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V차량의 총본산이라 할 수 있는 엘크하트의 RV 회사 제이코(Jayco) 공장에서 차량이 조립되고 있다. 제이코는 최대 RV 차량 회사인 토르 인더스트리(Thor Industries)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다.   출처= Jayco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인디아나주의 작은 도시 엘크하트(Elkhart)가 경기 체감 경보 신호를 보내고 있다.

경제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이 인디아나주 북부의 이 작은 도시를 주목하는 이유는 이 곳이 미국 RV 차량(Recreational Vehicle, 레저용 자동차)의 총 본산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치 품목의 하나인 RV차량의 수요가 줄면 경기 침체의 초기 징후로 보는 것이다.

미국 RV 산업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RV 차량의 출하량은 20%나 줄어 들었다. 지난해 4.1% 감소보다 감소폭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과거 세 차례의 경기 침체를 앞두고도 RV 차량이 먼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고 보도했다.

인디아나주 먼시(Muncie)에 있는 볼스테이트 대학교(Ball State University)의 마이클 힉스 경제학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RV 산업은 경제 전문가들보다 경기 침체 리스크를 더 잘 예측한다”고 지적했다.

“관세로 인한 부품 가격 상승으로 RV 차량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가 가파르게 줄어든 것은, 미국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거나 침체를 향해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2년 만기 채권 수익률보다 낮아진 지난 14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올들어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기록했다. 수익률 역전이 불황을 나타내는 전조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엘크하트의 생산 활동도 수익률 곡선처럼 오랫동안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져 왔다.

미국 내 RV 차량의 약 65%가 엘크하트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그 안에 들어가는 타이어, 휠, 가전제품, 가구도 이 지역에서 함께 생산된다. 엘크하트에 물량을 주문하는 딜러들은 너무 많은 재고를 갖지 않으려고 항상 주의하고 있으며, RV와 같은 사치품목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식고 있음을 감지하면 즉각 주문을 철회한다.

인디애나 대학교(Indiana University) 켈리 경영대학원(Kelley School of Business)의 모튼 마커스 은퇴 경제학 교수는 "엘크하트는 RV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특이한 경제 구역”이라고 설명했다.

"RV 차량 같은 상품은 뚜렷한 주기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경기가 좋지 않으면 ‘올해는 RV 차량 같은 고가품을 살 형편이 안된다는 것’을 매우 쉽게 판단하니까요.”

RV차량의 수요 감소는 결국 엘크하트 지역 경제에 대한 화살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인구 20만 명의 엘크하트 카운티의 실업률은 6월에 3%로 전국 3.6%를 밑돌았지만, 2018년 4월에는 2.1%에 불과했었다. 또 6월 주당 노동시간도 0.5퍼센트 줄었다.

지난 2009년 금융위기 때 엘크하트의 실업률은 무려 20%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었다.

▲ RV 차량에 들어가는 총 523개 품목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으로 관세 부과 대상이다.   출처= Travel Channel

엘크하트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 최대 RV 제조업체 중 하나인 토르 인더스트리(Thor Industries Inc.)는 실적 보도자료를 통해 RV 생산을 줄이고 직원들을 주 4일 근무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크하트의 또 다른 RV 제조업체 LCI(LCI Industries)도 일부 시설을 통합했다.

투자은행 베어드(Baird)의 크레이그 케니슨 애널리스트는 올해 RV의 판매량이 5~8% 감소하고 내년에도 비슷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많은 RV 제조업체들은 현재의 수요 감소는, 2017년 수요가 한 때 증가하면서 업체들이 RV 차량을 과잉생산 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딜러들이 이 때 너무 많은 재고를 가지고 있었던 상황에서 2018년에 수요가 둔화되면서 주문이 줄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RV 차량이 딜러들에게 인도되는 선적량은 여전히 강하다. RV산업협회는 2020년 딜러에 대한 출하량이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플로리다주 탬파(Tampa)에 전국 딜러망을 갖고 있는 레이지데이 홀딩스(LazyDays Holdings Inc.)의 빌 머네인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이 협회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가을부터 소비자 수요가 약해지기 시작했으며 조만간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들에게 식량이 필요하고 옷이 필요하지만, RV가 필요하지는 않지요. 사람들이 그들의 일자리 전망, 401(k) 퇴직연금, 전체적인 경제 성장에 대해 자신감을 잃기 시작하면, RV를 사는 것에 대해서도 확신을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바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겁니다."

RV 산업협회가 집계한 RV 차량의 평균 소매가격은, 약 1만 2000달러(1500만원)짜리 탈착식 캠핑 트레일러에서부터, 22만 2000달러(2억 7000만원)짜리 주거 기능을 갖춘 고급 카라반(Motor Home)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RV차량의 가격은 미국이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에 매우 민감하다. RV 차량화장실에 들어가는 변기 시트커버, 소파에 사용되는 소가죽, 그리고 차량 전체에 사용되는 알루미늄이나 강철까지 RV차량에 들어가는 총 523개 품목이 관세 부과로 가격인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스턴의 중소 RV 제조업체 탁사 아웃도어(TAXA Outdoors)의 디비야 브라운 대표는, 회사가 대부분의 부품을 엘크하트에서 구입하는데, 공급업체들이 이미 알루미늄과 철강 등 관세가 부과된 품목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은 22%, 알루미늄은 9% 올랐습니다. 공급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 차량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당연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