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조, 148×210㎝

저는 그래서 지난 30여 년간 예술에 대한 작가로서의 제 태도와 지향점을 밝히기 위해 작품에다 관조(觀照)'라는 제호를 붙여 왔습니다. 그것은 풀이하자면 자아의 바깥에 위치한 대상으로서의 자연에 대한 저 자신의 내적 시선'이자 동시에ユ시선을 통해 저 개인의 명상과 삶의 흔적을 포함하는 보다 보편적인 존재의 기억들이 응축되는 지점을 일컫는 말입니다.

바로 그곳에서 예술가로서의 저 한 개인의 정체성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한국적이라고 부르는 것의 정체성도 밝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그리는 작품 속에서 저는 제 자신이자 타인들, 우선 주변의 물질을 통해 우리라는 정서를 공유할 수 있는 시공간상의 타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재료로 장지 또는 순지를 쓰는 것도 기법으로 수묵과 채색을 다루는 것도 모두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정서를 통하여 바로 우리들 모두의 정체성을 탐구하고 싶어서입니다.

여기에 백발백(白拔)법과 배채(背彩)법을 혼용하는 것은 제 이미지들의 간접성과 그를 통해 가능한 암시적 환기력을 최대한 높이고자 하는 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토분(土粉)과 방해말(方解末)을 써서 응용한 벽화기법도 우리의 정서와 인식이 지금-여기에만 국한되지 않고 시-공간의 지층을 넘어 보다 두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로 이해되었으면 합니다.

저로서는(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종이회화 송수련,한지작가 송수련,여류중견화가 송수련, 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 우리의 ‘내적 시선’이 그렇게 시간으로는 깊이 그리고 공간으로는 멀리까지 나아가 전체를 아우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시선을 통해 단절된 개개인의 단편성을 극복한, 자아로서의 나와 집단으로서의 나와 집단으로서의 우리의 총체적 진실이 마치 역사라는 연못 속에서 연꽃처럼 피어나기를 희망합니다.

△글=송수련/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