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질문]

"지금 너무 시끄러워진 상태인데요. 이런 상황이니 일단 회사의 입장문을 내고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본사나 대표이사님과 함께 입장을 정리하기 힘들 것 같아 일단 실무자들이 만들어 입장문을 내려 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컨설턴트의 답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그런 필요성을 느끼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무언가 이야기 하라는 내외부적인 압력을 계속 견뎌 내기는 참 힘들죠. 내부에서는 여러 명이 분주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도통 정신이 없는데, 바깥에서 보기에는 회사가 아주 한가하게 입 닫고 돌아 앉아 있다는 느낌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우려되는 문제는 해당 입장문이 내부적으로 공식 확인을 득한 것이 아닌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본사나 대표이사로부터 공식 확인을 득하지 않고 입장문을 발표한다 해서 입장문에 ‘본 입장문은 실무자들의 의견일 뿐,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명기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일단 입장문이 발표되면 그 입장문 단어 하나 표현 한 줄은 회사의 공식 입장으로 인정 받게 됩니다. 운이 좋아 그 입장문이 이해관계자들에게 제대로 받아들여지는 경우면 모르겠지만, 또 다른 비판을 받게 되는 경우에는 바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질 것입니다.

그 때 가서 ‘사실 이전 입장문은 저희 회사 공식 입장은 아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엉망진창의 상황이 돼버리는 것이죠. 그때 가서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이전 입장문을 준비할 때 본사나 대표이사는 왜 관여하지 않았는가?” 같은 질문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더욱 더 난감한 상황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식 입장문은 본사나 대표이사의 확인을 정확하게 득한 것이어야 합니다. 본사나 대표이사가 아무리 정신 없고 바빠 구체적인 검토가 불가능할지라도, 외부로 나갈 공식 입장문은 실무자들이 나서 최대한 꼼꼼하게 검토 받고 확인 받아야만 합니다.

한번 뱉은 말은 거두어 들일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문제된 공식입장문에 대해 “미처 검토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간과했다”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는 등의 변명은 제대로 된 변명이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의 위기관리 의지나 진실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추가적인 비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부끄러워하기 보다는, 그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 모두가 정신을 가다듬고 정확하게 구성된 전략적 입장문을 함께 만들어 내는 노력은 위기관리에 있어 기본 중 기본입니다.

‘바쁘시다’ ‘한국에 안 계신다’ ‘연락이 힘들다’ ‘위기관리에 관여하시기 꺼려 하신다’ ‘원래부터 외부 자료를 꼼꼼하게 안 보신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계신다’ ‘관심이 없으시다’ ‘실무자들의 입장과 다른 입장을 피력하고 계신다’ 등 공식 입장문을 제대로 내지 못한 기업에게는 여러 피치 못할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본사와 대표이사로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기억해야 할 것은 기억해야 합니다. 기업이 내는 모든 입장문은 공식 입장문입니다. 이를 통해 이해관계자들은 본사와 대표이사와 모든 구성원의 생각을 읽습니다. 당연히 때에 따라 그에 대한 책임도 묻게 됩니다. 따라서 모든 입장문의 내용은 책임질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원칙은 원칙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원칙을 지켜낸 기업이 성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