공급하고 있다. 통상 본사에서 야채 등 신선식품을 제외한 재료를 모두 해외 법인에 수출하는 것과 대조된다. 파리크라상은 야채를 전국 산지에서 공급받고 빵은 SPC삼립으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현재 싱가포르 쉐이크쉑 매장에서 쓰이는 빵도 SPC삼립이 공급하고 있다. SPC그룹은 현재 일본 매장에 빵을 공급하기 위해 현지 법인과 논의하고 있다.

SPC그룹은 쉐이크쉑 브랜드를 통해 햄버거 시장을 주도하기보다는 소비자의 선택폭을 넓혀주는 신규 플레이어로서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수입 계약 상 가맹점을 설립하는 등 매장을 임의로 넓힐 수 없고 아직은 시장 반응을 지켜볼 시기인 것으로 판단해서다.

SPC그룹 관계자는 “SPC그룹은 외국에서 핫한 브랜드를 들여와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데 햄버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며 “쉐이크쉑을 통해 레스토랑의 고급성과 패스트푸드 매장의 편의를 융합한 파인 캐쥬얼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의 메뉴 NBB 시그니처 버거. 출처= 신세계푸드

신세계푸드 ‘노브랜드 버거·자니 로켓’, 가성비·품질 니즈 겨냥

신세계푸드는 7월 1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노브랜드 버거’ 1호점 홍대점을 열었다. 노브랜드 버거는 현재 서울 삼성동과 논현동에 각각 1·2호점이 운영되고 있는 시범 도입 브랜드 ‘버거 플랜트’를 전신으로 두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작년 3월 버거 플랜트 상표권을 출원한 뒤 같은 해 6월과 12월에 서울 삼성동과 논현동에 각각 테스트 매장, 공식 1호점을 개점했다. 두 매장의 입지는 다소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노브랜드 버거를 출범시키기 위한 실험적 성격을 갖췄다.

실제 노브랜드 버거에서 판매되는 메뉴는 버거 플랜트 메뉴에 비해 패티가 20% 가량 더 두껍고 소스, 빵 등 대부분 원재료들이 더욱 개선됐다. 신세계푸드는 버거 플랜트 삼성동 코엑스점을 오는 9월 말 노브랜드 버거 매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논현점도 차후 전환할 예정이다.

노브랜드 버거 이름에는 기존 신세계그룹이 이마트를 필두로 유통 사업 분야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초저가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 노브랜드 버거에서 판매되는 메뉴 가운데 주요 버거 상품인 ‘NBB 시그니처 버거’의 경우 단품 3500원, 세트 5300원으로 가성비 브랜드인 롯데리아의 메뉴 가격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신세계푸드는 2011년부터 운영해온 프리미엄 수제버거 브랜드 ‘자니로켓’과 함께 햄버거의 프리미엄 시장과 가성비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방침이다. 이달 현재 기준 국내 매장 23곳이 설립된 자니로켓은 미국에서 수입된 브랜드지만 신세계푸드가 음성, 이천, 천안 등지에 세워진 공장에서 모든 원재료를 공급하는 차별점을 갖췄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신세계푸드는 노브랜드 버거와 자니로켓을 통해 품질과 가성비 두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인 수제버거를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배달, 키오스크 등 소비자 편의성을 강화한 브랜드로 가맹 사업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