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적시선, 188×134㎝ 한지에 채색, 2007

제 그림은 언제나 자연에 대한 관찰로부터 출발합니다. 하지만 그 관찰은 현존(現存)하는 자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 자연은 지금여기에 살고 있는 저의 것이지만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포함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자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거친 자연은 저라는 한 개인 속에서 집단 무의식이라는 회로를 통하여 드물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통시대적 관찰의 집적물인 그 자연이 추상적이며 모호하긴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하나의 정서(情緖)가 되어 나타나는 것입니다. 요약하자면 물질과 기억'의 결합으로서의 그 정서를 화포 위에 풀어내는 것이 제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위에서 암시하긴 했지만, 제 작업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외적 세계의 빛과 대상이 '발'을 거치며 변화되어 안으로 투과되듯이, 무의식의 기억을 통하여 내면 세계에 간접적으로 투영된 이미지를 그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사물을 그리는 순간에도 저는 그 사물 자체보다는 그것이 환기시키는 정서를 포착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가 생각하는 예술에서의 추상 활동입니다.

마치 향기가 어떤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생의 순간'을 되살려 내듯이, 저는 제 이미지들이 그것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각자의 안에 파묻혀 있는 우주와 세계와 역사의 한 자락을 보게 만들고, 누적된 시간의 지층 속에서 생의 진실의 한 조각을 주워들 수 있게 하기를 꿈꿉니다.

저는(한국화가 송수련,한지화가 송수련,송수련 화백,宋秀璉,SONG SOO RYUN,송수련 작가,Hanji Painter SONG SOO RYUN,종이회화 송수련,한지작가 송수련,여류중견화가 송수련, KOREA PAPER ARTIST SONG SOO RYUN, KOREAN PAPER ARTIST SONG SOO RYUN) 구체적인 형상을 분명하게 드러냄으로써 가시적 세계에 얽매이기보다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존재의 진실이 자리할 수 있는 공간, 즉 현존'이라는 직접성의 억압을 벗어 던짐으로써 오히려 비가시적인 것을 포함한 다양한 생이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창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글=송수련/작가노트