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업황 부진 속 장기인보험 영업에 주력해 상위 손해보험사 5곳 중 유일하게 상반기 순이익 개선을 보인 메리츠화재에 관심이 쏠린다.

▲ 김용범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부회장. 출처=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5년 김용범 부회장 대표이사 취임 후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비 및 전속설계사 수수료 확대, 상품 보장성 강화 등 차별화된 공격영업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는 ‘베스’라는 지적도 있었으나, 이제는 업계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는 ‘메기’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1361억원으로 전년 동기 1320억원 대비 3.1%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상위 5개 손보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중 유일한 순익 개선이다.

삼성화재의 올 상반기 순익은 4261억원으로 작년 동기 6656억원 대비 36% 감소했다. 현대해상의 올 상반기 순익은 1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2565억원 대비 36.1% 떨어졌다. 같은 기간 DB손해보험의 순익은 206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3001억원 보다 31.3% 하락했다. KB손보는 1552억원에서 1282억원으로 17.4% 감소했다.

메리츠화재의 순익 개선은 지난 1분기 때에도 상위 5개 손보사 중 유일했다.

메리츠화재의 1분기 당기순익은 6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올랐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3%, 27.1%, 10%, 22.8% 감소했다.

▲ 출처=메리츠화재

이 같은 메리츠화재의 ‘나홀로’ 실적개선은 자동차보험 점유율을 줄이고 장기인보험 영업에 주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상위 5개 손보사들의 올 상반기 자동차보험 잠정 손해율(거둬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은 84.7~87.1%로 업계 적정 손해율 77~78% 수준을 넘어섰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780억원으로 전년 동기 587억원 대비 193억원(32.9%) 올랐다.

메리츠화재의 장기인보험 신계약 매출은 업계 1위인 삼성화재까지 넘보게 됐다. 자기인보험이란 사람의 질병이나 재해를 보장하는 보험으로 보험 기간은 보통 3년 이상이다.

메리츠화재의 올 상반기 장기인보험 원수보험료는 779억원으로 삼성화재(794억원)와 불과 15억원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지난 2월, 5월, 6월엔 삼성화재보다 높은 원수보험료를 기록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 호실적엔 김용범 대표이사 부회장의 ‘공격영업’이 주효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독립보험대리점(GA) 시책비를 확대하며 영업 드라이브를 걸어왔으며 전속설계사 수수료 역시 1000%대 이상까지 늘리기도 했다. 또한 치매보험, 치아보험 등의 보장을 파격적으로 확대하며 이목을 끌어왔다.

메리츠화재의 이 같은 행보에 업계 관계자들은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베스’라 칭하며 그에 따른 손해율 악화 우려도 내비치곤 했다. 하지만 메리츠화재가 업황 부진 속 연이은 실적 개선세를 보이자 성과주의, 공격영업 등 김용범 식 ‘선택과 집중’ 전략이 통했다는 평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때 베스라고 칭했던 메리츠화재가 이제는 대형 보험사들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며 “중소형사라는 점에서 오히려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